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박물관· 청계천판잣집체험관 탐방
글·사진 남상학
청계천박물관은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전망하는 곳이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마장동에 있으며, 서울특별시 산하의 박물관으로 2005년 9월 26일 개관하였다.
개관 당시의 명칭은 청계천문화관이었으나, 10년간 축적된 청계천 자료들을 총망라하여 개관 10주년을 맞아 2015년 10월 1일 청계천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재개관하였다.
수표(水標)
박물관 앞에는 돌기둥이 하나 서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우나 이것은 청계천 수표교에 세워졌던 수표(水標)를 복제한 것이다. 수표는 홍수에 대비해 하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세종 때 나무 기둥으로 만들었다가 성종 때 높이 3m, 폭 20cm의 화강암 사각기둥으로 개량한 것이다.
원래 수표동 수표교 옆에 설치되었던 것이었는데 1960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장충단공원으로 수표교와 함께 옮겨져 있다가 수표교는 그대로 두고, 수표는 1973년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세종대왕기념관에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보물 838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박물관 건물은 1728평 규모의 지상 4층, 지하 2층의 건물이다. 긴 유리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은 청계천의 푸른 물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는 2005년 10월 새로운 물길로 우리 곁에 돌아온 청계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물관 내부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문화공연을 위한 소강당을 갖추었으며, 1층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4층부터 계단이나 별도의 층별 이동수단을 통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1층까지 내려가면서 관람이 끝나도록 꾸몄다.
청계천박물관 옥상정원
4층에 도착하면 상설전시실 옆으로 비스듬한 길이 나 있다.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먼저 옥상정원으로 향했다. 건물에 따라 길쭉하게 꾸며진 옥상정원은 깔끔했다.
예쁜 꽃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고 파라솔과 의자가 놓여 있어 아기자기하다.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한 젊은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올라와 아이와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옥상정원에 서서 바라보는 주변 전망은 정말 멋지다. 시원하게 흘러가는 청계천 물길, 청계천 주변의 건물들, 청계천과 이어지는 정릉천 위로 내부순환도로가 길게 뻗어있는 모습도 한눈에 보인다.
청계천박물관 상설전시관 이모저모
옥상정원에서 내려와 상설전시관으로 들어섰다. 상설전시실에는 서울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지기 이전부터 흐르던 청계천의 역사적 여정과 2003년 7월부터 2005년 9월까지 2년 3개월간 진행된 복원공사과정, 이후 도시변화의 모습과 비전을 주제별로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청계천의 다양한 모습에 관한 유물들도 볼 수 있다.
1 JONE, 개천(開川) 시대
조선의 수도 한양의 중심을 가로지르던 개천(청계천)이 도심하천으로서의 역사를 시작하는 내용을 다루는 공간이다.
청계천의 조선 시대 이름은 개천(開川)이었다. 본류의 시작은 현재 세종로 네거리 서쪽이었지만, 발원지는 백악산(북악산) 기슭이다. 자하문터널 위 오른쪽 산속에 백운동천 각자 바위가 있다. 백운동천 각자 바위 아래, 현재 경복고등학교 안에 겸재 정선이 살던 집터를 알리는 푯돌이 있다.
개천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렀다. 인왕산 동쪽에서 시작해서 백운동천으로 합류하는 물길을 옥류동천이라 했다. 현재 수성동 계곡이 그 일부다. 개천의 상류인 백운동천, 옥류동천 등과 개천 본류 광통교 전까지를 ‘웃대’라고 불렀다. 지금 서촌이라고 하는 곳이 ‘웃대’ 중간에 있는 마을이었다.
백악산(북악산)과 인왕산의 경치는 웃대를 대표하는 선경이었다. 시인 묵객들이 모여들었다. 겸재 정선은 아예 그 선경에 묻혀 살았다. 인왕산 필운대에도 사람들이 모였다. 옥류동천 천수경의 집 송석원에도 문인들이 모였다.
전시관 바닥 지도에서 웃대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전시된 물품을 본다. 휴대용 지필묵 꾸러미, 먹을 것을 싸서 다니던 찬합, 부채 등을 보며 선경을 마주하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던 옛사람들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 중류는 ‘중촌’이라고 했다. 갖은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저잣거리였다. 하류는 ‘아랫대’라 했다.
