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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인왕산, 우람하고 당당한 모습이 일품인 서울의 진산

by 혜강(惠江) 2022. 10. 20.

 

인왕산

 

우람하고 당당한 모습이 일품인 서울의 진산

 

글·사진 남상학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하늘이 맑고 기온도 적당하다. 얼마 전 인왕산자락길을 걸으며 몸이 건강할 때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인왕산을 다시 오르리라 마음먹은 적이 있다.

  내가 서울의 산 중에서 인왕산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왕산이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 데다 암반이 노출돼 있어서 우람하고 당당하게 보이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곳곳에 솟아 있어 조선 시대부터 명산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 인왕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조선 초 한양도성을 세울 때 주산(主山)인 북악산, 안산(案山)인 남산, 좌청룡(左靑龍) 낙산 등과 함께 우백호(右白虎)에 해당하는 명산으로,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 등 진경산수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악산을 기점으로 내사산의 능선들을 연결하여 축조한 성곽이 있고, 조망이 뛰어나 북악산, 낙산, 남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멀리 인천지역과 파주 지역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아내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외출할 예정이고, 나는 특별한 약속도 일도 없는 터라 갑자기 인왕산에 오르고 싶은 생각에 배낭을 챙겼다. 배낭이라야 물병 하나, 사과 하나, 혹시 추울지도 몰라 예비 겉옷 하나 챙긴 것이 전부다.

  아내는 “팔십이 넘은 나이에 왜 굳이 험한 산을 오르려 하느냐?”고 만류했으나, 내 다리 건강도 시험해 볼 겸 아내의 염려를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인왕산을 오르는 길을 여럿 있다. 대표적인 코스는 창의문을 출발하여 옛 한양도성의 성곽을 따라 오를 수도 있고,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사직동 주민 센터를 지나 올라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 신문에서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완만하고 빠른 코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아내의 걱정도 있고, 80이 넘어선 나 자신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 싶어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수월한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개미마을은 인왕산의 중턱쯤에 있는 동네로,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 앞에서 7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개미마을까지 가는 길은 좁고 가파른 언덕길이다. 열두 개의 정류장을 지나 다다른 종점이 바로 개미마을이다. 버스 덕분에 시간과 노력을 그만큼 덜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 종점에서 이정표를 살펴보고 우측 등산로로 들어섰다. 개미마을에서 기차바위까지는 820m 거리. 개미마을에서 약 100m쯤 가면 약간 가파른 돌계단을 만나고, 돌계단 끝은 1차 능선 갈림길이다. 우측은 홍제역 방향, 좌측은 인왕산 둘레길 중 무악재 하늘다리 갈림길 가는 방향이다.

 

 

  바위틈에 용케도 살아남은 소나무 숲을 지나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간다. 심한 경사는 아니어도 햇볕이 따가워 숨이 차고 땀이 난다. 가쁜 숨을 쉬며 올라가면 다시 이정표를 만난다. 기차바위 400m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후부터는 길을 잘못 잡을 염려가 없다. 기차바위 방향으로 계속 오르면 된다. 정상을 오르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없어 호젓한 길을 나 혼자 오른다.

  중간에 계단 길을 세 번인가 만나지만 대부분 소나무 숲길이다. 숲이 울창하고 거의 평지 숲길이어서 등산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누워 있는 소나무도 만나고 S자로 굽은 소나무, 뿌리를 온통 드러낸 소나무도 볼 수 있다.

 

 

  중간중간 나뭇가지 사이로 기차바위도 보이고 인왕산 정상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때쯤 해서 하산하는 여학생과 중년 부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마 이 코스는 외진 코스여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듯 사람이 뜸했다.

