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홍릉수목원, 우리나라 최초 수목원

by 혜강(惠江) 2022. 8. 24.

 

홍릉수목원

 

우리나라 최초 수목원, 국가 산림과학 연구의 중심지

 

 

글·사진 남상학

 

 

 

 

  서울에 살면서 홍릉에 임업시험장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홍릉수목원이 있다는 말은 최근에 알았다. 그런데 한번 가보고 싶어도 주말에만 자유 개방하고 있는 터라 벼르고 벼르다가 비로소 찾게 되었다. 날씨가 무더운 탓인지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아 조용했다.

 

 

 

  홍릉수목원은 서울 동쪽에 있는 천장산(天藏山, 140m)의 남서쪽 자락의 동대문구 청량 2동 207번지에 있다. 천장산이라는 이름은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뜻이다.

 

  북한산에서 뻗어 나와 서울의 동쪽 외곽을 둘러싼 천장산의 산줄기는 일찍부터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홍릉이 있었던 곳이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 사건으로 숨을 거두자 안장한 곳이다. 그후 1919년에 고종 승하 후 경기도 남양주 금곡동(현 홍유릉)에 합장하면서 현재는 홍릉 터만 남았다. 그러나 항일의 상징적인 장소로서 역사성을 유지하며 이곳은 여전히 홍릉이라 불리며, 자연스럽게 수목원의 이름도 홍릉수목원이 되었다.

 

 

 

  홍릉수목원은 1922년 임업시험장이 창설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조성된 수목원이다.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의 부속 전문 수목원으로 임업연구원이 관장한다.

 

  산림자원과 산림과학연구시험지의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으나 1993년부터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어 휴식공간 또는 삼림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체 면적은 41.2ha의 홍릉수목원은 국내외의 다양한 임업 시험을 통하여 식물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여, 기초 식물 학문 분야 발전은 물론, 식물 유전자원 확보 등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경내에 산림과학원, 산림박물관, 국립나무병원, 미래산림전략연구동, 산림환경보존연구동, 임산자원연구동, 식물환경조절실험동, 식물원 등이 있다.

 

 

▲위로부터 안내표, 본관, 미래산림전략연구동, 나무병원, 임산자원이용연구동

 

 

  수목원 안에는 제1 수목원에서 제9 수목원까지 침엽수, 활엽수, 관목, 외국 수목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고산식물원, 약용식물원, 난대식물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외의 식물유전자원 총 2,000여 종의 식물들이 자라는데 이중 목본식물은 1,200여 종, 초본은 8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또 홍릉수목원에는 일본 식물학자가 처음 발견해 ‘기준 표본목’이 된 문배나무, 속리산 정이품송의 후계목, 풍산가문비나무 후계목 등 ‘이름난’ 나무들도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풍산가문비나무는 1923년 북쪽서 온 것인데 고사하여 ‘접붙이기’로 후손 네 그루 남겨 씨와 맥을 이어가는 ‘실향민 2세대’ 격이다.

 

 

▲풍산가문비나무 후계목 네 그루

 

 

산림과학관

 

 

 

  먼저 정문으로 들어서면, 정문에서 본관까지 죽 뻗은 길 양쪽과 뒤로 온통 울창한 숲이다. 우서 넓은 중앙로를 접어두고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여름 햇볕을 받아 푸른 잎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 길은 왕벚나무 쉼터를 지나고 산림과학관으로 이어진다. 수목원 탐방 전에 산림과학관에서 산림에 대한 관련 지식을 얻는 것이 좋을 듯하여 산림과학관으로 들어가 본다.

 

  과학관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와 낙엽송, 소나무와 잣나무를 이용한 대형 입체 트러스트로 구성하여 한국 고유의 역사적 특성과 현대목 구조 건축양식의 조화로 건물 자체가 거대한 전시물 같았다.

 

 

 

  전시관은 제1전시실 산림과 인간, 제2전시실 산림과 산업, 제3전시실 목재와 생활 주제로 구성하였고, 산림의 기능과 가치, 임업 임산업에 대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특별전시실에서는 산림과학 100년을 기념하여 ‘산림과학 100년 목재 가구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가구학회에 소속된 유명 작가들의 작품 총 33개가 전시되어 목재만의 아름다운 무늬와 따듯한 질감, 고유의 향 등 다른 재료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구상나무와 정이품송 후계목

 

  산림과학관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수목원 탐방에 나섰다. 계단을 올라 미래산림전략연구동에서 국림산림과학원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밀레니엄동산을 지나면서 망개나무, 구상나무, 너도밤나무 등이 버티고 서 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자랑스러운 특별한 나무에 속한다. 나무의 모양이 아름답고 독특한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우리가 보존해야 할 귀중한 생물 자원이다.

 

 

 

 

  특히 본관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충북 보은 속리 정이품송의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정이품송은 조선의 세조 임금이 정2품 벼슬을 하사한 역사를 간직한 나무로 수령 600년 정도 추정하고 있는데, 2001년 보은의 정이품송과 삼척의 미인송이 전통혼례를 올리고 그 후에 인공 교배된 후계목이다.

 

 

 

 

홍림원 반송과 금강소나무

 

  본관 뒤에는 넓은 잔디밭이다. 잔디밭 옆으로는 국립나무병원이 있고 전면에는 산림환경보존전연구동이 있다. 잘 다믐어진 잔디밭 가운데 키가 크고 잘 자란 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 눈에 띈다. 홍림원 반송이다.

 

  이 반송은 1892년생으로 홍릉 숲의 산증인이자 최장수나무로 알려져 있다. 반송은 소나무의 또 다른 품종으로 지표면 1m정도에서 굵은 가지가 여러 개로 갈라지며 우산 모양으로 아름답게 자라서 정원수로 큰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잔디밭 한쪽에는 금강소나무도 보인다. 금강소나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지역의 산 사면과 능선에 자라는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다. 줄기가 굽지 않고 곧게 자란다.

