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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키 / 유안진

by 혜강(惠江) 2020. 7. 22.

 

 

 

-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이 난쟁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 시집 《영원한 느낌표》(1987)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다른 이들의 삶의 모습까지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서러움에 대해 진정한 공감과 연민의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삶에 대해 크게 뉘우치고 있다.

 반성적이고 성찰적이며 고백적인 성격의 이 시는 연쇄법과 반복법을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문장 구조의 반복을 통해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삶을 드러내고, 경어체를 사용하여 반성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어 자기 삶의 모습에 대한 반성을 진솔한 자세로 고백하고 있다.

 1~2연에서 화자인 ‘나’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삶에 부끄러워하면서, 아직도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있음을 반성하고 있다. 3연에서 화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데 필요한 마음의 성숙과 여유를 ‘마음의 키’로 형상화하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함께 울게 될까요’라며 자신에게 반문한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과 삶의 자세를 ‘키’로 구체화했던 화자는 4연에서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라며, ‘나의 눈’과 ‘나의 귀’ 역시 자신만을 생각했던 태도에 대해 반성하며, 지금까지 자신만을 위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삶을 뜻하는 ‘난쟁이’였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부족했던 삶에 대한 부끄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 삶의 자세와 태도를 신체와 연결하여 표현하고 있는 이 시는 마음과 영혼의 성숙을 신체의 성장과 연결하여 ‘마음의 키’로 표현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인지의 과정을 ‘눈’과 ‘귀’에 의한 구체적 감각의 인식으로 형상화하였다. 또한, 자기 삶의 자세를 ‘난쟁이’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엄격한 비판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 관념의 구체적 형상화 과정은 시인의 참신한 발상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시어에 함축된 의미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작자 유안진(柳岸津, 1941~ )

 시인. 경북 안동 출생. 1965년 《현대문학》에 <달>과 <위로> 등으로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여성의 삶을 깊이 응시하는 시,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시 등 주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주로 발표하였다.

시집으로 《달하》(1970), 《절망시편》(1972), 《물로 바람으로》(1976), 《그리스도 옛 애인》(1978), 《날개옷》(1981), 《꿈꾸는 손금》(1985), 《달빛에 젖은 가락》(1985), 《약속의 별 하나》(1986), 《풍각쟁이의 꿈》(1987), 《남산길》(1988),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1993), 《누이》(1997), 《봄비 한 주머니》(2000), 《다보탑을 줍다》(2004), 《거짓말로 참말하기》(2008)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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