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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못 잊어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4. 28.

 

 

 

 

못 잊어

                 

 

 

-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우리다.

 

그러나 또 한편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 개벽(1923.5) 수록

 

 

 

시어 풀이

*살뜰하다 : 빈틈이 없고 매우 알뜰하다.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자상하고 지극하다.

*떠지다 : 떠오르다

 

 

이해와 감상

 

 

 33행씩으로 된 민요풍의 이 시는 못 잊을 임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노래한 시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라는 시구의 반복을 통해 임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그리움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경어체를 사용하여 임에 대한 화자의 존경과 사랑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간은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화자는 처음부터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는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완전한 잊음)라며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연에서 화자의 마음은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부분적인 잊음)라는 표현으로 바뀌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만 더해가는 꼴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변화는 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강박적인 그리움만 더해가는 화자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준다.

 

 그래서 3연에 와서 마음의 반전이 일어난다. 화자의 마음이 잊어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난다. 다시 말하면, 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스스로 예상하지 못했던 잊음(잊혀짐)‘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라는 것은 화자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평정심이 찾아옴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는 민요적인 운율에 실어 못 잊을 임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동양적인 체관(諦觀)과 달관의 자세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작자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창조<낭인(浪人)의 봄>, <그리워>, <춘강(春崗)>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주로 개벽을 무대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발표한 대표적 작품들로는, 1922개벽에 실린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이 있고, 1923년 같은 잡지에 실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삭주구성(朔州龜城)>, <가는 길>배재<접동>, 신천지(新天地)에 실린 <왕십리> 등이 있다.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민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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