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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한무숙문학관, 전통 한옥에 깃든 한무숙의 삶과 문학

by 혜강(惠江) 2021. 12. 24.

 

한무숙문학관

 

전통 한옥에 깃든 한무숙의 삶과 문학

 

 

글·사진 남상학

 

 

 

 

 

  서울에 살면서도 개관한 지 10년이 지난 뒤에야 방문하게 되었다. 아담한 한옥으로 된 한무숙문학관은 명륜동 골목 안에 있다.  이 집은 《역사는 흐른다》, 《빛의 계단》, 《석류나무집 이야기》, 《만남》 등을 집필한 여류 소설가 향정(香庭) 한무숙(韓戊淑, 1918~1993)이 40년 동안 온 정성을 다하여 가꾸며 살았던 집(명륜장)이다. 이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그녀는 살림하며 글을 썼다.

 

  서울의 유서 깊은 성균관 부근에 자리 잡은 이 전통 기와집은 20세기 초 장안의 대목 심목수라는 분이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주변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한옥들이 하나둘 없어져 옛 향기가 사라진 동네에 이 집은 오아시스로 남아있다. 

 

 

 

문향(聞香)이 가득한 집

 

  한무숙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와 혜화동 로터리 쪽으로 걸어가 혜화초등학교 길로 접어들어 250m 정도 가다 보면 '한무숙문학관'과 '한무숙길' 표지만이 보인다. 여기서 100m 못 미쳐 우측의 한옥 건물이 문학관이다.

 

  대문 위에는 ‘香庭韓戊淑記念館’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초인종을 누르자 직원이 나와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이 문학관은 한무숙 문학에 있어서 대부분의 산실이었다. 지금은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무숙문학관에 들면 우선 그윽한 문학의 정취가 집 안에 가득하다. 한무숙이 평생 정성을 다하여 가꾸고 다듬은 전통 한옥과 작은 정원이 고풍스러운 정취를 드러낸다.

 

  철이 지나 꽃은 볼 수 없으나 작은 연못이며 연못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잎이 진 정원수 몇 그루, 그리고 화분과 온갖 석물들이 정겹기 그지없다. 눈이 녹아 받침 떨어지는 물소리와 어울려 한옥의 멋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의 호인 향정(香庭)을 닮았을까.

 

 

 

  이 집은 1993년 그녀가 별세한 후 남편 백농(栢儂) 김진흥(金振興) 씨가 문학관으로 개조하여 개방하였다. 남편은 김진흥은 서울 태생으로 경성고등상업학교를 나와 한일은행장, 한국주택은행장, 한국종합금융 회장을 지낸 원로 금융인이다. 

 

  김진홍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후학들에게 문학의 장을 활발히 열어주고, 아울러 한국 전통가옥의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글과 그림에 담아 《여가》라는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부부는 생전에 세 차례나 함께 부부 서화전을 열었다.

 

  ‘ㄷ’자 형의 한옥의 전면과 우측은 제1, 제2전시실이고, 왼쪽 한옥은 장남이 되는 김호기 원장이 기거하는 살림집이며, 그 왼쪽으로 오르는 2, 3층은 양옥으로 집필실과 제3전시실로 꾸몄다.

 

 

 

문학관 내의 다양한 전시물

 

  입구의 정면인 제1전시실은 화려하지 않으나 시선을 끄는 맵시를 가졌다. 대청마루가 있는 빛이 잘 드는 남향으로 ‘향정헌(香庭軒)’이라는 현판이 붙었다. ‘향정’은 한무숙의 호로 한무숙의 공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편액은 부군인 백농 김진홍이 직접 쓰고 제작한 것이다.

 

 

 

  실내화를 갈아 신고 실내로 들어서면, 우선 소설가 한무숙의 사진과 함께 한무숙 연보가 왼쪽 벽면에 드러난다. 그리고 회화에서 도자기, 고가구, 그림까지 다채롭다.

 

 

 

  본래는 육필원고, 저서, 국내외 저명인사, 친지들과 주고받은 편지, 훈장, 생활용품 등 주요 물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선 매년 1회 특별 기획전을 개최하는 데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2021년에는 특별전으로 ‘글로 전하는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편지를 전시하고 있었다.

 

  편지 중에는 문인으로서 구인환, 김규동, 김남조, 김은국, 박재삼, 서정주, 오영수, 이문구 등의 편지와 해외 작가들의 편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편지가 진열대 위에 가득했다. 당시 한무숙을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들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했다.

 

 

 

  제2전시실은 제1전시실에서 문을 열고 옆방으로 들어서면 바로 제2전시실이다. 품격이 있고 훨씬 멋스러운 공간이다. 이곳은 작가가 생전 국내외 문인과 명사들을 대접하던 응접실을 재현했다.

 

  고가구와 작가가 선물 받은 족자들이 어울려 고풍스러운 멋을 내뿜는다. 프란체스카 여사를 비롯하여 박종화, 오세창 등 작가가 받은 유명 문인과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 한무숙을 아껴주셨던 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층의 집필실은 한옥과 붙은 양옥으로 되어 있다. 장남 부부의 생활 공간을 지나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녀는 70년대부터 2층에 장만한 집필실을 이용했다.

 

  집안 가사 일이 끝나는 밤중에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었기에 집필실의 기능 외에 작가의 침실이자 거실이기도 하였던 곳이다.  앉은뱅이책상 위에는 사용하던 책상과 잉크, 필기구, 스탠드 같은 집필에 사용하던 문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책이 가득한 책장이 사방으로 둘러 있고, 집필 도구와 일상 생활용품이 생전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문인들의 저자 서명 기증본, 집필에 필요한 전문자료, 그 외 문학 서적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다.

