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천만 서울 시민의 공원 휴식처
- 35만평 부지에 5개의 테마파크로 조성 -
글·사진 남상학
5월 12일,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서울숲 부근 ‘차만다’에서 점심을 같이하자는 제자들과의 약속이 있는 날이다. 이왕 서울숲 쪽으로 가는 길에 한시간 가량 일찍 가서 서울숲의 한 부분이라도 둘러볼 양으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전 10시가 좀 지난 이른 시간인데도 서울숲 공원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서울숲에는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코로나가 다소 풀리면서 갑갑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화창한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곳 성수동 지역은 오래전부터 ‘뚝섬’이라고 불렀다. 뚝섬은 옛적 임금의 사냥터이며 임금이 무예를 검열하던 곳으로, 이때 임금의 깃발인 독기(纛旗)를 세운 곳이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독기는 임금이 타고 가던 가마 또는 군대의 대장 앞에 세우던 큰 의장기를 가리킨다. 그래서 한자명으로 ‘독도・둑도・뚝도’라고 하던 것이 ‘뚝섬’으로 바뀌었다.
성수동은 동쪽에서 오는 한강이 둘러 서쪽으로 흐르고 북쪽은 중랑천이 서쪽에서 흘러 한강과 합하는 중간에 있으므로 자연히 평야로 형성되었다. 풀과 버들이 무성했으므로 조선 초부터 말을 먹이는 목장이 되었고, 또는 군대의 검열장이 되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이곳에는 경마장이 있었다. 그때 나는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문교부(교육부)가 주관하는 특수체육 과정의 하나인 승마훈련에 지원하여 이곳 경마장에서 5주 과정의 훈련을 마친 적이 있었다. 그런 지역이 몇 구비 세월을 지나 ‘서울숲’이라는 이름으로 1,100만 서울시민에게 환경친화적인 대규모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으니 그저 놀랍다.
2005년 6월에 개원한 서울숲은 1,156,498㎡(약 35만 평) 규모이며, 5개 테미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의 하이드파크(Hyde Park),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와 같이 서울의 환경친화적인 대규모 공원이 되었다. 마포구 월드컵공원(100만 평)과 송파구 올림픽공원(50만 평)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크다.
서울숲 들머리에 아크로 포레스트, 디타워 등 고층 건물이 수문장처럼 높이 들어서서 서울숲의 방향을 잘 알려주고 있으나 어느 방향에서나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여 올 때는 분당선 3번 출구로 나와 언더스탠드 애비뉴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언더스탠드 애비뉴
지하철에서 3번 출구에서 서울숲 공원을 연결하는 언더스탠드 애비뉴는 서울숲으로 들어가는 보행로 구실을 한다. 언더스탠드 애비뉴는 예술가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총 116개의 크고 작은 컨테이너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7개의 테마(하트스탠드, 아트스탠드, 오픈스탠드, 소셜스탠드, 맘스스탠드, 유스스탠드, 파워스탠드)를 가지고 운영하는 공익문화공간이다.
이곳에는 각종 전시관, 공방, 마켓, 카페 등이 있어 어른과 아이들의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서울숲을 찾는 이들에게 문화적 감성을 일깨울 수 있는 곳이다.
서울숲 이모저모
서울숲은 복합공간으로 이루어졌다. 구역별로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다섯 가지의 특색 있는 공간들로 꾸며져 있어 다양한 문화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 언더스탠드 애비뉴에 눈을 팔다 보면 어느새 서울숲이다. 서울숲의 중심이며 대표적 공간인 문화예술공원으로 들어선다.
1. 문화예술공원, 서울숲 중앙에 위치
서울숲 중앙에 자리 잡은 문화예술공원(22만㎡)은 공원의 대표적 공간으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시민들의 쾌적한 휴식과 문화 활동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하늘로 치솟는 분수가 있는 광장, 조각공원, 낭만이 흐르는 조용한 숲길의 산책로, 가족과 연인이 아늑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넓게 펼쳐진 잔디밭, 젊은이들의 땀과 숨이 있는 스케이트 파크와 체육공원, 다양한 문화행사가 가득한 야외무대를 통해 서울숲의 생기를 느낄 수 있다.
●서울숲 광장
● 군마상
서울숲에 들어서면 먼저 서울숲 광장이다. 이곳에서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군마 상(軍馬像)이다. 이곳이 한때 경마장으로 사용한 것을 알려주듯, 경마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 반긴다. 스타트(START, 출발)라는 제목을 가진 군마상은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듯 보는 이에게 어딘가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선사한다.
●바닥분수
한쪽에서 바닥분수가 물을 품어댄다. 바닥에 설치된 100개의 노즐에서 다양한 높이와 형태로 연출되는 경쾌한 물줄기가 바닥에서 힘차게 솟아올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히려는 어린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다.
●조각공원, 가족마당
바닥분수 뒤로는 넓은 조각공원이 펼쳐져 있다.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지만, 여러 작품이 있어 천천히 감상하기에 좋다. 조각마당에선 오른쪽으로는 도시락정원이, 앞쪽으로는 드넓은 가족마당이 펼쳐지고 가족마당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조각공원의 작품들
●가족마당 무대
▲조각공원 뒤로 보이는 가족마당 무대
●거울연못
조각공원을 뒤로하고 거울 연못으로 가본다. 수심이 3㎝밖에 안 되는 얕은 연못이지만, 마치 거울에 비추듯 주변의 메타세쿼이아가 투영되어 아름다운 경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 신기하게 느껴진다.
