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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문화일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작은 방주」

by 혜강(惠江) 2022. 10. 7.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작은 방주」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전시실 / 2022. 9. 30  -

 

 

글·사진 남상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경복궁 동십자각 쪽에서 삼청동 방면으로 오르다 보면 얼마 안 가서 우측에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동시대 현대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미술관이다. 1986년 개관한 과천관, 1998년에 개관한 덕수궁관에 이어 서울관은 조선 시대 소격서, 종친부, 규장각, 사간원이 있던 자리에 있다.

 

 

 

 

  서울관이 들어선 자리는 한국 전쟁 후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국군수도통합병원, 기무사 등이 있던 곳으로 역사적 유래를 가진 정치, 문화의 중심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 녹지대에는 보호수인 수령 175년의 비슬나무(느릅나무과) 세 그루가 풍치 있게 서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전체면적 52,101㎡,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8개 전시장과 교육관 및 도서 아카이브를 포함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건축되었다.

 

  건축적으로 전시영역과 교육영역 및 사무영역으로 나눌 수 있으며, 종친부와 구 기무사령부 등의 기존 유적과 함께 7개의 동으로 나누어 ‘마당’ 들을 중심으로 분산 배치되어 누구나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서울관은 담장이 없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여 건물의 내,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섬 사이로 밀려드는 물결처럼 길에서 광장을 지나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거나, 공원을 산책하듯 바깥 공간만을 거쳐 빠져나간다. 미술관이지만 공원이자 광장이며 길이다.

 

  외관은 주변 경복궁과 북촌 등 경관과 주변 명소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높지 않은 건물 덕분에 인왕산 등 주변의 고유한 자연경관도 잘 보인다. 테라코타 타일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기능적으로 도심 속에 위치해 일상 속의 미술관과 설치미술 중심의 관람자 중심형 현대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전시실을 비롯하여 디지털정보실, 멀티미디어 홀, 영화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예술문화센터로서 한국 현대 미술품 전시 및 신매체 융복합 전시를 진행한다. 다양한 예술 장르의 수용으로 풍요롭고 생산적인 현대미술 담론을 형성하고 문화발전을 생성하는 열린 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지금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하나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과 또 하나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작은 방주」였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예매를 해야 관람할 수 있어서 생략하고,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작은 방주」를 관람했다. 입장은 모두 무료.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작은 방주」 전이 열리는 곳은 지하 1층 5전시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이 전시는 ‘MMCA 현대차 시리즈’로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으로 2022년에는 최우람이 선정된 것이다.

 

 

 

  조각가 최우람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석사학위를 받고, 1998년 첫 개인전 이래, 한국, 일본, 미국, 터키, 대만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6년 제1회 포스코 스틸 예술 공모전 대상, 2006년 미술 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9년 제20회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받았으며, .뉴욕 두산 레지던시, 2014년 미국 오토데스크 아티스트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싱가포르 시그니쳐 아트 프라이즈 최종 후보로 선정된 바 있는 실력파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 키네틱 아티스트(Kinetic Artist)'다. 움직이는 예술을 지향한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움직임과 기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이미 세계미술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 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 왔다. 놀라운 디테일로 살아 숨 쉬는 듯한 기계 생명체를 만들고, 거기에 신화와 이야기를 곁들여 특유의 세계관을 창조해 왔다.

 

  기술 발전과 진화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의 관점은 지난 30여 년간 사회적 맥락, 철학, 종교 등의 영역을 아우르며, 인간 실존과 오늘날의 재난과 위기에 대한 공생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5전시실 및 서울박스, 복도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오늘날의 초상’(서울박스), ‘모순된 욕망의 춤과 출구 모색’(5전시실), ‘항해의 설계’(복도)의 여정으로 전시되고 있다.

 

 

 ‘오늘날의 초상' (서울박스)

 

  처음 서울박스에 들어서면 <원탁> & <검은 새>의 공간이다. 천정에 검은 새 세 마리가 달려 있고, 바닥에는 원탁이 있다. 재료는 폐종이박스, 알루미늄 금속 재료이며, 기계 장치, 전자 장치로 작동된다.

 

 

  <원탁> & <검은 새>

 

  <원탁> & <검은 새>는 육중한 철제와 버려진 택배 상자를 재료로 최첨단의 기술로 구현한 상징적인 방주이다. 원탁을 받치고 있는 것은 머리가 없는 18개의 지푸라기 몸체이고, 공같이 보이는 하나의 둥근 머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머리가 없는 이들이 등으로 힘겹게 원탁을 밀어 올리는 모습은 마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며, 머리를 욕망하지 않아도 이 투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빗대고 있다. 이러한 광경을 천창에 달린 세 마리의 검은 새가 천천히 회전하며 아래에서 벌어지는 힘겨운 싸움을 지켜본다. 그야말로 ‘오늘날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 살아 움직이는 조각들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벌한 투쟁이 벌어지는 현실의 모습을 고발한다.

