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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강화 육필문학관, 노희정 시인이 운영하는 개인 문학관

by 혜강(惠江) 2022. 2. 14.

 

강화 육필문학관

 

노희정 시인이 운영하는 개인 문학관

-  문인들의 육필원고 전시 및 문학을 통한 소통 공간  -

 

글·사진 남상학

 

 

 

  강화 육필문학관은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길로 접어들어 갑곶돈대와 선원면 장어구이 마을(더러미포구)을 지나 선원면 연리(선원면 연리 215-7)에 있다.

 

  2004년 5월에 개관한 육필문학관은 노희정 시인이 자비를 털어 완성한 사립문학관이다. 강화도 출신인 시인은 바다와 갯벌, 산과 논밭까지 모든 자연경관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강화도의 매력 때문에 이곳에 문학관을 지었다.

 

  노희정 시인은 1996년 『문예사조』에 시를, 『수필과 비평』에 수필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첫 시집 『가시덤불 사랑』을 비롯하여 『꿈꾸는 돌』, 『다섯 개의 노란 분침』, 『강화도』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고 『걸레』, 『술짠』 등 산문집도 냈다. 2000년에는 가르치고 있던 초등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동시집 『콩꼬투리 속 콩알들』을 만들었고, 2001년에 제2회 ‘새천년 한국문인상’을 받았다.

 

  길에서 올려다본 문학관은 높은 언덕 위에 지은 현대식 갤러리처럼 보였다. 자연석으로 축대릏 쌓고, 건물 뒤로는 우거진 숲이다.

 

 

  문학관으로 오르는 언덕길 우측에 예쁜 정자를 세웠다. 차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예쁜 공간이다. ‘사인당’이라는 간판을 붙인 정자에 앉으니 강화도의 넓은 논 뒤로 염하의 끝자락 한 줄기 바다와 바다 건너 육지가 시야에 아스라이 들어온다.

 

 

  언덕길 왼쪽 정자 맞은편에는 널찍한 잔디밭이다. 잘 가꿔진 잔디밭은 육필문학관이 감추어둔 비밀공간처럼 보였다. 웬만한 야외행사도 넉넉하게 치를 수 있을 만큼 넓다.

 

 

  언덕길 막바지 우측에는 3개의 시비를 세워놓았다. 첫 번째로 이재호(1948~2012) 시인의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시비 앞에 발을 멈추고 시를 읽어본다.

 

 

  “쓸쓸하고 혼자인 날은/ 아이야/ 강가으로 가 볼 일이다./ 거센 강 물줄기는 말고/ 이 물 맑은 소리나 따라가/ 쓸쓸하고 더욱 혼자인 날은/ 아이야/ 우리나라의 강 마을이나 찾아가서/ 너희 아버지/ 너희 아버지의 아버지/ 그 눈물겹던 첫사랑을/ 만나볼 일이다/ 만나볼 일이다.// 아이야 그때 네가/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강변의 사랑을 알기나 알지 몰라/ 그걸 몰라// 제일로 슬픈 세상의/ 제일로 슬픈 나라에 태어나서/ 제일로 파란 많은/ 사랑 하나 남기고 가는/ 강물의 내력을 만나기나 할지 몰라// 거센 물줄기는 말고/ 이 물 맑은 소리나/ 구불구불 따라가서/ 산다는 것이 온통 그렇게/ 구불구불 하다는 것도 알게는 될지/ 어떨지 몰라/ 강 마을의,/ 강 돌멩이 가지고도/ 잘 놀고 잘 자라는/ 강 돌멩이 같은 아이들을 또 만나서/ 아이야/ 너희들이 참 야물고 예쁜/ 강 자갈을 이루고/ 큰 강을 만든다면// 내 사랑도 거기 흘러서/ 흰 물새 한 마리 키우게 될지/ 어떨지 몰라/ 아이야,/ 너희들이 꿈에서 보는/ 큰 바다가 될는지/ 그걸 몰라// 쓸쓸하고 더욱 모르겠는 날은/ 아이야,/ 가벼운 물새 몇 마리 앞세우고/ 훠이 훠이 강가으로 가 볼 일이다./ 강가으로 나아가서/ 거센 물줄기는 말고/ 흐르는 맑은 물소리나/ 귀담아 들을 일이다/ 오오래 바라볼 일이다.”

- 이재호 시인의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전문

 

 

 

  충주 출신의 이재호 시인은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같은 해 한강문예작품 공모에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가 당선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한강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다. 한국의 전통적 서정을 바탕으로 하여 소외되어 가는 인간성과 자연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섬세한 서정적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 시비는 임찬일의 「물」이다. 1986년 제6회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에 뽑힌 작품이다.

