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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이태극문학관 탐방, 시조(時調)의 거목을 찾아가다

by 혜강(惠江) 2022. 1. 8.

 

월하 이태극문학관

 

시조계의 거목(巨木)인 월하 이태극

 

 

글·사진 남상학

 

 

 

 

 

  “한 줌의 그리움이/ 마음 앞서 달려가는 곳/ 열두 폭 산수화가 팔을 벌려 반기네. / 월하의/ 고향 찾아가는 길/ 구절양장 길이여라/ 산자 수려 동촌리/ 인심도 후한 동네/ 선생은 자연 벗 삼아 시조 혼(魂) 싹 틔워서/ 그렇게/ 거목이 되고/ 하늘 별이 되었나.”

 

  벽안 이상인의 「이태극문학관 가는 길」이라는 시를 읊조리며, 월하(月河) 이태극(李泰極, 1913~2003)의 문학적 자취를 살피기 위해 강원도 화천으로 간다. 강원도 화천은 그가 태어나 자란 곳으로, 그의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난 2010년 그를 기념하기 위한 월하 이태극문학관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월하 이태극은 화천 출신으로 우리나라의 현대 시조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다. 그는 근현대 시조 문학의 부흥을 이끌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조문학의 기틀을 잡은 시조계의 거목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서울에서 월하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승용차로 2시간 넘게 화천까지 가서 평화의 댐 방향으로 가다 우측으로 접어들어 높은 신비의 고갯길(속칭 도깨비도로)로 불리는 호음고개를 넘어가면 문학관이 있는 화천읍 동촌리에 닿는다. 화천군청에서 18km 거리이다.

 

 

시조 시인이며, 시조 학자 이태극

 

  먼저 월하 이태극의 삶과 문학 활동을 살펴본다. 월하 이태극은 1913년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에서 태어났다. 양구 보통학교, 춘천 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6년 와세다대학 전문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50년 동덕여자초급대학 강사로 처음 대학 강단에 나오면서 1952년 서울대학교 강사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1959년 이화여대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한국전쟁 시기인 1950~1953년까지 전쟁사를 엮은 '뇌우탄막' 등 300여 편의 작품을 내놓아 피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줬으며, 1955년 『한국일보』에 「산딸기」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제1 시집 『꽃과 여인』(1970)과 제2 시집 『노고지리』(1976)에 실린 시조들은 대부분 향토적 자연을 대상으로 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거나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시조집으로는 『소리·소리·소리』(1982), 『날빛은 여기에』(1990), 『자하산사 이후』(1995) 등을 펴냈다. 대표작으로 「서해상의 낙조」, 「삼월은」, 「갈매기」 등이 있다.

 

  이태극의 시조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거나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운율 안에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이태극의 시조는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시조 부흥에 큰 관심을 가졌던 그는 1960년 시조전문지 『시조문학(時調文學)』을 창간하여 시조문학의 부흥을 위한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전통 시조 장르 계승에 특별한 애정을 쏟으며, 1956~60년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1955~93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사, 1964년 한국시조작가협회 부회장, 1966~73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그는 시조 이론의 정립에도 힘썼는데, 시조의 기초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시조개론』(1958)과 시조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계통별로 분류한 『시조연구논총』(1965), 『시조의 사적 연구』(1974) 등의 저서도 펴냈다. 그밖에 『고전문학연구논고』(1973) · 『시조의 사적 연구』(1974) · 『덜고 더한 시조개론』(1992) 등이 있다.

 

  이처럼 이태극은 시조 시단에 대한 각별한 소명 의식을 통해 시조 시인으로, 전통적인 운율 안에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이태극의 시조는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시조 학자로, 그리고 시조 운동가로 매우 왕성한 의욕으로 일생을 살았다.

 

  1977년 노산문학상, 1983년 외솔상, 1985년 중앙 시조 대상, 1986년 육당 시조문학상, 1990년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1994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그는 2003년, 90세를 일기로 작고하기 직전 평생 모아 소장했던 자료들을 화천군에 기증, 월하 이태극 시조 문학관을 건립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

 

 

 

 

월하 이태극문학관 이모저모

 

  이태극문학관은 화천댐 건설로 수몰된 이태극 선생의 고향 인근 동촌리에 세워졌다. 산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 두류봉(426.5m) 북쪽 자락에 자라를 잡았다.

 

  2007년부터 40억 원을 들여 준공한 월하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 면적 1389㎡의 규모에 집필실과 학예연구실, 전시실 등을 갖췄다.  

 

 

 

  먼저 문학관 건물 앞에 세운 ‘월하시조비’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조비에는 1955년 『한국일보』에 발표했던 「산딸기」가 새겨져 있다.

 

  골짝 바위 서리에 빨가장이 여문 딸기

  까마귀 먹게 두고 산이 좋아 사는 것을

  아이들 종종쳐 뛰며 숲을 헤쳐 덤비네

 

  삼동을 견뎌 넘고 삼춘(三春)을 숨어 살아

  뙤약볕 이 산허리 외롬 품고 자란 딸기

  알알이 부푼 정열이사 마냥 누려지어다.

 

     - 산딸기」 전문

 

  이 시는 화천문화원이 1990년 파로호 변에 건립한 월하 시조비에도 새겨져 있다. 그의 작품은 일상의 현실과 자연을 소재로 서정성을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1층의 안내데스크를 지나 왼쪽으로는 월화문학제, 월하 시조 백일장 등 문학관에서 개최하는 여러 행사와 강좌가 열리는 다목적실, 문학관에 비치된 다양한 문학 잡지와 시집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  

 

그리고 문인들이 집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집필실과 약 20여 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다목적실 및 쉼터

  월하 이태극 시인의 인생, 저서, 삶의 자락들과 발자취를 만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 본다. 계단을 따라 이태극문학상 수상자들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2층에 올라서면 웧아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로비 공간에는 탁자가 놓여 있고, 방문객들이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쉼터로 꾸몄다.