2 JONE, 청계천, 청계로
일제강점기인 1914년 개천은 ‘청계천’이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청계천 물길이 복개되어 도로가 되는 과정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맑은 계곡’ 청계천은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몰려든 사람들로 서울은 만원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산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오염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청계천 주변에 판잣집을 지어 살았다. 청계천 변 빈민들의 삶의 터전인 판자촌은 남루했지만 숭고한 삶의 터전이었다.
청계천 복개는 1958년부터 시작됐고, 1977년 전 구간을 덮었다. 그 위로 청계 고가도로가 건설되었다. 청계천 사람들은 청계천에 들어올 때처럼 어디론가 떠나 다시 삶의 터전을 꾸려야 했다.
물길은 찻길이 됐다. 그 길을 중심으로 산업과 상업이 발달했다. 사람들은 더 모여들었다. 새롭게 탄생한 청계로를 따라 늘어선 천변 상가의 발전상도 살펴볼 수 있다.
3 JONE, 청계천 복원사업
1990년대 후반 성장과 개발 대신 생태환경과 역사문화의 보존이 중요한 가치로 등장했다.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청계천 복개도로와 고가도로는 노후화가 진행되어 전반적인 보수가 시급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유지 보수하는 것보다 이를 철거하고 사라졌던 청계천을 되살리자는 주장이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의 주된 쟁점으로 부상되었다. 이명박 당시 서울특별시장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공약하였고, 32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이명박 시장이 당선되면서 복원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드디어 2003년 7월 1일 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부터 성동구 신답철교에 이르는 약 5.84km의 구간을 복원하는 공사는 약 2년 3개월 만에 2005년 9월 30일에 완료되었다.
이 코너에는 청계천을 새로운 물길로 복원하기까지의 서울 시정의 변화, 복원사업의 준비와 시행, 다시 열린 청계천 등 전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4 JONE, 복원 후 10년
청계천 복원사업 완료 후 서울 시민들의 삶 속에 자리 잡아 온 10년간의 변화상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서 여가, 문화, 관광의 중심지가 된 새로운 천변 풍경에 관한 내용을 전시하였다.
또한, 복원 후 해결과제로 남은 문제점들과 이를 개선 보완하기 위한 서울시와 청계천 시민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청계천의 미래상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 4층부터 1층까지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면 마지막 아카이브 로드이다. 한양부터 서울까지 시간여행을 마쳤다. 박물관 밖 길 건너편에 판잣집이 보인다. 청계천에 있던 판잣집을 재현한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이다.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
박물관 앞, 길 건너편에는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이다. 박물관에서 보았던 청계천 판자촌 사진과 안내 글, 청계천 사람들의 생활을 상황극으로 구성해서 들려준다.
옛 교실을 재현한 곳과 옛날 학교 앞 문방구나 마을 구멍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먹을거리, 인형, 장난감, 생필품 등은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앉은뱅이 나무 책상과 책꽂이, 궤짝과 쌓아 놓은 이불, 요강과 ‘곤로(풍로)’ 등이 있는 곳에는 창문이 있어 청계천이 내려다보인다.
그 시절(1958년 청계천 복개 이전), 청계천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이 썼을 법한 물건이기에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들이지만,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옛날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이제 청계천박물관과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을 둘러보았으니, 2005년 9월 30일에 복원된 청계천의 현재 모습을 살필 겸 걸어보기로 했다.
▲청계천판잣집체험관 외부 전경
▲체험관 내부 체험관 및 전시실
◎청계천박물관 상세정보
►주소 : 서울 성동구 청계천로 530(마장동 527-4)
►전화 : 02-2286-3410
►이용 : 09:00~19:00 (입장 시간 09:00~18:30)
►휴무 : 월요일
►관람료 : 무료
►기타 : 주차 가능 (소형차 기준 40대), 주차요금 : 5분당 250원
►가는 길 :
*지하철 제기역 4번 출구 : 청계천 방향 도보 15분
*지하철 왕십리역 7번 출구 : 마을버스 성동 03-1, 성동 08 성동종합사회복지관 하차
*지하철 상왕십리역 2번 출구 : 마을버스 08 성동종합사회복지관 하차
*지하철 용두(동대문구청)역 5번 출구 : 도보 10분
※ 탐방일 : 2022. 4. 3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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