 

  “한 그릇 맑은 혼을 엎질러서/ 물을 소리로 풀며 내려오는 그대 강림/ 아마도 맨 깊은 곳은 아주 낮은 곳이런가./ 무지리 발 닿던 곳 손금만도 못한 길을/ 물레 소리 내고 가는 어떤 넋의 더듬이여/ 몇 장단 풍물을 쳐야 사는 일도 흘러갈까./ 맨살로 돌을 감는 뼈보다 아픈 침묵/ 그대가 몸을 풀면 한낱 돌도 입이 열려/ 마침내 노래가 되어 살 속으로 흘러라.”

- 임찬일의 「물」 전문

 

  물이 흘러가는 길은 무지리들이 딛던 보잘것없는 길, 그 길을 거쳐 낮은 곳으로 가기 위한 물의 몸부림을 통해 철학적 사유의 깊이에 빠져들게 한다. 그는 가슴으로 글 쓰는 시인처럼 보였다.

 

 

 

  시인 임찬일(1955~2001)은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하고, 1986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1986년 『중앙일보』 전국 시조백일장 장원, 1986년 『스포츠서울』 시나리오 당선,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시집으로 『알고말고 네 얼굴』, 『못다 한 말 있네』,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난 그쪽 하늘부터 바라본다.』, 『내게로 온 것들은 눈이 슬퍼라』를 내고, 장편소설 『임제』를 출간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47세)에 타계한 아까운 인물이다.

 

  마지막 시비는 육필문학관 관장인 노희정 시인의 시 「너와 나」를 새긴 것이다.  “바위로 만나/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된다 해도/ 바람으로만 날아가지 않는다면…… ” 짧은 글이지만, 너와 나의 만남의 소중함과 간절함이 마음 깊숙이 와닿는다.

 

 

 

  문학관에 올라서니 테라스에 꽃이 소담하게 피었을 화분, 항아리, 예쁜 장식 등으로 장식했다. 그 너머 시야 가득 강화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울 들판이 정겹게 다가온다.

 

 

  그런데 기대를 안고 찾아온 문학관이 굳게 닫혀 있어 당황했다. 아침 일찍 일반전화로 방문 허락을 받을 때는 나이 지긋한 남성이었는데, 자료에 나와 있는 핸드폰 전화로 연락했더니 노희정 시인이 직접 받아 전달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입수한 일반전화의 번호가 잘못되었고, 그분이 터무니없이 대답하는 바람에 착오를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겨울철이라 예약 방문자가 없을 땐 개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하는 수없이 창문을 통하여 내부를 들여다볼 수밖에. 실내의 분위기는 아늑해 보였다. 벽면을 가득 채운 액자, 김춘수, 피천득, 조정래 등 유명한 문인들의 귀중한 육필원고, 책장에 그득히 쌓였을 시집과 소설책. 카페처럼 놓였을 탁자, 탁자, 소파를 놓고 커피를 직접 타 마실 수 있는 부엌 등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아쉽게 돌아섰다.(내부 전시물은 다음 기회에 둘러보고 올릴 예정)

 

▲출입문 유리창을 통해 잡은 일부 실내공간 모습

 

전시 공간을 넘어 문학으로 소통하기

 

  출입문에 붙여놓은 안내문을 보니 문학관은 단지 작가의 육필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글짓기(운문, 산문), 자작 글 품평, 시 낭송법, 독서 지도를 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시를 접했으면 하는 노 시인의 바람이리라. 2022년 10월 22일(토) 2시에는 전국초등학생부 시낭송대회의 입상자들에 대한 시상식 및 문화행사가 있다고 한다. 

  또 문인들이 모여 옛 선비들이 모여 시를 나눴던 시회(詩會)도 재현하고, 일반인들도 참여해 시에 관한 생각을 문인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엿보였다.

 

 

▲육필문학관의 행사를 알리는 리플렛

 

◎상세정보

 

▻주소(내비게이션) : 인천 강화군 선원면 연동로99번길 85(선원면 연리 215-7)

▻전화 : 010-2244-7776

▻관람료(문화비) : 5,000원 (다과 제공) 

▻체험 및 활동 : 시간당 강사료 3~5만 원, 사전연락 필수

▻가는 길 :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길로 접어들어 갑곶돈대와 선원면 장어구이 마을(더러미포구)을 지나 가거나 초지대교 건너 우회전하여 광성보 입구에서 좌회전- 해안도로 진입- 드라마 세트장에서 좌회전- 농로 진입- 안내 팻말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하면 문학관에 닿는다.

 

▲연락처는 010-2244-7776으로 변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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