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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삭주구성(朔州龜城)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4. 28.

 

 

 

 

 

삭주구성(朔州龜城)  

 

 

- 김소월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리

삭주 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리요

 

물 맞아 함빡히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너머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 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임을 둔 곳이기에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 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밤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너머

먼 육천 리

 

 

- 개벽(1923) 수록

 

 

이해와 감상

 

 ‘삭주구성은 평안북도 삭주군과 구성군을 아으르는 말로, 구성은 시인 김소월의 고향이다. 시인은 고향 구성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 절망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7·5, 3음보의 민요적 율격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특정 시어를 반복하여 고향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제비’, ‘’, ‘구름등을 통해 화자의 처지를 부각하고 있다.

 

 1연은 고향인 삭주구성이 산을 넘어야 하는, 그것도 높은 산을 거듭 넘어야 하는 멀고도 험한 곳임을 드러내고 있다. ‘은 화자가 지향하는 삭주구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의 표상이며, 삼천 리육천 리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한 것으로 실제 거리보다 더 멀게 기게 된다. 2연은 물 맞아 흠뻑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돌아올 정도로 첩첩산중이어서 쉽게 갈 수 없는 곳임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제비는 화자의 분신이다. 그렇지만 화자는 3연에서 꿈속에서라도 가고 싶어 하지만 고향 삭주구성산 너머/ 먼 육천 리불귀지지(不歸之地)’의 장소이다. 그러므로 화자에게 있어서 삭주 구성이라는 곳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체념의 장소이다.

 

 그러나, 화자는 4연에서 그곳이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곳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임을 두고 떠나온 곳이기에 간절한 그리움으로 더욱 안타까워한다.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 가며 아니 합디까라며 따져 묻듯 하며 그리워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한다. 여기서 남북으로 자유롭게 오고 가는 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화자와는 대비되면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 화자의 처지를 부각하고 화자의 안타까움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6년에도 화자는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라며 화자와 대비되는 구름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여 삭주구성에 가지 못하는 미련과 더불어 삭주구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작자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창조<낭인(浪人)의 봄>, <그리워>, <춘강(春崗)>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주로 개벽을 무대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발표한 대표적 작품들로는, 1922개벽에 실린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이 있고, 1923년 같은 잡지에 실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삭주구성(朔州龜城)>, <가는 길>배재<접동>, 신천지(新天地)에 실린 <왕십리> 등이 있다.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민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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