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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한국 근대문학관 기획 전시, “한국 근대 추리소설 특별전”

by 혜강(惠江) 2021. 12. 4.

 

한국 근대문학관 기획전시

 

“한국 근대 추리소설 특별전”

 

한국 추리소설의 역사와 한국의 탐정들을 한 눈에

 

 

글·사진 남상학

 

 

 

 

 

 

  한국 근대문학관 기획전시관은 문학관 본관과는 2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본래 본관의 기획전시실이 협소하여 별도로 2020년 10월 개관했다.

 

  기확전시관에서는 종전 근대문학관 기확전시실에서 해 오던 전시와 행사들, 이를테면 한국 근대문학과 인문학 관련 다양한 테마 및 중요자료, 타 장르와 결합한 전시 기획 및 낭독콘서트, 문학 관련 영상을 상영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2021년 한국 근대문학관 기획 전시의 하나로 “한국의 탐정들”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근대 추리소설 특별전을 열고 있었다.

 

 

 

 

 

  이 전시는 한 세기 전 등장한 ‘정탐소설’부터 1950년대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의 발전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근대 추리소설과 작품 속 명장면들을 소개하고 전시를 통해 독자들을 열광케 한 추리소설에 어떤 작품이 있아 살펴보고 명탐정들과 그들의 활약을 즐겨볼 수 있다.

 

  전시는 6개 코너로 구분되어 있다. ‘정탐의 출현’, ‘소년 탐정’, ‘탐정의 탄생, 프로 탐정의 출현’, ‘한국을 대표하는 명탐정-유불란(劉不亂)’, ‘변질된 탐정들’, ‘해방기의 탐정, 애국탐정 장비호(張飛虎)’로 나누고, 각 부분의 추리소설 작품과 탐정과 범인들이 사용한 총기 모형, 피가 묻은 범죄의 증거품, 등장인물들이 주고받은 편지 등 소설 속 내용을 재현한 자료들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있다.

 

 

 

 

 

(1) ‘정탐’의 출현

 

  우리나라에서 추리소설이 탄생한 것은 180년 전 일이다. 한국에서는 20세기 초에 등장하는데 이때는 추리소설과 탐정보다는 ‘정탐소설’과 ‘정탐’이라는 말이 주로 사용되었다. 1908년에 발표된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 이해조의 《쌍옥적》, 《구의산》 등이 그것이다.

 

  1911년 보급서관(普及書館)에서 간행한 이 작품은 표제에 '정탐소설'이라는 명칭이 부기될 정도로 그 창작의 의도와 갈래적 성격이 뚜렷이 제시된 작품이다.

 

  동학혁명 직후의 한말(韓末)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당대의 인심과 세간의 풍속도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내용은 경인선 열차 안에서 돈 가방을 잃어버린 김 주사가 이를 찾기 위하여 정 순검을 찾는데, 사건을 맡은 정 순검은 민완한 사복형사로 등장한다. 가방을 훔친 범인은 피리를 잘 부는 손가 형제로서, 그 도둑질 솜씨가 뛰어나고 범행의 은폐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2) 소년 탐정

 

  근대 추리소설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일은 어린이나 아동이 주인공인 탐정 역할을 맡아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이 큰 줄기를 이루었다. 아동 모험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들은 192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다.

 

  주로 10세 전후의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친구들과 힘을 함쳐 범인을 적극적으로 추적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김내성의 《똘똘이의 모험》이 그 예에 속한다. 이는 방정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근대 어린이관(觀)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동생을 납치한 일본인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통쾌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린 방정환의 《칠칠단의 비밀》(어린이, 1927), 김내성의 《똘똘이의 모험》(1946)을 들 수 있다.

 

 《칠칠단의 비밀》은 납치당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오빠가 각각 일본인과 중국인의 음모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평범한 어린이들이 자기가 처한 고난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워 통쾌하게 이겨 내는 모습을 통해 참다운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3) 탐정의 탄생, 프로탐정의 출현

 

 

  한국의 추리소설은 1920년대 들어 큰 전기를 맞이한다. 이것은 헐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이 본격적으로 번역 소개되고, 신문과 잡지들이 발간되면서 추리소설을 선보일 수 있는 지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대소설을 접한 일본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추리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층과 독자층이 늘어났다. 그로 인해 외국 추리소설이 번역되고 널리 읽히면서 민간 탐정이 등장하여 활약하는 창작 추리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박병호의 《혈가사》, 서동산(徐東山)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채만식의 《염마(艶魔)》 등을 들 수 있다.

