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이별 노래 / 정호승

by 혜강(惠江) 2020. 9. 10.

 

 

 

 

이별 노래

 

 

-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 시집 《서울의 예수》(1982)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시랑하는 ‘그대’와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그대’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다짐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그대 떠난 뒤에도 ~ 늦지 않으리’라는 역설법과 ‘그대’를 위한 ‘노을’과 ‘별’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태도를 통해 임을 향한 간절하고 변함없는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수미 상관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면서 시에 안정감을 주고, ‘별’과 ‘노을’의 비유적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고, 역설법을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문장 구조의 반복과 동일한 종결 어미의 사용을 통해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그대’와 이별하는 순간에도 ‘그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1연과 4연에서는 가정법과 수미 상관 구조를 사용하여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별의 순간을 늦추고자 하는 화자의 간절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고, 2연과 3연에서는 ‘그대’를 위해 ‘노을’이 되려 하고, 또 ‘그대’를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려 한다. 이것은 ‘노을’과 ‘별’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이별의 애절한 마음을 절절하게 그려내면서도 ‘그대’를 향한 화자의 헌신적이고 변함없는 사랑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 시와 같은 화자의 태도는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하는 우리의 전통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고려 가요 ‘가시리’,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보여 주듯이, 이 시의 화자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상황에서도 대상을 원망하기보다 ‘그대’를 향한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들은 이별의 정한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점, 이별의 상황에서 떠나는 임을 향한 심정을 표현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라는 자세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라는 대목을 연상케 한다.

 

 

▲작자 정호승(鄭浩承, 1950 ~ )

 

 

  시인.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어려운 삶에 관한 관심을 토대로 해서 비극적인 세계 인식과 유한한 존재로서의 고독한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을 정제된 언어로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1979), 《서울의 예수》(1982), 《새벽 편지》(1987), 《별들은 따뜻하다》(1990), 《흔들리지 않는 갈대》(1991),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위안》(2003), 《내가 사랑하는 사람》(2004), 《포옹》(2007), 《수선화에게》(2015),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2017)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시인)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 / 정희성  (0) 2020.09.12
민지의 꽃 / 정희성  (0) 2020.09.12
연북정(戀北亭) / 정호승  (0) 2020.09.10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2020.09.09
달팽이 / 정호승  (0) 2020.09.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