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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권정생 - 가장 큰 아이 / 박남희

by 혜강(惠江) 2020. 5. 26.

 

 

생전의 권정생 선생의 모습

 

 

 

권정생 - 가장 큰 아이

 

 

- 박남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를 알고 있다.
덩치가 큰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 가장 큰 아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따뜻한 생명을 불어넣으며
우주처럼 점점 크게 자라나는 아이를 알고 있다

일제 시대 가난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나무장수 고구마 장수 등을 하며 떠돌다가
결핵에 걸려 고생을 하고 마을 교회 종지기 생활을 하면서도
열심히 동화를 써서 가난한 어린이를 돕고 싶어 했던
어른이면서도 아이보다도 더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

권정생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가난하게 살면서도
평생 인세로 받은 돈 10억을
북한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먼 나라로 소풍 간 아이,

강아지똥이나 몽실언니와 함께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 가슴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아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골 깊은 주름 골짜기에 담아
세상에는 아름다운 햇살만 남겨 놓고 떠난
일흔 살 선한 눈빛의 아이를 알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어두운 세상을 아이와 같이 밝고 순수하게 살다 간 동화작가 권정생에 대한 추모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인물시(人物詩)이다.

 

 시인은 1연에서 추모의 대상인 권정생을 ‘가장 큰 아이’로 표현하고 있다. ‘가장 큰 아이’는 키나 몸집이 커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맑은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른을 ‘아이’라 칭하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권정생의 맑은 영혼을 효과 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동화작가인 권정생은 문학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불어넣어 주고 있음을 드러낸다.

 

 2연에서 4연까지는 권정생 작기의 살아온 삶을 이야기로 서술하고 있다. 권정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광복 직후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으나 빈곤과 6·25전쟁 등으로 곧 가족과 헤어져, 객지를 떠돌며 장사와 점원일 등 온갖 궂은일을 하다가 결핵을 얻어 안동의 고향으로 돌아와 생사를 넘나드는 가운데 기독교에 귀의하여 그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교회의 종지기로 살며 글을 썼다.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져 베스트셀러 작가된 된 이후에도 1980년대 초 교회 뒤 언덕에 지은 작은 흙집에서 살면서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평생 인세로 받은 돈 10억’을 북한 어린이 사업에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시인은 권정생 작가가 고된 삶 속에서도 어린이를 위해 작품을 쓰고, 있는 돈을 몽땅 털어 어린이를 위해 아낌없이 베풀고 세상을 떠난 고귀한 삶을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로 표현하며 추모하고 있다.

 

  5연에서 시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강아지 똥이나 몽실언니와 함께/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의 가슴 속에서/ 밝게 웃는 아이’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권정생이 쓴 ‘강아지 똥’이나 ‘몽실언니’ 같은 작품이 주는 감동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그 속에서 권정생이 밝게 웃고 있는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린이를 사랑하는 맑은 영혼을 지닌 그를 떠올리게 한다.

 

  화자는 마지막으로, 권정생이 칠십 평생을 작품으로, 삶으로 세상에 ‘아름다운 햇살’만 남겨놓고 떠난 ‘선한 눈빛의 아이’로 표현하여 어둠을 밝게 만들어 놓고 떠난 그를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어둠의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은 그 어떤 권력자나 재력가가 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가난과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세상을 밝게 바라보며,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글을 썼던 ‘맑은 영혼’, ‘선한 눈빛’의 소유자가 해낼 수 있는 것이리라.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하여 권정생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힘없고 약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희망적인 작품을 많이 썼다. 특히 그리스도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유아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까지도 손꼽히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권정생(權正生, 1937 ~ 2007)

 

 

  아동 문학가. 시인. 1969년 월간 《기독교교육》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 현상 모집에 동화 <강아지똥>이 당선되고, 197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아기양의 그림자 딸라이>가 가작 당선되었으며,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주요 작품으로 <강아지똥> (1969), <무명 저고리와 엄마>(1975), <몽실언니> (1984) 외에 <열여섯 살의 겨울> 등이 있다.

 

  동화집으로 《강아지똥》,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한티재하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깜둥바가지 아줌마》 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수필집에는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시에 나오는 두 작품 : <강아지똥>과 <몽실언니>

 

 

1. 〈강아지똥> 1984년 출간한 장편 동화. 이 작품은 을유해방과 전쟁 등을 거치면서 남한 내에 팽배하던 이념 대립을 배경으로 어른보다 더 큰 고난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몽실이의 삶을 통해서 인간다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 수작이다. 이것은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이자 모진 고난을 헤쳐나온 민족의 이야기이며, 남·북한군 양쪽을 민족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평화의 메시지이다. 이 작품은 1990년 MBC에서 김한영 연출로 드라마화하여 방영되었다.

 

2. <몽실언니>  1984년  간행된 권정생의 장편동화. 이 작품은 몽실이라는 주인공의 삶의 과정을 통해 전쟁과 함께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혁과 그 고통스런 세월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몽실이가 부모를 모두 잃고 배다른 동생 난남이를 키우게 되는 과정으로 엮어진다.  마을사람들의 비아냥도 돌아보지 않고 먹을 것을 구걸하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지만, 몽실이는 한번도 삶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고 굳센 의지를 보여준다. 오히려 자신보다 불행한 환경에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작품 속의  주인공  몽실 언니는 바로 우리가 잊고 있는 우리들의 어머니의, 누이의 자화상으로 인식된다. 몽실이의 삶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결코 꺾이지 않는 단단한 내면의 의지는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넘겨 온 우리네 서민의 삶의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 작자 박남희

 

 

시인. 경기도 고양 출생.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폐차장 근처》, 《이불속의 쥐》, 《고장난 아침》,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가 있다. 평론집으로 《존재와 거울의 시학》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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