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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강강술래 / 김준태

by 혜강(惠江) 2020. 5. 4.

 

 

 

 

강강술래

 

 

- 김준태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린다.

어느덧 산국화 냄새 나는 팔순 할머니

팔십 평생 행여 풀여치 하나 밟을세라

안절부절 허리 굽혀 살아오신 할머니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주면서

언제나 변함없는 대밭을 바라본다.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그렇게 소중히 가꾸신 대밭

대밭이 죽으면 집안과 나라가 망한다고

가는 해마다 거름 주고 오는 해마다 거름 주며

죽순 하나 뽑지 못하게 하시던 할아버님

할아버님의 흰 옷자락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 도깨비들이 춤추던 대밭을 바라본다.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주면서

강강술래 나는 논이 되고 싶었다

강강술래 나는 밭이 되고 싶었다.

 

 

         - 시집 지평선에 서서(1999)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산업화 이후에 변해 버린 농촌의 현실에서 느끼는 서글픔과 과거의 농촌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목인 강강술래는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 정신을 드러낸 것으로, 화자는 추석날 고향에 내려가 팔순(八旬)이 된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리고, 대밭을 바라보며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과거 농촌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강강술래라는 제목을 사용하여 공동체 정신이 강조하고 있으며, 후각과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의 속성을 제시하고, 유사 시구가 반복되면서 리듬감과 함께 대상(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고향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태어나서 자란 곳으로 추억이 깃든 곳이며, 아직도 어른들이 살고 계신 곳이다. 그러므로, 시적 화자는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에 가서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린다.’ 이러한 행위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팔십평생 풀여치 하나 밟을세라/ 안절부절 허리 굽혀 살아오신분이다. 그만큼 자연과 생명을 아끼고 배려하며 살아오신 분이다.

 

 그리고 화자는 대밭을 바라보며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대밭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해마다 거름을 주고’ ‘죽순 하나 뽑지 못하게하시며 애지중지 가꾼 대밭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흰 옷자락은 소박하고 친근한 할아버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그 시절 도깨비들이 춤추던 대밭은 대밭을 환상적으로 표현하여 과거 농촌 삶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와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농촌의 과거일 뿐이며, 화자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만을 느낄 뿐이다.

 

  마지막 대목인 강강술래 나는 논이 되고 싶었다/ 강강술래 나는 밭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 표현은 반복과 변조를 통하여 아픈 농촌 현실을 보듬으며 과거 공동체의 가치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화자의 소망을 드러낸 것이다.

 

 

작자 김준태(金準泰,1948 ~ )

 

 

 시인. 전남 해남 출생. 대학 1학년 재학 중인 1969시인(詩人)지에 <시작(詩作)을 그렇게 하면 되나>, <어메리카>, <신김수영 (新金洙瑛)>, <서울역>, <아스팔트> 등을 발표하고 전남일보신춘문예에 <참깨를 털면서>가 당선함으로써 문단에 등장하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소재로 광주를 예수와 불사조라고 노래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썼다. 이 시는 198062일자 전남매일신문 1면에 실려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 신문은 당시 신군부 계엄에 의해 검열되어 <아아 광주여> 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당시 시인은 고교 교사로 재직했을 때로서 저항시를 신문에 게재한 탓에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강제 해직당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칼과 흙, , 달팽이 뿔등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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