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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연 2 / 김영랑

by 혜강(惠江) 2020. 5. 1.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까마귀(fm1crow)' >

 

 

 

2

 

 

- 김영랑

 

 

 

좀평나무 높은 가지 끝에 얽힌 다아 해진

흰 실낱을 남은 몰라도

보름 전에 산을 넘어 멀리 가 버린 내 연의

한 알 남긴 설움의 첫 씨.

태어난 뒤 처음 높이 띄운 보람 맛본 보람

안 끊어졌다면 그럴 수 없지.

찬바람 쐬며 콧물 흘리며 그 겨우내

그 실낱 치어다보러 다녔으리.

내 인생이란 그때부터 벌써 시든 상싶어

철든 어른을 뽐내다가도 그 실낱같은 병의 실마리

마음 어느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어 얼씬거리면

아이고! 모르지.

불다 자는 바람 타다 버린 불똥

! 인생도 겨레도 다아 멀어지더구나.

 

 

           - 영랑 시선(1939)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연날리기와 유년의 꿈 꾸기를 대응시켜 날아가 버린 에 빗대어 인생의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은 화자는 꿈과 희망, 보람 등을 상징한다. 화자는 을 높이 날리며 부푼 꿈을 키워갔을 것이다. 그러나 연줄이 끊기듯 꿈과 희망도 끊어져 화자의 삶은 상실감과 그로 인한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다.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연을 날리다가 연줄이 그만 끊어졌다. 실을 끊고 날아가 버린 은 화자의 꿈과 희망의 상실을 의미한다. ‘좀평나무 높은 가지 끝에 얽힌 다아 해진/ 흰 실낱은 어린 시절 화자의 꿈의 흔적으로 남아, ‘설움의 첫씨가 되어 꿈이 날아가 버린 설움에 잠긴다. 설움에 빠진 화자는 찬바람 쐬며 콧물 흘리며 그 겨울내꿈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다닌다. 화자의 이런 행위는 날아가 버린 연, 즉 날아가 버린 희망, 보람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화자의 이런 아쉬움은 꿈을 잃고 힘겨워하는 화자에게 실낱 같은 병의 실마리가 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회의에 빠져 상실의 슬픔과 아픔으로 살아간다. 이렇게 살아가는 화자는 탄식 아이고! 모르지라는 표현에 직서적으로 집약되어, 화자의 꿈과 희망이 잦아드는 바람과 꺼진 불똥처럼 사라져 감을 탄식하고 있다. 이러한 탄식은 ! 인생도 겨레도 다아 멀어지는구나라며, 화자 자신에 대한 회의로 끝나지 않고, 겨레와 민족에 대한 허탈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시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허탈감이 깊게 깔려 있다. 이 회의와 허탈감의 저변에는 인생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인의 부정적인 판단이 뒷받침하고 있다. ‘인생이란 시인 자신이 스스로 짊어지고 갈 일이지만, ‘겨레는 시인이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무를 느끼게 하는 짐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일제 강압기에 꿈과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겨레의 모습에 크게 절망하고 가슴 아파했으리라.

 

 

작자 김영랑(永郞, 1903~1950)

 

 

 시인. 전남 강진 출생. 본명 윤식(允植). 1930년 박용철, 정지용 등과 함께 시 문학을 간행,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순수 서정시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잘 다듬어진 언어로 섬세하고 영롱한 순수 서정을 노래함으로써 한국 순수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후기 시에서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불행한 시대 상황에 맞서서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불행한 삶을 노래했다.

시집으로 영랑 시집(1935), 영랑 시선(1939) 등이 있고, 1981년 문학세계사에서 그의 시와 산문을 모은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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