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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섬진강15 / 김용택

by 혜강(惠江) 2020. 5. 2.






섬진강15

겨울, 사랑의 편지

 

- 김용택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 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 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 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 섬진강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부제에 붙인 그대로 섬진강 주변에 터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겨울, 사랑의 편지이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민중의 삶의 모습을 노래한 이 시는 <섬진강> 연작시 중 한 편으로, 시인은 고된 현실을 이겨 내는 민중의 생명력을 섬진강의 모습을 통해 섬진강 주변에 사는 민중의 한과 그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시적 화자는 섬진강 주변을 거닐면서 섬진강 주변 마을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연민과 애정을 애정을 느끼며,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예찬하고 있다.

 

 이 시는 자연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여 주제 의식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공간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삽니다’, ‘믿습니다’. ‘사랑합니다등에서처럼 경어체의 종결어미 ‘~니다를 반복하여 소박하고 겸허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산과 작은 들, 작은 강과 마을에서 논밭과 더불어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맑고 따뜻한 심성을 노래한다.

 

 마을에서 논길로 공간이 이동된 화자는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 본다. ‘맑은 피는 겨울 추위를 이긴 순수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시린 보릿잎은 시련을 견디는 민중을 상징한다. 그리고 시린 잎에 얼굴을 대 본 화자는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라고 한다. 이것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만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역설적인 표현으로서 민중의 맑고 따뜻한 심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어 화자의 시선이 강물로공간을 이동하여 추운 겨울을 견디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시련을 이겨 내고 봄을 기다리는 민중을 노래한다. ‘살 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은 봄을 위해 견뎌야 하는 시련과 고통을 의미하며, ‘땅을 향한 겨울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은 겨울풀들이 시련을 견디며 생명의 터전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의인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보릿잎풀잎으로 표현된 민중에 대한 화자의 무한 애정은 당신/ ,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에 직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겨울 눈길을 지나 강물에 이르는 길을 걸으며 섬진강에 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의 풍광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시린 보리잎에 얼굴을 대며 인정을 느끼고, 서리 낀 풀잎에서 그리움을 느끼는데, 화자는 그 따뜻한 마음이 임에 대한 그리움 또는 동시대 민중들이 시련을 극복하는 힘이 되고 있음을 선명하게 부각한다.

 

 

작자 김용택(金龍澤, 1948 ~ )

 

 시인. 전북 임실 출생. 1982창작과 비평 21 신인 작가상-꺼지지 않는 횃불섬진강 1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섬진강연작시로 유명하여 일명 '섬진강 시인'으로 불린다.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섬세한 시어와 서정적인 가락을 바탕으로 농촌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그들이 자연을 보는 시선과 교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한편으로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하여 황량한 농촌 마을,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쓸쓸한 고향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시집으로 섬진강(1985), 맑은 날, 그리운 꽃 편지(1987), 강 같은 세월(1995), 그 여자네 집(199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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