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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술래잡기 / 김종삼

by 혜강(惠江) 2020. 5. 4.

 

 

 

 

 

술래잡기

 

- 김종삼

 

 

심청일 웃겨 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 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가리개 헝겊을 맨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하던 애들은 안 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 김종삼전집(1989)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고전 소설 <심청전> 속의 인물인 심청과 아이들이 술래잡기하는 모습을 통해 심 봉사와 심청의 한()과 슬픔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노래한 작품이다. <심청전>에서 유추된 상상력으로 술래잡기라는 놀이를 통해 심청이의 한()과 슬픔을 형상화한 시이다.

 

 고전 소설 <심청전> 속의 심청이는 숙명적으로 한과 슬픔이 많은 소녀이다. 엄마 없이 성장하고 눈 멈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심청이에게 웃겨 보자고술래잡기를 했다. 그런데 심청이가 붙잡혀 술래가 되어 눈 가리기 헝겊을 맨 채 한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심청은 캄캄한 어둠과 마주했고, 그 어둠이 아버지 심 봉사가 항상 겪는 일이라는 데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아버지와 같은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진정으로 공감하고 연민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심청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안타까워하며 심청이를 위로해 주고 있다고 소설의 줄거리를 압축하여 간결하게 제시하고 있다. 소설을 과감한 생략과 압축에 의해 시화(詩化)함으로써 여백의 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결국, ‘심청이라는 인물을 통해 타인의 한과 슬픔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표현하여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시인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작자 김종삼(金宗三, 1921~1984)

 

  시인. 황해도 은율 출생. 1951년 대구에서 시 <원정(園丁)>, <돌각담> 등을 발표하여 시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초기에는 어구의 비약적 연결과 시어에 담긴 음악의 경지를 추구하는 순수시의 경향을 나타내는 시를 썼으나, 이후 점차 현대인의 절망 의식을 상징하는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며, 과감한 생략을 통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였다. 시집으로 십이음계(1962), 시인 학교(1977), 북 치는 소년(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2), 김종삼전집(198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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