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 가끔 서 있더군
제 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숲’은 인간 사회와 대비되는 공간으로, 나무들이 모여 서로 교감을 나누는 공간이며, ‘우리’ 스스로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실현된 공간으로 그려져 있다.
1~4행에서 화자는 숲에 있는 나무들이 제각기 개별적으로 서있는 독립적인 존재이만 ‘숲’이라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음을 관찰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소외와 고독을 느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그런 삶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이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를 드러낸 주요 작가와 작품으로는 신경림의 <농무>, <목계 장터>,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호승의 <슬픔이 기쁨에게>, 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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