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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오월(五月) / 김영랑

by 혜강(惠江) 2020. 4. 29.






오월(五月)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 이랑* ()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러울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 문장(1939) 수록

 

시어 풀이

*이랑 :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
*엽태 : 남도의 방언으로, ‘아직의 뜻.
*아양 : 귀염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는 언행.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오월에 느낄 수 있는 봄의 생명력을 향토적인 소재들을 통해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특히 음악성과 회화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서경적이고 낭만적인 작품이다.

 

 화자는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친근감을 불러 일으키고, 시선에 따라 마을에서 들과 산봉우리로 이동하면서 시상을 전개하며, 생동감 있는 오월의 풍경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맑고 투명한 서정을 흠뻑 빠져 자연에 동화되고 있다.

 

 이 시는 시선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근경원경으로, ‘낮은 곳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의인법과 색채 대비, 감각저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향토적 소재를 사용하여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 시어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여 경쾌한 음악성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우선 마을로 통하는 황톳길은 붉은색으로, 들판으로 이어지는 길은 푸른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붉은 색푸른색의 색채 대비는 토속적인 마을 풍경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아울러 봄날의 생동감을 환기시켜 준다. 이러한 색채의 대비에서 오는 생명력은 봄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의 보리가 햇빛을 받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보리는 여인의 허리로 의인화되면서 부드럽고 풍요로운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생명력은 천 이랑 만 이랑, 이랑 이랑, 허리통등에 나타난 유음 의 사용으로 운율감 있게 표현된다. 이어서 화자는 하늘을 정답게 나는 암수의 꾀꼬리를 통해 약동하는 봄날의 생기를 형상화한다. 특히 수놈이 암컷을 쫓아간다고 말함으로써, 정답게 날아다니는 꾀고리 한 쌍의 움직임을 통해 봄이 지닌 새로운 생명력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시행의 끝 부분에서 ㄹ 뿐을 반복하여 강한 느낌의 운율을 형성함으로써 시 전체에 운율감을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봄이 되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산봉우리를 여인으로 의인화하여 곱게 단장하고 아양 떠는 여인의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지금까지 등장한 자연물이 한데 어우러진 오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여 마무리하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마을의 붉은 황톳길’ ‘푸른 들판’,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 ‘정답게 날고 있는 꾀꼬리’, ‘푸르게 물든 산봉우리등 봄의 생동감 넘치는 정경을 화자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다양한 표현 기법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강한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시 전체에 김영랑 시인 특유의 경쾌한 음악성과 뛰어난 언어의 조탁을 통해 인상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시 문학사의 중요한 경향인 시 문학파의 순수 서정시에 속한다. 시 문학파는 19303월에 창간된 시문학의 동인인 김영랑, 박용철 등이 중심이 되어, 언어적 감각과 문학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시를 주로 창작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순수시의 위치를 확보하였다,

 

 

작자 김영랑(永郞, 1903~1950)

 

 시인. 전남 강진 출생. 본명 윤식(允植). 1930년 박용철, 정지용 등과 함께 시 문학을 간행, 순수 서정시 운동을 주도하며 잘 다듬어진 언어와 감각적 기교로 순수 서정을 노래함으로써 한국 순수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시집으로 영랑 시집(1935), 영랑 시선(1939) 등이 있고, 1981년 문학세계사에서 그의 시와 산문을 모은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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