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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봄비 / 박목월

by 혜강(惠江) 2020. 5. 27.

 

 

봄비

 

- 박목월



조용히 젖어드는
초가(草家) 지붕 아래서
왼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月谷嶺) 삼십 리(三十里)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마을이라
봄비는 나려

젖은 담 모퉁이
곱게 돌아서
모란 움 솟는가
슬픈 꿈처럼

 

▲이해와 감상

  박목월의 초기시에 속하는 이 시는 조용히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하는 애상적(哀想的), 낭만적인 서정시이다. ‘봄비’는 그대에 대한 그리움을 깊어지게 하는 동시에 시 전반에 걸쳐 애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3연, 각 4행으로 된 이 시는 시행이 점차적으로 짧아지는 정제된 형태와 간결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 봄비가 내리는 정경을 묘사하여 그리움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봄은 흔히 소생(蘇生)의 계절이라 불린다. 이 무렵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내리는 봄비는 모든 생명 존재에게 생장(生長)의 활력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시에서 화자는 조용히 내리는 봄비를 보며 온종일 초가지붕 아래서 ‘그대’ 생각에 잠겨 있다. ‘그대’는 ‘월곡령 삼십 리’ 살구꽃 피는 마을에 산다. 이 작품에서 ‘봄비’는 ‘그대’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구실을 한다. 마지막 3연에서는 ‘봄비’가 내려 ‘모란 움’이 솟아나듯, 화자의 마음속에는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피어난다. 하지만 지금 ‘그대’는 곁에 없기에 화자에게는 이 상황이 ‘슬픈 꿈처럼’ 느껴지면서 그대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심화(深化)되고 있다.

 

▲작자 박목월(朴木月, 1916~1978)

 시인. 경북 경주 출생. 본명 박영종. 1939년 《문장》에 <길처럼>, <연륜>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의 한 사람이다. 초기에는 향토적 서정을 민요 가락에 담아 담담하고 소박하게 그려냈다. 중기에는 생활 주변의 소재를 다루는 글을 썼으며, 만년에는 기독교 신앙에 깊이 침잠하는 시 세계를 보였다. 시집으로 《청록집》(3인 공저, 1946), 《산도화(山桃花》(1955), 《난·기타》(1959), 《청담(晴曇)》(1964), 《경상도의 가랑잎》(1962)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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