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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섬진강 3 / 김용택

by 혜강(惠江) 2020. 5. 2.

 

 

섬진강 3

- 김용택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드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ㅡ 시집 섬진강(1985)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섬진강연작 20편 중에서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섬진강과 그 마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라는 3인칭을 사용하여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저녁녘에 섬진강에서 돌아오며 섬진강과 섬진강 주변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보이며, 그 애정을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시는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시하는 '그대라는 대명사를 내세워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고 있으며, 문장의 종결어미 ’~으리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호흡이 긴 문장으로 섬진강의 유유한 흐름을 형상화하면서 자신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7행에서 화자는 애정 어린 눈으로 섬진강을 바라보며 섬진강에 대한 사색에 잠긴다. 지는 해에 반짝이는 잔물결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화자는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라는 말로 섬진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8~17행은 강물의 깊이 만큼, 자신이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섬진강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섬진강은 세월의 흐름 따라 풀잎이 피고 지고, 그 위에 하얀 서리가 내리는 풍경에 기대어 살아오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해 오며 물 깊이 그리움을 심어'온 것을 노래한다.

  이어 18~29행에서는 섬진강가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 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라며, 섬진강과 그 안에 살고 잇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낸다. , 화자는 '돌멩이’, ‘풀잎 하나등 삶을 함께하는 작은 존재들에게도 사랑을 느끼고, ‘이 땅이 의미하는 섬진강과 더 키워 나가야 할/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그 사랑을 우리 국토로 확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화자는 멀리서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라는 표현으로,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게 한 몸 되어 살아갈 섬진강가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노래하며 마무리한다.

  이 시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라고 지금도 터 잡고 사는 사람으로서 정든 고장에 대한 사랑이 아름다운 리듬을 타고 절창으로 울린다. 그래서 시의 울림은 소박하고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특히, ‘그대를 통해 암시적으로 드러나는 시인의 마음이 자신의 즐거움과 기쁨, 정듦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시는 그 보편적 울림을 충분히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작자 김용택(金龍澤, 1948 ~ )

 시인. 전북 임실 출생. 1982창작과 비평 21 신인 작가상-꺼지지 않는 횃불섬진강 1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섬진강연작시로 유명하여 일명 '섬진강 시인'으로 불린다.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섬세한 시어와 서정적인 가락을 바탕으로 농촌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그들이 자연을 보는 시선과 교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한편으로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하여 황량한 농촌 마을,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쓸쓸한 고향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시집으로 섬진강(1985), 맑은 날, 그리운 꽃 편지(1987), 강 같은 세월(1995), 그 여자네 집(1998) 등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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