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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별 / 정지용

by 혜강(惠江) 2020. 9. 3.

 

 

 

 

- 정지용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고나.

 

어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金)실로 이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솟아날 듯, 불리울 듯, 맞아드릴 듯,

 

문득, 령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이는 회한(悔恨)*에 피어오른다.

 

힌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위에 손을 념이다.*

 

 

- 출전 《가톨릭청년》(1933. 9)

 

 

◎시어 풀이

 

*어스름 : 조금 어둑한 상태. 또는 그런 때.
*다치랴는 : 닫히려는.
*살포시 : ① 포근하게 살며시, ② 드러나지 않게 살며시.
*회한(悔恨) : 뉘우치고 한탄함. 후회, 한탄.
*힌 : 흰.
*자리옷 : 잠옷. 잠잘 때 입는 옷.
*념이다 : 여미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혼자 있는 밤, 방 안에서 창밖 멀리 빛나는 별을 보며 느낀 회한의 정과 기도하는 경건한 마음을 노래한 시로,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와 회화적 이미지, 구체적 행동 묘사를 통해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회한과 이를 기도로 달래는 화자의 모습이 감각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1~2연에서 방안에 누워서 바라보는 ‘별’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졸음에 겨워 어슴푸레 닫히려는 화자의 눈초리에는 금실로 이은 듯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3연에서는 이런 별을 화자는 못 잊어 한밤중에 잠을 깨어 창유리에 붙어서 엿본다. 그런데 4연에서 별은 ‘불현듯, 솟아날 듯,/불리울 듯, 맞아드릴 듯’ 여러 가지 인상으로 화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하여 5연에서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이는 회한에 피어오른다.’라고 한다.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은 화자의 내면에 서린 외로움의 정서를 드러낸 것으로, ‘바람처럼 이는 회한에 피어오른다’는 것은 외로운 처지에 놓인 화자가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해 뉘우치고 한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마지막 6연에 오면, ‘힌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위에 손을 너미다’라고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면서 회한을 달래고자 한다. 즉 화자는 가슴 위에 손을 여미는 행동(기도)을 통해 경건한 마음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행동 묘사를 통해 감정을 절제하며 극복하고자 한다. 이것은 신앙을 통해 내면적 고뇌와 서글픔을 달래고자 하는 태도인 것이다.

 

  정지용 시인은 시 세계를 시기별로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본다면, 중기에는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둔 시들을 많이 발표하였다. 그가 ≪가톨릭청년≫의 편집 고문으로 활동했던 1933년부터 1935년까지이다. 그의 신앙시는 종교적 진리 자체에 대한 구도 행위, 또는 시인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정신적 고결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주제 의식을 내포하기보다는 현실의 고통과 비애에 대한 개인적 정화라는 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는 ‘별’에서 회한이 일어날 때 기도를 드리면서 믿음을 견고히 하여 현실의 고통을 신앙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작자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시인. 충북 옥천 출생. 아명(兒名)은 지룡(池龍).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프란시스코. 휘문고보 재학 시절 박팔양 등과 동인지 ≪요람≫을 발간.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 재학시에 유학생 잡지인 ≪학조(學潮)≫ 창간호에 <카페 프란스> 등 9편의 시를 발표하고, 그해에 ≪신민≫, ≪어린이≫, ≪문예시대≫ 등에 <다알리아(Dahlia)>, <홍춘(紅椿)>, <산에서 온 새> 등의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1930년에는 박용철, 김영랑, 이하윤 등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 발간. 1933년에는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9인회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김기림. 박영희 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되었다. 이후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었다가 사망하였다.

  시집으로는 34세 때인 1935년 첫 시집 ≪정지용 시집≫을 출간한 뒤. ≪백록담≫(1941), ≪지용시선≫(1946)을 발간했다. 산문집으로 ≪문학독본≫(1948)과 ≪산문(散文)≫(1949)이 있다. 사후 1988년 ≪정지용 전집≫이 시와 산문으로 나뉘어 2권으로 발간되었다.

 

▲ 정지용의 문학 세계

 

  정지용의 시 세계를 저세히 살펴보면, 정지용은 1930년대에 이미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당시의 시단(詩壇)을 대표했던 시인이었다. 김기림과 같은 사람은 “한국의 현대시가 지용에서 비롯되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의 시는 크게 세 시기로 특징이 구분되어 나타난다. 첫 번째 시기는 1926년부터 1933년까지의 기간으로, 이 시기에 그는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미지를 중시하면서도 향토적 정서를 형상화한 순수 서정시의 가능성을 개척하였다. 특히 그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다듬은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여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을 받는 <향수>(1927)가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두 번째 시기는 그가 ≪가톨릭청년≫의 편집 고문으로 활동했던 1933년부터 1935년까지이다. 이 시기에 그는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둔 여러 편의 종교적인 시들을 발표하였다. <그의 반>, <불사조>, <다른 하늘>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세 번째 시기는 1936년 이후로, 이 시기에 그는 전통적인 미학에 바탕을 둔 자연시들을 발표하였다. <장수산>, <백록담>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자연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여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해서 산수시(山水詩)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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