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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개여울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4. 28.

 

 

 

 

 

개여울

 

 

-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개벽(1922) 수록

 

 

시어 풀이

*개여울 : 개울의 여울목

*잔물 : 잔물결, 음수를 맞추기 위해 생략한 것

*헤적이다 : 활개를 벌려 거볍게 젓다.

*시던 : 하시던.

*하염없이 : 아무 생각이 없이 그저 멍하니.

*심은 : 하심은

 

 

이해와 감상

 

 

 우리 시에서 은 흔히 이별의 장소이며, 재회의 장소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화자는 임이 주저앉아 괴로워하던 개여울에 앉아서 이별의 슬픔과 재회에 대한 믿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개여울1연에서는 임이 주저앉아서 괴로워하던 공간이다. 반면에 4연에서는 화자가 앉아서 임을 기다리는 공간이다. 이와 같이 개여울은 이별의 장소인 동시에 재회를 바라는 기다림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개여울에서 임을 기다리는 것은, 가도 아주 가지는 않겠다는 임의 언약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이다.

 

 화자는 1연에서 3연까지에서 사랑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로서 봄날에 괴로워하며 떠난 당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4연에 오면 과거시제가 현재시제로 바뀌면서 화자는 슬며시 사랑의 당사자로 변한다. 과거에는 임이 앉아 있던 개여울에 이제는 화자가 앉아 있다. 떠나간 임이 개여울에 주저앉아 했던 그 행동을 화자는 '날마다' 반복해서 흉내를 낸다. 그렇게 흉내를 내던 화자는 3연에서 추측으로만 존재했던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라는 임의 진술을 5연의 마지막에 드러내면서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라는 표현으로 기정사실화된다. 잊지 않겠다는 자기 스스로의 맹세가 마치 임의 부탁에 의한 것처럼 재물음의 방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표현은 이 시인의 다른 작품인 <진달래꽃>에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다부지게 표현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이 작품 역시, 운율에 많은 신경을 쓴 작품이다. 7·5조의 윤율을 맞추기 위해 글자를 생략한 것이나 3음보를 2-1행으로 배치함으로써 음악성을 획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작자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창조<낭인(浪人)의 봄>, <그리워>, <춘강(春崗)>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주로 개벽을 무대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발표한 대표적 작품들로는, 1922개벽에 실린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이 있고, 1923년 같은 잡지에 실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삭주구성(朔州龜城)>, <가는 길>배재<접동>, 신천지(新天地)에 실린 <왕십리> 등이 있다.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민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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