 

  그리고 전시실 입구에는 이태극 시인이 지은 「삼월은」이 어머니의 품처럼 반겨준다.

 

  진달래 망울 부퍼 발돋음 서성이고

  쌓이던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山) 속

  삼월(三月)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멀리 흰 산(山)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렁에 물소리가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三月)은 젖먹이로세 재롱만이 더 늘어―.

 

     - 「삼월(三月)은」 전문

 

  생경하지 않은 일상적 언어의 시적 구사, 평범한 소재를 재치 있게 표현한 수법이 일품이다.

 

 

▲2층 로비 및 그의 시 「삼월은」 

 

  전시실에 들어선 먼저 '시조문학의 거목, 국문학의 큰별'이르는 문구와 함께 그의 동상이 있고, 그의 연혁을 보여준다. 월하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월하의 가계도와 가족·아내·자녀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어 그의 인생과 가족사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화천댐 공사로 물에 잠긴 그의 생가를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전시장에는 이태극 시인의 육필 원고와 사진애용품이었던 담배 파이프부터 베레모강의 자료와 노트 등 다양한 개인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월하의 성장 과정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살펴볼 수 있다. 춘천과 서울에서 교단생활을 하며 틈틈이 시조를 적은 그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그는 시조작기로로뿐만 아니라 시조 이론의 정립에도 힘썼는데, 시조의 기초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시조개론』(1958)과 시조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계통별로 분류한 『시조연구논총』(1965), 『시조의 사적 연구』(1974) 등의 저서도 펴냈다. 그밖에 『고전문학연구논고』(1973) · 『시조의 사적 연구』(1974) · 『덜고 더한 시조개론』(1992) 등이 있다.

 

 

▲시조작가, 시조학자로서 그의 업적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강의 노트와 월급봉투

 

  또 글쓰기, 바둗두기, 수석 수집 등 월하의 다양한 취미 생활과 박두진조병화구상김남조모윤숙 등 당대 문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와 여러 가지 물품이 전시되어 있어 평소 인연을 소중히 여겼던 월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월하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취미생활로 바둑 두기와 수석 수집을 좋아했다.

 

   시인의 시조가 적혀 있는 '시조의 방'에는 시조의 개념과 특성 등 시조에 대한 이론과 시조의 흐름과 역사, 시조문학 전문지인 「시조문학」 등을 전시해 놓아 시조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시인이 발표한 시조들이 2~3개씩 적혀 있어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작품 중에서 특히 눈에 띠는 작품은 「서해상의 낙조」. 이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1957년 해군 함정을 타고 제주도를 항해하는 기회를 얻은 시인이 해군 함정 위에서 서해상의 낙조(落照)를 바라보며 쓴 현대시조다.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

   둥근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나마 잠기었다. ⃫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더니 ⃫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 진다. ⃫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연시조의 형식을 빌려 낙조 전의 장엄한 모습과 낙조 이후의 아쉬움, 그리고 낙조 후에 반달이 떠오른 풍경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묘사하고 있다. 격정적 삶이 다하고 난 뒤 아쉬움과 새롭게 찾아드는 삶의 전화위복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시조전문지인 『시조문학』과 국문학의 거두가 되기까지의 노력과 밀랍인형으로 만든 이태극 선생과 그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저서도 엿볼 수 있다.

 

 

▲이태극의 저서들
▲이태극이 지인들로부터 받은 선물
▲전국 및 강원 시조시인 명단

 

  마지막에는 거북이 등딱지에 새긴 상형문자(갑골문자)에서부터 기원전 2500년 무렵에 돌 항아리에 새긴 '히에로글리프', 마치 큰 눈을 가진 사람의 얼굴처럼 생긴 마야 문자 등 세게 여러 나라의 문자를 소개하고 있다.

 

 

▲2층옥상공원

 

  이태극문학관은 그의 뜻대로 더 많은 사람이 보다 쉽게 시조를 접하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아름다운 우리 문학인 시조를 보존, 계승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각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군장병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 및 시조교실, 월하 문학캠프, 화천 이야기 사랑방 운영 등이 그것이다. 

 

 

◎상세정보

 

 

 

 

►주소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호음로 1014-16 (동촌리 34)

►전화 : 033-442-3635

►관람 : 09:00~18:00

►휴관 : 매주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맛집

신 천일막국수 (막국수, 편육) : 화천읍 하리 21-15, 033-442-6622

명가 (회, 민물매운탕) : 화천읍 하리 72-4, 033-442-2957

어가육가 (낚지볶음, 생선구이) : 화천읍 아리 256-12, 033-441-9252

화천삼나무밥상 (삼나물돌솥밥, 대구뽈찜) : 화천읍 하리 66-65, 033-442-2224

강원나물밥 채원 (나물밥, 두부전골, 닭볶음탕) : 화천읍 하리 66-42, 033-441-0514

 

►숙소

다가가다펜션 : 화천읍 아리 95, 010-3814-1488

리즈텔 (모텔) : 화천읍 하리 39-6, 033-442-2230

답게캠핑장 (오토캠핑장) : 사내면 삼일리 577-8, 010-7643-596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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