 

 《혈가사》는 1920년 7월부터 10월까지 양산 통도사에서 발행한 《취산보림》과 《조음》에 분재되다가 중단된 후 1926년 단행본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혈가사는 피 묻은 가사, 편지 조각, 시체의 손에 쥐여 있는 머리카락을 단서로 수사에 매진하나 서로 엇갈린 추측만 내놓고 대립하는 형사 순사 방규일과 윤석배 그리고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근원을 밝히고자 초빙된 조선 제일의 탐정 김응록과 그를 돕는 삼각수, 육손이 등 탐정들의 암중 비약은 물론 경성 이협판 댁의 무남독녀 이숙자의 출생에 얽힌 비밀과 이숙자와 안동 신사 권중식의 로맨스까지 복잡다기한 이야기들이 마치 정교한 퍼즐처럼 들어맞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소설임에도 읽는 이의 심장을 조이고 단숨에 책장을 넘기게 한다.

 

 

 

 

 

(4) 한국을 대표하는 명탐정-유불란(劉不亂)

 

 

  한국 근대 추리소설의 대표작가는 단연 김내성이다. 그는 일본 유학 중 1935년 《탐정소설가의 살인》이라는 작품으로 일본의 탐정소설 전문 잡지를 통해 데뷔했다.

 

  이 코너에서는 그가 창조한 한국형 명탐정 ‘유불란’의 활약을 감상할 수 있다. ‘유불란’은 한국 근대 추리소설의 대표작가 김내성이 파리의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을 만든 모리스 르불랑의 이름을 본떠 창조해 낸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탐정이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 조선 최고의 무희 주은몽은 생일 파티를 위해 경성 한복판에 가장무도회를 연다. 화가 박수일을 애인으로 두고, 백만장자 백영호와의 결혼을 앞둔 그녀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공작부인’이다. 그러나 화려함도 잠시, 그녀는 한 어릿광대의 습격을 받는다. 피로 물든 경성의 무도회장, 그러나 범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핏빛의 협박장으로만 존재하는 범인의 정체는 바로 어릴 적 주은몽을 연모했던 도승 ‘해월’. 사랑이 끔찍한 애증으로 바뀐 해월의 복수로 은몽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되자 경찰은 결국 탐정 ‘유불란’에게 도움을 청한다. 신출귀몰한 해월을 쫓는 유불란은 그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과거의 비밀과 거듭되는 반전에 맞닥뜨리게 된다.….

 

  한국 탐정소설계의 1세대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불란은 치밀하고 번뜩이는 머리를 가진 동시에 한 여인에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내성은 1939년 작인 《마인》에 탐정 유불란을 등장시켰으며, 1940년대에 내놓은 《태풍》과 《매국노》, 아동 모험소설 《백가면과 황금굴 》 등에 다시 등장시킨다.

 

 

 

 

 

(5) 변질된 탐정들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 등 일본의 연이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으로 조선 사회 전체가 전체주의적인 전시체재로 전환되었다. 1941년 진주만 침략으로 시작되는 태평양전쟁은 영국과 미국을 싸워 격멸시켜야 하는 주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추리소설과 작품 속 탐정의 역할을 의외의 상황으로 몰아갔다. 김내성의 《태풍》, 문세영의 《사선을 넘어서》 등이 그 예다.

 

  1944년 집필된 문세영의 《사선을 넘어서》는 일본과 중국을 무대로 일제의 침략논리인 ‘대동아공영권’ 완수를 위해 스파이들이 각축을 벌이는 내용이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처음으로 보트 추격전과 전투기의 공중전이 나타나는 친일 탐정소설이다.

 

 

 

 

 

(6) 해방기 탐정, 애국 탐정-장비호(張飛虎)

 

 

  이 코너에서는 방인근이 창조한 명탐정 장비호와 장비호가 활약하는 《나체미인》, 《미인스파이》, 《국보와 괴적》 등 장비호가 나오는 작품들의 원본도 볼 수 있다. 장비호는 해방 전의 ‘유불란’을 잇는 명탐정이다.

 

  장비호의 활약에는 새로운 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현실의 혼란상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작품 속 멋쟁이 청년 장비호는 당대 최고의 미녀들과 낭만적 로맨스를 나누면서 경찰도 쩔쩔매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뛰어난 능력으로 척척 해결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에는 멋진 로맨티스트이자 민족애가 넘치는 애국 탐정 장비호의 뛰어난 활약이 담겨 있다.

 

  <한국의 탐정들 : 한국 근대 추리소설 특별전>은 11월 5일 개막하여 해를 넘긴 2022년 상반기까지 전시가 지속될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로 진행된다.

 

 

 

 

 

 

◎상세정보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76(해안동2가 6-2)

►전화 : 032-773-3800, 기획전시관 032-765-0305

►운영 : 10:00~18:00(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 :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휴관), 1월 1일, 설날과 추석 연휴, 법정 공휴일 다음 날

►가는 길 :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서 하차 후 중부경찰서 방면으로 도보로 5~10분 거리, 시내버스 15번, 28번을 타고 인천 중구청 정류장에서 하차. 하버파크호텔 맞은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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