 

  소나무와 기본적인 형태가 같으나 소나무에 비하여 줄기가 좀 더 붉고 마디가 길게 자란다. 해안가에 주로 자라는 곰솔과 달리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주로 산지에서 자란다.

 

 

 

 

명성왕후 묘지 터와 어정(御井)

 

  잔디밭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오리나무, 분꽃나무가 서 있고, 이 길옆에 명성황후가 안장되었던 묘지 터가 있다. 1897년 일제에 시해당한 조선의 마지막 왕비, 명성황후의 능을 모셨던 자리이다.

 

  22년간 안장되어 있다가 1919년 고종황제가 승하하고 남양주로 이장해 합장함으로써 그 표석만 남아 있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산책길엔 고종이 잠시 앉아 목을 축였다는 우물 ‘어정(御井)이 있다.

 

 

 

 

홍릉수목원 산길, 중국굴피나무

 

  산림환경보존전연구동을 오른쪽으로 끼고 ’홍릉수목원’이라는 표지석 뒤로 중국굴피나무가 홍릉수목원의 문지기처럼 서 있다. 그 옆으로 홍릉 숲에 나무를 기증한 사람들의 묘목밭이 있다.

 

 

 

  그 위로는 산길이다. 산길에도 솔송나무, 섬개야광나무 등 수목원답게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이 길에도 우거진 숲이 여전히 이어진다.

 

 

 

조경수원

 

  쉼터를 지나면 수목원 맨 위쪽(안쪽)에 조경수원이 나타난다. 기는 조경수로 쓰일만 한 나무들이 들어차 있다. 가정에서 정원을 꾸미는 것은 가족의 건강과 정서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사철나무인 소나무, 잣나무, 주목, 향나무, 회양목과 배롱나무, 영산홍, 자산홍, 단풍나무, 마가목 등이 우거져 있다.

 

 

 

  조경수원에서 우거진 숲길을 따라 산길을 올라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더 올라가고 싶으나 통제구간이어서 그대로 발길을 돌려 내려올 때는 조경수원 앞에서 오른쪽 오솔길로 내려오며 두충나무와 문배나무를 찾아보기로 했다.

 

 

 

두충나무와 문배나무

 

  조경수원에서 숨을 돌리고 오솔길을 따라 임산자원연구동 앞으로 내려오면 와룡매(매실나무)가 버티고 서있다. 그 길에서 두충나무와 문배나무를 찾아보았다.

 

  두충나무는 중국에서 1920년대 도입된 암수가 다른 나무로, 홍릉 숲의 두충은 전국에 심긴 두충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는 두 그루의 귀한 나무다. 두충에서 나오는 점액질 같은 성분은 뼈와 근육에 좋다는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또, 홍릉 숲에서 처음 발견한 문배나무는 홍릉 숲의 특별한 나무다. 1935년에 일본인 나까이(中井猛之進) 교수가 처음 발견하여 기준 표본 목으로 지정된 학술 가치가 뛰어난 나무이다.

 

  산 돌배의 변종인 분배는 봄이면 잎과 꽃이 함께 피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가을이면 향기로운 열매가 열린다.

 

 

 

 

  문배나무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모감주 나무를 만났다. 초여름이 되면 황금빛 꽃이 아름다우며, 꽈리모양의 열매가 열린다. 태안반도에는 모감주나무의 군락지가 있으며 그 희귀성을 인정받아 보호받고 있다. (천연기념물 138호)

 

 

 

 

조재명 원장 공적기념비

 

  두충나무, 문배나무를 보고 정문 쪽으로 내려오면 배롱나무가 우거진 곳에 돌비하나가 보인다. 이 돌비는 조재명 원장 공적기념비이다. 조재명(趙在明)은 서울대 임학과 졸업하고 일본 동경농대 농학 박사를 취득했다.

 

  농촌진흥청 임업연구원 연구사, 연구관, 임학회 상임이사를 거쳐 산림청 임업시험장 목재가공과장, 임업시험장 이용부장, 임업연구원장에 이르기까지 국내 임업 발전을 위해 일생을 버틴 분이다.

 

  그는 임업연구원장으로 34년간 재직하면서 국내 산림과학 연구와 목재산업의 발전에 일생을 바쳤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실로 오늘의 홍릉 숲이 존재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머리가 숙어진다.

 

 

 

 

약용식물원과 연못

 

  마지막으로 정문 안쪽 왼쪽에 있는 약용식물원으로 간다. 미선나무가 버티고 선 옆으로 갖가지 약용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약용식물의 향기를 맡으며 한가하게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그리고 길 쪽으로 연못이다. 수생식물을 둘러보면 홍릉수목원 탐방은 끝난다.

 

 

▲약용식물들

 

 

 

  홍릉수목원은 2014년에 산림문화자산 제1호로 지정되었고, 한국 최초의 1세대 수목원으로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20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앞으로도 임업시험장과 홍릉수목원은 산림과학연구의 실연지(實演地)로서 시험림 기능, 생태·환경교육 등을 위한 수목원 기능, 도시환경 조절자로서 역할을 기대해본다.

 

 

 

상세정보

 

►주소 :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57 (청량리동 207)

►전화 : 02-961-2777

 

►관람 : 09:00~18:00, 주중에는 숲 해설 프로그램 참가자(예약)만 가능하며,

일반인 자유 관람은 주말(토, 일)에만 가능하다.

 

►가는 길 : 지하철역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4분

버스는 201, 234번 타고 한국과학기술원, 홍릉초등학교 하차 234m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