  약 30분 정도 소나무 숲길을 올랐을 때 비로소 거대한 암벽 능선을 만났다. 이곳이 기차바위다. 길게 드러누운 생김새가 마치 기차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좌우는 거대한 암반으로 깎아지른 절벽이지만 안전난간이 있어 오르는 데는 별로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

 

 

  기차바위 능선에 서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전망이 압권이다. 북쪽으로는 북한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특히 북악산 성곽길과 자하문 그리고 청와대, 서촌 등 서울의 주요 명소가 미니어처같이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기차바위를 오르면 다시 전망 포인트. 인왕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기차바위 상단에서 다시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 성곽 아래에 이르고, 가파른 철계단이 버티고 서 있다.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며 철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성곽길이다. 기차바위에서 이곳 성곽까지는 260m, 약 10분 안팎이면 충분히 닿는다. 좌측 창의문은 1.4km. 우측 안산 무악재 하늘다리까지는 1.6km라는 표지대가 우리의 위치를 알려준다.

 

 

  여기서 잠시 오르면 드디어 인왕산 정상이다. 인왕산 정상은 338.2m.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 역시 전체가 암반이라 산세가 우람하고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정상에는 정상 표지대, 종로구와 서대문구의 경계를 알리는 경계석, 기타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 서면 서울 시내가 사방으로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북악산, 남쪽으로는 남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는 인천지역과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고양시도 한눈에 들어온다. 암반에는 젊은이들을 포함하여 꽤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앉아서 가을날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다.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올라온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성곽을 따라 하산길로 접어든다. 내려오는 길목에 표지판 하나가 눈에 띄어 자세히 보니 인왕산 옥개석에 대한 표지판이다. 그 옆에 정방형의 큰 돌이 옥개석이다.

  “이것은 한양 도성의 일부로 성곽의 최상단에 놓이는 돌이다. 여장 위에 올려진 지붕돌로 빗물이 체성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지하고, 유사시 지붕돌을 밀어 성 위로 올라오는 적병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무너진 성곽을 복원할 때 발견된 것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아래쪽 범바위를 향한다. 범바위는 정상에서 450m 거리. 하산길에 내려다보는 범바위 능선이 절경이다. S자 모양으로 하얗게 구부러진 성곽 능선이 금상첨화다. 아마도 인왕산 등산코스 중 범바위 능선 조망이 가장 아름다울 것 같다.

  주변에 불쑥 솟아 있는 전망 바위도 앙증맞다. 서울 도심 속 그리 높지 않은 산에서 이처럼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큰 행운이다.

 

 

  범바위에서 10분 정도 성곽을 따라 더 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철계단으로 이어진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는 우측은 위험하니 좌측길을 이용하라고 한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범바위 능선에 있는 달팽이 바위도 보이고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얼굴 바위도 볼 수 있고, 또 해골 모양의 바위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냥 죄측 방향으로 성곽을 따라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멀리서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사진에 담아 본다. 역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주변 전망이 압권이다. 이 코스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은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에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서울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인왕산을 선택한 것이다.

 

 

  경사진 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성곽 옆에는 코스모스 군락이 있어 가을 정취를 한껏 뽑낸다. 성곽과 어울린 모습이 운치가 있다.

 

 

  내려오는 길은 단군성전이 있는 사직공원이다. 먼저 사직공원 안에 있는 단군성전에 들러본다. 단군성전에는 단군왕검(檀君王檢) 모형상과 영정이 있고 매년 10월 3일 개천절을 기념해 이곳에서 단군에 대한 차례의식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사직공원은 조선 태조가 한양에 수도를 정하고 궁궐, 종묘를 지을 때 함께 지은 사직단이 있는 곳이다. 사직단은 태조 3년(1394년)에 고려의 예를 따라 토신을 제사하는 국사단을 동쪽에, 곡신을 제사하는 국직단은 서쪽에 배치하고 신좌를 북쪽에 모셔 1년에 세 번 제사를 지냈다.

  사직공원 안에는 이 외에도 시립종로도서관이 있으며 매년 전국 규모의 활쏘기 대회가 열리는 황학정이 있다. 또 사직단 입구에 있는 사직단 정문은 보물 제177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금 대규모 공사 중이어서 자세히 살펴보기가 어려워 사직동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인왕산 등반은 3시간 반 정도에 마친 셈이다. 접근성이 뛰어난 이런 멋진 산이 서울 도심에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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