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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달 / 박목월

by 혜강(惠江) 2020. 5. 27.

 

 

 

   - 박목월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 시집 《청록집》(1946) 수록

 

▲이해와 감상

 

  박목월의 시 <달>은 1955년에 발행된 박목월의 제1시집 《산도화(山桃花》에 수록된 작품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향토적 정서가 어우러진 박목월의 초기 시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달’을 제재로 삼은 이 시는 간결한 형식과 서정적인 풍경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그 안에 표현된 애상적 정서가 잔잔하게 전해지는 시이다.

 3음보의 민요조와 비슷한 음운의 반복으로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1연과 마지막 3연을 반복하여 수미 상관의 구성으로 시상의 안정감과 간렬한 형식미를 보여준다.

 이 시의 제재인 ‘달’은 신라 향가인 원왕생(願往生歌)의 ‘달’이 기원의 대상인 반면, 이 시에서는 슬픔이 깃든 대상물로 등장하고 있다. 1연의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는 화자의 마음에 투영되는 모습을 객과적인 거리를 두고 압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여기서의 ‘배꽃’이나 ‘달’은 애상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2연에 등장하는 ‘불국사 언저리’는 종교적인 공간으로 탈속적 세계를 상징하며, 고결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불국사 언저리’를 등장시킨 것은 탈속적 세계로 가는 달의 모습을 통해 화자의 애상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1, 3연에 형상화한 배꽃과 달빛의 조화를 바탕으로 환상적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다분히 자연 친화적, 관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시는 우리 민족의 정한(情恨)을 드러내는 박목월 특유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서정성의 실체는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정한(情恨)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슬픔이 잔잔하게 배어 있는 풍경만을 제시해 절제된 감정으로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조적 태도는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했던 전통적인 자세와 맞닿아 있다.

 

▲작자 박목월(朴木月, 1916~1978)

 

  시인. 경북 경주 출생. 본명 박영종. 1939년 《문장》에 <길처럼>, <연륜>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의 한 사람이다. 초기에는 향토적 서정을 민요 가락에 담아 담담하고 소박하게 그려냈다. 중기에는 생활 주변의 소재를 다루는 글을 썼으며, 만년에는 기독교 신앙에 깊이 침잠하는 시 세계를 보였다. 시집으로 《청록집》(3인 공저, 1946), 《산도화(山桃花》(1955), 《난·기타》(1959), 《청담(晴曇)》(1964), 《경상도의 가랑잎》(1962)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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