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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by 혜강(惠江) 2020. 5. 2.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서리 내린 실기지 끝에서

눈뜨리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게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 시집 그 여자네 집(1998) 수록

 

 

시어 풀이

 

*상수리나무 : 참나뭇과의 낙엽 교목. 둥근 모양의 열매는 식용함. 참나무.

*해맑은 : 티 없이 깨끗하고 환한
*박새 : 박샛과의 새. 참새만 한데, 해충을 잡아먹는 텃새로 보호조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봄산의 솔숲에서 묵은 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화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참된 생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자연 현상에 따라 변화하는 시적 화자의 심리를 잘 포착하고 있으며 세속을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화자는 이 시의 서두에서,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라며, 삶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에서 오는,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삶에의 소망을 피력한다. 봄산에서는 묵은 솔이파리들이 떨어지고 상수리 묵은 잎도 지기 때문이다. ‘버릴’, ‘내리고’, ‘지네의 하강 이미지는 화자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다. 이 광경을 본 화자는 자신도 지난날의 짐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다. 화자에게 지난날이란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네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라는 표현으로 볼 때, 세상의 욕망에 대한 헛된 집착에서 오는 근심과 고단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행위는 그러면 지난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라는 표현으로 볼 때, 자연과 함께해 온 지난날처럼 자연의아가고 싶은 미래에 한 기대를 솔숲에서 다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라는 구절에 와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렇게 마음을 비울 때, 솔숲에 햇살박새들그리고 삶의 근심과 고단함을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한다. 그래서 화자는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눔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라는 표현으로, 기쁨을 함께 만끽할 동반자 그대와 함께, ‘눈뜨리를 세 번이나 반복하여 새로운 희망에 대한 자각을 통하여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이로 비추어 볼 때, ‘솔숲은 단순히 자연의 공간이 아닌 화자에게 삶을 성찰하게 해  주고 깨달음을 주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봄산 솔숲의 자연 묘사와 자신을 버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화자의 성찰은 시상 전개상 종결어미의 변화에서 더욱 확연히 확인된다. , 솔숲의 자연 현상을 진술할 때에는 라는 종결어미를 사용하여 차분하게 묘사하는 반면, 화자의 성찰 및 정서를 표출할 때에는 라는 종결어미를 사용하여 영탄하는 목소리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을 관찰한 내용을 제시하고 화자의 삶에 대한 성찰을 제시한 것은 자연의 모습과 같아지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작자 김용택(金龍澤, 1948 ~ )

 

 

  시인. 전북 임실 출생. 1982창작과 비평 21 신인 작가상-꺼지지 않는 횃불섬진강 1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섬진강연작시로 유명하여 일명 '섬진강 시인'으로 불린다.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섬세한 시어와 서정적인 가락을 바탕으로 농촌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그들이 자연을 보는 시선과 교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한편으로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하여 황량한 농촌 마을,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쓸쓸한 고향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시집으로 섬진강(1985), 맑은 날, 그리운 꽃 편지(1987), 강 같은 세월(1995), 그 여자네 집(1998) 등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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