●야외무대, 겨울정원
야외무대 뒤로는 모래놀이터, 숲속의 빈터(겨울정원)이 있어, 야외무대에서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할 수 있고. 그 뒤 모래놀이터는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물놀이터
●어린이정원
●연못과 수변쉼터
가족공원 뒤로 이어지는 연못 주변은 수변 쉼터로 인기가 높다. 연못에는 부들, 억새, 붓꽃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연못 주변으로 각종 꽃들이 피고, 다리를 따라 걷는 만들어진 하우스터널 4곳에서는 수세미, 오미, 여주, 조롱박, 색동호박 등을 볼 수 있다.
●산책길
●산책길에서 만나는 동물
●상상 거인의 나라
상상 거인의 나라는 어린적 동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린 시절을 꿈꾸게 하는 곳이며, 아울러 숲속 놀이터를 만들어 동심의 키우게 한다.
●숲속놀이터
●전망대
●설렘정원
거울연못 옆으로 야외무대를 지나면 ‘설렘정원’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유한킴벌리가 함께 조성했다는 설렘정원은 원형의 공간에 순수하고 아늑함을 주는 숲속의 ‘작은숲정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활짝 피어나라”, “꽃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났어.” 등 꽃과 작은 열매들이 열린 나무들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 및 연인들이 함께 설렘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이 그 어느 곳보다 많이 찾아와 사진을 찍느라 붐빈다.
이 외에도 문화예술공간에는 은행나무 숲, 메타세콰이어길, 스케이트 파크, 어린이정원, 체육공원, 서울숲이야기, 방문자센터, 수변 휴게실(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문자센터 앞 기둥정원
●메타세콰이어길
●쉼터
2. 생태숲, 꽃사슴
우선 16만㎡에 펼쳐진 자연 생태숲은 야생동물의 서식 공간이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면 꽃사슴과 고라니 50여 마리가 뛰놀고 있다. 보행전망교에 서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사슴이 노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꽃사슴방사장
꽃사슴 무리가 서울숲 방사장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꽃사슴은 우리나라에서 흔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줄어 1921년 제주도에서 잡힌 게 마지막 야생꽃사슴이었다고 한다. 맑은 눈망울의 꽃사슴 가족이 매우 행복해 보인디.
꽃사슴의 숨소리까지 느끼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사슴 먹이 주기'를 신청해 보자. 두 손 가득 먹이를 담아 사슴에게 내밀었을 때 사슴이 부드러운 혀로 손바닥을 핥는 짜릿한 느낌과 동시에 생명과 생명이 맞닿는 감동이 전해진다.
● 생태숲, 생태 보존 지역
서울숲에 있는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생태숲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끝지점으로 마치 산속 깊은 곳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연못에서는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물닭 등을 볼 수 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동물이 방사된 생태숲 지역은 동물들의 안정을 위해 여름철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겨울철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된다.
● 나비정원
서울숲 나비정원은 나비가 살아가는 공간을 실제와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제비나비, 호랑나비 등 우리나라 토종 나비들과 서울시 보호종인 산제비 나비 등 다양한 나비의 한살이를 봄부터 가을까지 관찰할 수 있다.
●곤충식물원
곤충식물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곤충과 식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장수풍뎅이 등 21종 320마리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표본도 사슴벌레 등 197종 700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실내에는 곤충이 잘 살 수 있도록 1만4천 포기의 식물들이 정글처럼 자라고 있어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4. 습지생태원, 유수지 활용
성동구의 생활하수가 모이는 유수지였던 곳을 습지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습지생태원(7만㎡)에서는 다양한 습지 생물과 식물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목재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습지생태원 주변에는 제비 먹이 서식처인 논습지를 비롯해 습지를 좋아하는 새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는 조류관찰대도 실치되어 있다. 생태학습장, 환경놀이터, 유아숲체험장, 조류관찰대, 녹습지 기둥정원 등이 있다.
유아숲 체험장은 습지생태원 안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과 함께 놀이와 학습을 하면서 정서발달과 건강증진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5. 한강수변공원
한강수변공간(6만6000㎡)은 한강 변을 따라 서울숲으로 들어가거나 나갈 수 있는 자전거도로와 벤치가 있고 한강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한강수변공원에는 휴게공간 등이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유유하게 흐르는 한강 산책길을 걸을 수 있고, 유람선을 타고 여의도, 뚝섬, 잠실까지 오갈 수 있다. 서울숲 주변을 돌아보는 1시간 왕복 코스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숲 주변에는 분위기 좋은 음식점과 카페가 많다. 서울숲에 붙어있는 '차만다(Charmandre)'는 영국 가정식 식당이다. 음식은 물론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창문을 열면 우거진 서울숲이 바로 앞이다. 그리고 카페 '프루너스 가든(prunus garden)은 푸른 숲속의 정원이다. 서울숲과 잘 어울리는 콘셉트다.
▲영국 가정식 레스토랑 '차만다'
▲카페 '프루너스 가든'
한강 변을 걷지 않았는데도, 이날 만보기에 체크된 걸음 수는 13,900보였다. 화창한 봄날, 제자들과 만나 맛있는 점심을 들고, 오후에는 숲속을 걸으며 한나절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부족하고 부끄러운 스승이었음에도 졸업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는 제자들이 한없이 고맙다.
◎상세정보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78-1
►개방 : 24시간 개방 (무료 입장)
►전화 : 02-460-2905
►가는 길 : 서울숲은 이용객이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지하철 분당역 서울숲역 3번 출구로 나와 도보 2분,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 도보 10분이 걸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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