 

 

 

   3층에도 전시공간이 있다. 이곳은 작가의 예술 및 문학 활동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학창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삽화 작업 및 공예품과 집필 자료로 처녀작 『등불 든 여인』의 육필원고, 1984년에 쓴 마지막 장편소설 『만남』 등의 육필원고, 역사고증 과정의 메모 등을 전시하고 있다. 「생인손」의 드라마 대본도 있다.

 

 

 

 

한무숙의 삶과 문학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에서 성장했고 부산고등여학교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 말기인 1942년에 『신시대』의 현상 공모에 장편 「등불 드는 여인」이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이어 1943년과 1944년에 ‘조선연극협회’ 희곡 모집에 일막글 「마음」과 사막극 「서리꽃」이 연이어 당선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글에 앞서 그림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녀 이미 10대 시절 「동아일보」에 연재된 김말봉의 장편 「밀림(密林)」의 삽화를 그렸을 정도였다.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첫 번째 작품은 1948년 『국제신보』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역사는 흐른다》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제목은 《삼대》였으나 당시 국제신보사의 주간이 염상섭의 「삼대」와 겹친다는 이유로 개제를 권고하였고, 이를 작자가 받아들여 《역사는 흐른다》로 개제했다고 한다.

 

  삼대에 걸친 풍양 조씨 가문이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서서히 와해되고, 하층계급의 인물들이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흥망성쇠를 통해 구한말에서 해방 직후까지의 사회적 상황이 묘사된다. 당대의 풍속사를 풍부한 민족어로 정밀하게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대하 드라마로 각색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1958년에는 그의 대표작 「감정이 있는 심연」으로 제5회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1956년에 발간된 《월훈》은 그녀의 첫 창작집이다.

 

  그녀는 우리네 고유한 정서와 여성들의 삶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냈다. 또한, 그는 치밀한 심리묘사와 정확한 언어 구사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글을 많이 썼다. 동생인 한말숙(韓末淑, 1931~ )도 소설가로 데뷔하여 자매 작가로 활동하였다.

 

  1960~1970년대에는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로 활동하면서 일본 아사히 신문과 여성지 초청으로 수차례 강연하는 등 문화교류에도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장편 작품으로는 《역사는 흐른다.》 외에 《빛의 계단》, 《석류나무집 이야기》, 《만남》 등이 있다. 단편집으로 《감정이 있는 심연》이 있고, 수필집으로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이 외로운 만남의 축복》, 《내 마음에 뜬 달》 등이 있다. 한무숙은 별세하기 바로 전 1992년에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이란 비참과 위대의 풀 수 없는 혼합, 모순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 속에 허우적거리는 극적 존재라고 갈파한 파스칼의 말을 되새기며 그 비참을 아는 까닭은 인간은 위대하다고 한 그 ‘위대한’ 명구(名句)를 나는 아직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신선하고 순수한 감동으로 찬탄하고 있다. 나의 감동의 원천과 관심의 향방은 나이를 먹어도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 한무숙 <나의 길>(동아일보 1992. 12. 26)

 

  마지막까지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인간의 고뇌를 파헤치며 해결하고자 했던 한무숙은 1993년 75세을 일기로 세상과 작별했다.

 

  한무숙 문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치밀한 심리묘사, 정확한 언어 구사,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역사의식, 세계성으로 한국 문학사에 공헌한 바 크다.

 

  그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과 한국 여류 문학 인화 중앙위원 등을 맡았다. 신사임당 상(1973)과 대한민국 문화훈장, 대한민국 문학상 대상(1986), 3·1 문화상 예술 대상(1989), 예술 원상(1991) 등을 차례로 수상했다.

 

 그녀가 고인이 된 지 30년이 가까운 데도 한무숙문학관 곳곳에선 그녀의 삶의 체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지금 장남 부부가 이 집에 살면서 향정·백농 두 분의 삶을 기리고 그분들의 향기를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한무숙문학관에서는 매년 한무숙 문학상을 시상하고, 학술대회, 한무숙 콜로키엄(미국)을 개최한다. 한무숙 단편소설 독후감 대회와 문학기행을 주최하는가 하면 한무숙 연구서 및 문학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한무숙문학상은 1993년 남편 김진흥에 의해 한무숙재단이 설립되어 1995년부터 1921년까지 27회 시상하고 있다. 제1회 수상자는 동생 한말숙의 친구인 박완서였다. 연도별 수상자와 수상 작품은다음과 같다.

 

  나는 방문 기념으로 준 2권의 책, 삶과 문화가 있는 문학의 공간 「명륜장」과 「한무숙 대표소설 4」 (단편)를 받아들고 나왔다. 방문을 허락해 준 한무숙문학관 김호기 관장께 감사드린다.

 

 

 

◎상세 정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로9길 20 (명륜동 1가 33-100번지)

►전화 02-762-3093

►운영시간 : 10:00~17:00 (12:00~13:00 점심시간 제외)

►휴관일 : 일요일, 법정 공휴일

►관람료 : 무료

►관람방법 : 전화 예약 (최소 하루 전 예약)

►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혜화동 로터리에서 혜화초등학교 방면으로 250m 직진 후 한무숙문학관 (한무숙로) 표지판 따라 좌회전하여 100m 우측 (지하철역에서 도보 약 10분 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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