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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by 혜강(惠江) 2020. 9. 5.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그늘’과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음을 향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그늘’과 ‘눈물’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늘’은 인생의 어두운 면을 말하지만, 그늘로 인해 그늘로 인해 햇살은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눈물’이 있어야 사랑과 기쁨도 그 가치가 드러난다.

 

  2연 15행으로 된 이 시는 두 연을 대칭적으로 배열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운율감을 살리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연이 동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1연과 2연이 화자가 사랑하지 않는 대상과 사랑하는 대상을 대치시키고, 사랑하는 대상이 지닌 덕성과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 ‘그늘’과 ‘눈물’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활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1연에서 사랑하는 대상은 ‘그늘’로 설정되어 있고, 2연에서는 ‘눈물’로 설정되어 있다. 그늘과 눈물이 소외된 상황이나 슬픔의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은 외롭고 슬픈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는 셈이다.

 

  1연에서 화자는 ‘그늘이 없는 사람’,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그리고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이어서 그 이유가 제시되는데,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기 때문이며,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이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자가 강조하는 ‘그늘’은 햇빛과 대비되면서, 그러한 대비로 인해서 햇빛은 더욱 빛나게 하는 존재가 된다. 또한 ‘그늘’은 화자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2연에서는 1연과 동일한 구조로서 ‘눈물이 없는 사람’과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그리고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역시 그 이유로 ‘눈물이 없으면’ 기쁨도 기쁨일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자가 강조하는 ‘눈물’은 기쁨과 대비되면서 기쁨을 기쁨이게 해주는 요소이고,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며, 고요한 아름다움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화자가 강조하는 ‘눈물’은 슬픔과 고통을 지칭하는데, 슬픔과 고통 없이 얻은 기쁨은 진정한 기쁨일 수 없으며, 슬픔과 고통을 극복한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픔과 고통은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하며, 그리하여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화자는 그러한 장면을 ‘고요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면서 슬픔과 고통이 산출하는 연민과 공감이 지닌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그늘과 ’눈물‘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서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위로할 수 있는 연민과 공감의 힘, 그리고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자 정호승(鄭浩承, 1950 ~ )

 

 

  시인.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어려운 삶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해서 비극적인 세계 인식과 유한한 존재로서의 고독한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을 정제된 언어로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1979), 《서울의 예수》(1982), 《새벽편지》(1987), 《별들은 따뜻하다》(1990), 《흔들리지 않는 갈대》(1991),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내가 사랑하는 사람》(2004), 《포옹》(2007), 《수선화에게》(2015),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2017)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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