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문학관
“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들”을 찾아서
글·사진 남상학
남자라면 대부분 논산과 관련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 국가의 부름을 받고 당당한 군인으로 태어나가 위해 찾았던 곳이다. 그 여름, 뜨거운 태양이 달구던 논산벌을 그날 이후 처음으로 달렸다. 그 이유는 1981년 소설 《인간시장》으로 장안의 최대 화제를 불러온 장본인 김홍신문학관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논산은 김홍신 작가의 원체험 공간이며 김홍신 문학의 혼이 담긴 공간이다. 해방 이후 질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냈던 논산에서의 경험은 김홍신 작품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으로 지은 집, 김홍신문학관
설레는 마음을 찾아간 김홍신문학관은 충청남도 논산시 중앙로 146-23 (내동 1214)에 있다. 2019년 6월 개관한 문학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1210㎡(366평) 규모로 되어 있고, 별관으로 394.53㎡(120평) 규모의 집필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김홍신문학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 김홍신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고향 후배 홍상문화재단 남상원 회장의 후원으로 건립된 문화공간이다.
문학관의 건축이념은 '바람으로 지은 집'이다. 건물은 자연의 빛과 바람이 수평, 수직으로 관통하여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지어졌다. 따라서 문학관은 작가 작품 세계의 주요 모티프인 '바람'의 의미와 염원을 품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이라는 슬로건을 지닌 김홍신문학관은 이러한 작가 김홍신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고 있다.
문학관은 작가 일대기를 전시한 상설전시실, 주제 전(展)을 위한 기획전시실, 특별전시실을 비롯해 아카이브 전시실, 문학전망대, 관람객을 위한 열린 다목적실과 카페로 구성돼 있다.
지상1층, 작가의 공간
지상 1층은 김홍신 작가의 작품 및 시대상을 유기적으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여기서는 김홍신 작가의 삶과 문학 활동의 결과물을 모두 볼 수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좌측에 북카페가 있다. 북카페에 들어서니 김홍신문학꽌 홍보팀장인 장서영 선생이 반갑게 맞아하면서 김홍신문학관에 대한 자세하게 안내해 주었다.
북카페는 작품의 목록과 함께 200여 권이 훨씬 넘는 작가의 저서가 2층 높이의 넓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장관을 이룬다. 고개를 들어야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이곳에선 작기의 서적과 기념품도 판매한다.
북카페를 보고 나오면 하늘로 뚫린 공간에 ‘모루’가 있다. ‘모루’는 대장간에서 불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인데, 김홍신의 호(號)이다. 붉은 파라솔을 받쳐놓아 운치가 있다.
다음으로 설치책장에는 작가 김홍신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작가 김홍신의 삶과 작품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가의 방을 만들어 집필 공간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 일대기 영상, 《난장판》, 《인간시장》이 영출된 원형극장과 11개의 예술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대표작 《인간시장》방이 있다. 여기서 소설가 김홍신에 대한 삶과 작품을 간추려 본다.
김홍신 작가의 삶과 문학
소설가 김홍신 (金洪信,1947.3~ )은 충청남도 공주산에서 출생하여 논산으로 이주하여 논산에서 성장하였다. 그런 이유로 논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다.
논산 대건고등학교를 거쳐 1971년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육군 장교 복무하였고, 1974년 중위로 예편한 후 1993년 건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76년 《현대문학》에 〈물살〉, 〈본전댁〉으로 추천이 완료되어 작가로 등단한 김홍신은 이후 40여 년 동안 《인간시장》(1981), 《대발해》(2007)를 비롯해 ㅚ근 《자박자박 걸여요》(2021)까지 소설, 시, 수필, 콩트, 동화, 칼럼, 그리고 의정 활동에 관한 것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137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시장》은 산업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깊이 있게 파헤치는 정의로움과 담대함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최고의 판매기록을 수립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강렬한 리얼리즘의 역작인 《난장판》(1982), 《대곡》(1983)은 논산을 배경으로 하층민이 겪는 한(恨)의 불꽃과 6‧25 전쟁 때 도주한 북한군 소년병을 통하여 현대사의 질곡을 다루었다.
또, 희망의 바람을 잃지 않은 《내륙풍》(1987)과 《바람 바람 바람》(1982)은 작가가 시대의 바람을 담아 탄생시킨 그의 역작들이다.
한때 정계에 입문하여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7년 정계에서 물러나 소설가로 복귀한 후 대하소설 《대발해》(2007)를 출판하였다.
