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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김광섭 시인에게 / 김광섭

by 혜강(惠江) 2020. 5. 3.






김광섭 시인에게

 

- 김유선

60년대 초 당신이 살던 성북동에서는

비둘기들이 채석장으로 쫓겨 돌부리를 쪼았다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성북동에 비둘기는 없는 걸요.

채석장도 없어요.

요즈음은 비둘기를 보려면

도심으로 들어와 시청 광장쯤에서 팝콘을 뿌리지요.

순식간에 몰려드는 비둘기 떼

겁 없이 손등까지 올라와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지만

나머지 부스러기 하나 마저 먹으면

올 때처럼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는

비둘기를 만날 수 있어요. 그때에는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다시 오지 않아

 

         - 별이라고 했니 운명이라고 했니(1995)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창조적으로 변용하여 시청 광장의 비둘기를 통해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시는 김광섭 시인에게 편지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1968월간문학에 발표된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는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문명과 도시 개발에 의한 자연 파괴로 보금자리를 상실한 채 쫓기는 신세로 전락해 버린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 시를 통해 도시 문명의 부작용과 해악을 절제된 목소리로 경고하고, 울러 물질문명 시대의 자연의 소중함과 사랑,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대립적인 의미를 사용하여 현대인의 이기적인 소시민을 풍자하고 있는데, 과거 60년대의 비둘기는 산업사회에서 소외당해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으나, 현재 80년대의 비둘기는 속물적이고 영악하며 이기적인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 60년대의 비둘기는 산업화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지만,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문명화된 비둘기는 물질적 이익을 상징하는 '팝콘'에 따라 모였다가 가 버리는 이기적인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비둘기의 모습은 물질적 이익에 무모할 정도로 집착하고, 이익이 없으면 무관심한 현대인의 이기적인 모습과 일치한다. 화자는 이러한 도시 문명 속에서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우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1~5행에서는 60년대 성북동에서 살던 비둘기는 20년이 지난 지금은 환경이 변하여 사라져 없어졌음을 말한다. 6~16행에서는 물질적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비둘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80년대의 비둘기는 도심으로 들어와 시청 광장에서 산다. 비둘기의 삶의 공간이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나타낸다. 그리고 먹이도 팝콘으로 대체되었다. 그만큼 도시화에 익숙해졌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비둘기는 팝콘을 뿌릴 때는 순식간에 몰려들어 겁 없이 손등까지 올라와/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팝콘을 먹지만, 부스러기까지 먹으면 어디론지 사라져만날 수가 없다고 한다. 먹이에 재빠르게, 그것도 대담하게 먹이인 팝콘에 반응하다가, 먹을 거리가 없어지면 지체없이 사라지는 비둘기 떼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이러한 비둘기의 모습은 이해타산(利害打算)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모습이며, 물질이 매개가 되어야만 관계를 맺는 인간의 비정한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다시 오지 않아요눈으로 손으로'팝콘'과 대비되는 것으로, 물질이 아닌 진심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애를 써도 물질이 전제되지 않는 한 만남을 거절하는 비둘기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정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삭막한 인간 관계를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시청 광장에서 살고 있는 비둘기의 먹이 활동을 통하여 이해타산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현대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작자 김유선(1950~2019)

 

 여류시인, 경기도 용인 출생.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1983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놓친 마음찾기, 별이라고 했니 운명이라고 했니(1995), 빈집등과 그 밖의 저서로는 춘원시 연구, 현대시 연구의 방법론적 실제등이 있다. '천상병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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