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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by 혜강(惠江) 2020. 9. 6.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두운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기다림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 시집 《서울의 예수》(1982)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그로 인해 슬픔에 잠기고 희망의 끈을 놓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꿈을 잃지 말고 스스로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희망의 도래에 대한 강한 확신과 의지를 드러내고, 자신의 절망적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 자세로 대결하면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마저 치유하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절망과 희망의 대립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같은 시구의 반복과 명령형 어미를 반복하여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역설적 표현을 통하여 절망과 슬픔을 극복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연에서는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여기서 ‘어둠’은 희망이 소멸된 현실적 상황을 의미하는데 화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하지 말고 희망을 상징하는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홀로 일어난 새벽’ 역시 희망이 없는 현실을 의미한다.

  2연에서는 괴로운 현실 속에서도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겨울밤’, ‘눈 오는 밤’, ‘어둔 방’은 1연의 ‘어둠’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이면서 암담한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데 화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촛불’을 밝히고 슬픔을 사랑하며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을 당부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슬픔을 사랑한다는 것은 슬픔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 수긍하고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3연에서는 1, 2연의 당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역설적인 표현과 기다림의 자세를 통해 힘든 현실을 딛고 사랑하며 살아가면, 반드시 희망의 시간이 올 수 있다는 확신을 노래하고 있다.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러한 현실을 딛고 사랑하며 살아가면, 반드시 그토록 염원하던 ‘봄눈’이 온다며, ‘기다림’과 ‘그리움’ 만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명령형을 통해 확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4연에서는 ‘별’, ‘희망’, ‘봄눈’, ‘보리밭 길’, ‘꿈’ 등 긍정적 시어를 제시하여 희망을 통해 이루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라는 것은 희망을 갖고 꿈을 꾸기 바라는 화자의 강한 염원을 반복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어둠’, ‘겨울밤’, ‘눈’, ‘절망’, ‘슬픔’ 등 소외된 사람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나타내는 시어와 ‘별’, ‘희망’, ‘사랑’, ‘봄눈’, ‘보리밭 길’, ‘꿈’ 등 힘든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희망을 드러내는 시어의 대립을 통해 희망의 순간이 올 것이라는 강한 확신과 의지를 보여 주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명령형 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화자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작자 정호승(鄭浩承, 1950 ~ )

  시인.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어려운 삶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해서 비극적인 세계 인식과 유한한 존재로서의 고독한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을 정제된 언어로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슬픔이 기쁨에게》(1979), 《서울의 예수》(1982), 《새벽편지》(1987), 《별들은 따뜻하다》(1990), 《흔들리지 않는 갈대》(1991),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내가 사랑하는 사람》(2004), 《포옹》(2007), 《수선화에게》(2015),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2017)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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