 

 

 

 

<하나>&<빨강>

 

  <원탁> & <검은 새>를 보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면 <하나>&<빨강>의 작품이다. 이것은 모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금속 재료 타이벡에 아크릴릭을 사용하였고, 역시 모터와 전자 장치로 작동되는 움직이는 조각들이다.

 

  하얀 투명색 꽃 모양의 <하나>는 작가가 팬데믹의 상황에 부닥친 시대에 바치는 헌화이다. 꽃잎의 소재로 사용한 것은 코로나 검시와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착용한 방호복의 재질과 같은 타이벡을 사용했다. 한편, <빨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자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는 작품이다.

 

 

 

 

 ‘모순된 욕망의 춤과 출구 모색’(5전시실)

 

 <작은 방주>

 

  전시의 백미는 어두운 전시장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배 모양의 <작은 방주>다. 선체는 길이가 12m에 달하고 닫힌 상태에서의 높이가 2.1m에 달하는 배이다. 작은 방주에는 두 명의 선장이 탑승했다. 노와 선장, 제임스웹 망원경 등은 모두 택배용 상자 등 폐지로 만들어졌다.

 

  모양은 커다란 궤, 혹은 직사각형 모양이며, 한쪽에 35개씩 모두 70개의 흰 노를 장벽처럼 둘렀다. 노를 수평으로 완전히 펼치면 폭이 7m가 조금 넘는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흰 벽처럼 접어둔 노들이 사방으로 펼쳐지면서 장중한 군무를 펼친다. 최대 높이는 7.2m 이르는 규모다. 노들은 20분간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사납게 춤을 춘다.

 

  노의 장대한 군무를 통해 항해의 추진력과 위엄을 드러내는 <작은 방주>는 선체 위와 주변에 있는 등대, 제임스 웹, 무한공간, 천사, 닻, 출구 등 다양한 조각 설치물과 어우러져 하나의 공연처럼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방주는 어쩐지 방향을 잃은 듯 보인다.

 

  배가 전진하는 방향의 벽면에는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나타나는 영상이 재생된다. 출구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의 의미는 관람객이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방주와 노가 각각 사회와 인간을 상징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모순된 욕망의 춤과 출구 모색’, 그런데 왜 두 명의 선장은 다른 방향을 가리킬까, 등대는 왜 이따금 감시하듯 한 방향을 비출까, 선수상은 왜 고개를 떨궜을까 등등의 질문을 떠올리고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방주>가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불안하기 그지없는 현대라는 상황,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출구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나아가 이 절망의 상황에서 “인간의 구원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최우람의 조각 작품은 내게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다.

 

 

 

 

 

<샤크라 램프> & <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

 

  다음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샤크라 램프> & <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 ‘샤크라’는 산스크리트 언어로 ‘바퀴’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연꽃과 수레바퀴 형태로 상징된다. 한 쌍의 샤크라 램프는 빛으로 깨어나 연꽃과 같은 꽃을 피운 다음 그 주변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는 꽃잎 같은 황금 날개들을 펼치면 한 마리의 작은 곤충이나 작은 동물처럼 보이는데, 작가에 의하면, 이 황금빛 날개들은 맑은 새벽녘에 잠든 인간들 곁으로 날아가 그들의 꿈을 엿듣는 존재들이다.

 

 

 

 

 <설계 드로잉> & <사인>

 

  그다음 작품은 <설계 드로잉> & <사인> 작가 최우람은 상상 속 움직임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하는 설계 도면을 직접 작성한다. <작은 방주>, <빨강>, <하나>, <등대>를 위한 설계 드로잉의 일부를 캔버스 위에 전사한 후 손수 아크릴 물감으로 선 하나하나를 그렸다.

 

  한편 픽토그램 네온작품인 <사인>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이는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 신성한 광배를 두르고 있는 신, 헬멧을 쓴 우주인 등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항해의 설계’ (복도)

 

 <URC-1> & <URC-2

 

  전시장 안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복도로 나오면 거대한 원형 조각 두 개를 만나게 된다. 바로 <URC-1> & <URC-2>로 이어지는 ‘항해의 설계’. 이 작품은 폐차 직전 자동차에서 분해한 전조등과 후미등을 모아 원형의 별로 조립한 것이다.

 

  전조등을 사용하여 흰빛을 발하는 별은 <URC-1>, 후미등을 모아 붉은빛을 띠는 별은 <URC-2>이다. 별의 이름은 ‘U-Ram Catalog’에서 약자를 따오고 제작한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하였다.

 

  정리하자면, 최우람의 ‘작은 방주’는 단순히 공간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정적(靜的) 상황에서 동적(動的)으로 전환하며 상상을 극대화한다. 살아 움직이며 소설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시다. 전문가가 해설하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가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작은 방주」는 방향 상실의 시대라는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위로를 건네며, 진정한 공생을 위해 자신만의 항해를 설계하고 조금씩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진심을 담았다.

 

 

 

 

◎상세정보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소격동 165-10)

►전화 : 02-3701-9500

►영업 :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수・토요일 10:00~21:00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전시 관람료 : 없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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