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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동해바다–후포에서 / 신경림

by 혜강(惠江) 2020. 6. 25.

 

 

 

 

 

동해바다–후포에서

 

 

-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 시집 《길》(1991) 수록

 

 

◎시어 풀이

 

*후포 : 지명, 울진 아래에 있는 포구

*맷방석 : 매통이나 맷돌 밑에 까는 짚으로 만든 둥근 방석.

*동산 : 마을 부근에 있는 작은 산이나 언덕.

 

 

▲이해와 감상

 

 

  시의 부제인 ‘후포’는 경상북도 울진군에 있는 작은 항구의 이름이다. 비록 작은 항구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시인은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타인에게 엄격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동해 바다처럼 넓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인 ‘나’는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동해 바다처럼 남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연물의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를 드러내는 이 시는 일상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돌’과 ‘동해 바다’의 대조적 속성을 통해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웠던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하고 있다. 화자는 남의 작은 잘못을 매우 크게 여기는 것을 ‘티끌→맷방석→동산’으로 점층법으로 표현하고, 남에게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는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작고 굳은 돌에 비유하면서 마음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2연에서 화자는 ‘동해 바다’의 넓고 푸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깨닫는다. 그 동안의 삶의 태도와는 반대로 타인에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의 표현은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자세이며, ‘스스로 억센 파도를 다스리면서’와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는 자신에게 엄격한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화자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동해 바다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데, 바다의 넓고 깊은 모습을 통해 타인에게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삶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는 자기 단련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자 신경림(申庚林, 1936 ~ )

 

 

  시인. 충북 충주 출생. 1955년 《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낮달>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1973년에 펴낸 첫 시집 〈농무(農舞)〉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린 농촌 현실을 기초로 하여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는 시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 《농무》(1973), 《새재》(1979),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우리들의 북》(1988), 《길》(1990) 등이 있다.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우리 민중의 한, 울분, 고뇌 등을 다룬 시를 썼다.

 

  그런데 <동해 바다>가 실린 시집 《길》에서 시인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각지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풍경을 삶에 대한 성찰로 풀어낸다. 그동안 시인이 사회와 소외된 민중들의 삶에 인식의 중점을 두었다면, 《길》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시집 《길》에는 ‘나’가 화자로 많이 등장한다. ‘동해 바다’ 역시 바다를 보면서 시인이 느낀 바를 옮겨 놓은 시라고 할 수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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