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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연분홍 / 김억

by 혜강(惠江) 2020. 4. 28.

 

 

 

 

연분홍

  

- 김억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살구꽃이 눈을 틉니다.

 

연분홍 송이송이 하도 반가워

나비는 너훌너훌 춤을 춥니다.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송이송이 반겨둡니다.

 

연분홍 살구꽃이 바람에 지니

나비는 울며 울며 돌아섭니다.

 

          - 개벽(1923) 수록

 

 

시어 풀이

*넘놀다 : 넘나들며 놀다.
*너훌너훌 : 너울너울. 부드럽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모양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살구꽃 핀 봄날, 나비기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봄날에 대한 예찬과 아울러 꽃이 지는 아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7·5조의 운율과 3음보의 민요조의 율격과 ‘-ㅂ니다로 끝나는 각운 그리고 하늘하늘’, ‘송이송이’, ‘너훌너훌’, ‘울며 울며와 같이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함으로써 애상감이 감도는 시의 분위기를 어둡지 않게 돕고 있다. 또 의태어를 자주 사용하여 생동감을 주고 있다.

 

 이 시는 살구꽃의 개화에서 낙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된다. 봄바람이 살랑거리자 벙글었던 연분홍 살구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연분홍 살구꽃을 환영하듯 나비가 반갑게 춤을 춘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연분홍 살구꽃이 봄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자 나비가 아쉬움과 슬픔에 울며 돌아선다.

 

 이 시에서 봄바람은 살구꽃을 피게 하여 개화의 기쁨을 던져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낙화의 슬픔을 안겨주는 매개물이다. 동시에 살구꽃의 개화에서 반갑고 기쁨을 느끼지만, 살구꽃의 낙화에서 아쉽고 쓸쓸한 정서를 느끼게 된다.

 

 

작자 김억(金億, 1896~?)

 

 평안북도 정주 출생. 1914년 동경 유학생 학우회 기관지인 학지광<이별>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1920폐허, 창조동인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전통 민요조 율격에 기초를 둔 민요시를 창작하였고, 시인 김소월의 민요조 서정시 창작에 영향을 주었다. 이후 해외 문학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1912년 직접 번역한 시를 모아 엮은 책인 오뇌의 무도를 간행하였다. 한국전쟁 때 이광수·박영희와 함께 납북될 때까지 잡지 개벽등 여러 잡지와 신문에 300편이 넘는 시와 150편 정도의 평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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