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이 있는 국숫집
-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 시집 《가재미》(2006) 수록
이 작품은 국숫집에서 만난 사람들이 평상에 마주 앉아 국수를 먹으며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하며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 경상북도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處暑〉외 아홉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사소한 자연물도 귀하게 여기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박한 정서를 통해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2000), 《맨발》(2004), 《그맘때에는》(2005), 《가재미》(2006), 《그늘의 발달》(2008), 《먼 곳》(2012),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2015)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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