주요 작품을 열거하면, 《본전댁》(1976), 《기찻길 옆 오막살이》(1979), 《해방영장》(1980), 《인간시장》(1981), 《난장퍈》(1982), 《바람 바람 바람》(1982), 《대곡》(1983), 《풍객》(1986), 《제4계급》(1986), 《내륙풍》(1987), 《바람개비》(1988), 《벌거숭이들》(1989), 《도시에 갇힌 새》(1990), 《역마살》(1991), 《그대 영혼 훔치다》(1991), 《가슴을 열어 사랑을》(1992), 《사랑의 장난》(19092), 《흔들려도 너는 세상의 중심에 있다》(1994), 《대통령 정신차리소》(1995), 《칼날위의 전쟁》(1996), 《행복과 갈등》(1998), 《우리들의 건달신부》(1999), 《초한지》(2000), 《세상 사는 방법을 묻는 사람들에게》(2003), 《한 잎의 사랑》(2004), 《대발해》(2007), 《인생 사용설명서》(2009), 《단 한 번의 사랑》(2015), 《바람으로 그린 그림》(2017) 등을 들 수 있다.
수상경력을 보면, 《풍객》으로 제12회 한국소설문학상, 《내륙풍》으로 제6회 소설문학 작품상, 1994년 자랑스런 서울시민 6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제4회 통일문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상 2층, 작품의 공간
지상 2충은 본 문학관의 주제 ‘바람’에 대한 대화를 채록한 키네틱 무비가 연출된 공간이다.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바람’의 의미를 <바람으로 그린 그림, 바람으로 부른 노래> 라는 이름으로 다층적으로 담아 움직이는 영상 설치작품 다이얼로그를 선보인다.
바람이 낳은 작가 김홍신에게 ‘바람’은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표상하는 화두였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바람’에 대해 진중한 질문을 던진다. 그가 펼쳐 보이는 사랑과 용서의 그물은 현실적 좌절과 정신적인 상처로 굴곡진 우리의 영혼을 향기롭게 한다.
또한, 2층에서 시선을 끄는 방은 ‘대발해관’이다. 대발해관에서는 2007년 완성한 《대발해》 작품을 쓰게 된 동기, 역사 이야기 등 그에 관련된 내용을 영상을 통하여 알아볼 수 있게 했고, 육필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지상 3층, 참여의 공간
지상 3층은 지역과 지역 그리고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원체험 장소인 고향 논산을 시작으로 서울과 평양을 넘어 동북아의 너른 벌판까지 이어지는 문학 지도를 조망하는 공간이라고 할까?
3층에서 바라보니, 옆으로 반야산, 앞으로 건양대학교의 운동장과 캠퍼스 건물 뒤로 넓은 벌판이 펼쳐진다. 여기서니 군중들의 한 맺힌 염원과 말발굽 소리 등이 들려오는 듯 김홍신 작가의 작품 세계가 느껴진다.
또 3층은 지역사회의 예술 문화 인프라 확대를 위해 시민들이 체험하고 함께하는 참여의 공간이며, 또, 작가와의 만남’이나 ‘독자들을 위한 서평 쓰기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작가와 독자를 잇는 교감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지하 1층, 열린문화공간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본다. 지하 1층은 김홍신 문학의 특성을 지키면서 장르의 벽을 허무는 다양한 매체의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열린 문화공간이다.
작가 김홍신의 대표작 《인간시장》의 2차 창작물인 영화, 드라마 등이 상영되는 극장이자 공연과 강연, 행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별관, 집필관
문학관 탐방을 마친 뒤 정서영 선생의 안내로 집필관을 둘러보았다. 집필실은 작가의 집필실을 비롯해 레지던시 창작 공간과 세미나실, 수장고가 마련돼 있다. 명상을 위한 호젓한 공간과 집필에 알맞은 환경구성이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홍신문학관과 집필실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1층에 있는 카페 모루(Cafe Moru)에서 커피를 마시며, 김홍신 작가야말로 현실과 이상, 고통과 위로, 정의와 희망, 풍자와 해학으로 굴곡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뜨거운 휴머니즘의 바람을 선사하는 작가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상세정보
►주소 : 충청남도 논산시 중앙로 146-23 (내동 1214)
►전화 : 041-733-2019
►관람 : 10:00~18:00 (토, 일 10:00~20:00)
►휴무 : 월요일, 공휴일, 설/추석 연휴
►요금 : 무료
►가는 길 : 대중교통-논산역 정류장에서 버스 416 802 803 805 이용하여 내동2지구 정류장 하차 후 도보 8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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