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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장편(掌篇) 2 / 김종삼

by 혜강(惠江) 2020. 5. 4.

 

 

<사진 출처 : 다음카페 '효사랑방'>

 

 

 

장편(掌篇) 2

 

 

 

-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 시집 시인학교(1977) 수록

 

 

시어 풀이

 

장편(掌篇) : 콩트. 매우 짧은 산문, 즉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이라는 뜻.

균일상(均一床) : 똑같은 가격의 밥상

 

 

이해와 감상

 

 

 시인 김종삼은 6.25 전쟁 뒤에 모더니즘 시인으로 주목 받았다. 그의 시는 여백의 시’, ‘내용 없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시라고도 말한다. 시의 기법을 통해 비어 있는 세계를 깨닫고 독특한 미의 창조를 시도한 그의 노력은 1977년에 발표된 <시인학교>에 수록된 장편 2’에서도 보여진다.

 

 이 시는 짧지만 긴 이야기가 숨어 있는 시이다. 어버이 생일에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밥상을 마련하는 어린 딸의 모습을 통해 부모를 생각하는 어린 소녀의 효심(孝心)을 표현한 작품이다. 언어적인 수식이나 기교 없이 화자가 목격한 장면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와 함께 청계천 변 10전 균일상((均一床) 밥집을 찾았다. 주인 영감은 거지가 구걸하러 온 것으로 착각하고 소리를 지른다. 소녀의 어버이는 밥집에서조차 천대받는 거지 장님이다. 그러나 부모 생일을 챙겨 드리고자 하는 거지 소녀는 밥집 주인의 호통이 무섭지 않다. 거지 소녀는 태연하게 어버이의 생일이라며 10전짜리 두 개를 보여준다. 어버이를 봉양하는 거지 소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장편(掌篇)’이란 콩트를 뜻하는 말로 매우 짧은 산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 시는 제목처럼 정말 짧은 순간의 상황을 보여주지만, 그 내면에는 아주 깊고 긴 울림을 주는 감동과 긴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다.

 

 

작자 김종삼(金宗三, 1921~1984)

 

 

 시인. 황해도 은율 출생. 1951년 대구에서 시 <원정(園丁)>, <돌각담> 등을 발표하여 시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초기에는 어구의 비약적 연결과 시어에 담긴 음악의 경지를 추구하는 순수시의 경향을 나타내는 시를 썼으나, 이후 점차 현대인의 절망 의식을 상징하는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며, 과감한 생략을 통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였다. 시집으로 십이음계(1962), 시인 학교(1977), 북 치는 소년(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2), 김종삼전집(1989) 등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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