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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먼 후일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4. 28.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생각나는 강사 김혜원'> 




먼 후일

 

- 김소월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엊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개벽(1922)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임(당신)이 를 찾게 되는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여, 떠난 임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표면상으로는 먼 훗날 당신과 만나는 때에 잊었노라.’라고 말하겠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심층적으로는 잊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각 연에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잊었노라를 통해 반어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1연에서 화자는 잊었노라라고 말하겠다고 하지만, 가정하고 있는 시간과 상황은 시간이 오래 지난 뒤, 그것도 당신이 나를 찾으실 때가 되어서야 그러하다. 이어지는 2연과 3연에서는 당신이 그 이유를 묻는다면 무척 그리다가’, 이윽고 믿기지 않아서잊었다고 말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화자의 말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심정을 나타낸 표현에 가깝다. 특히, 3연의 그래도라는 부사는 오히려 떠나간 임이 자신에게 더 물어봐 주기를 바라는 미련의 의미로도 읽힌다. 또한, 임이 떠난 상태인 현재는 각 연에서 임과의 만남을 가정하는 미래 시제로 표현되고 있어, 계속해서 임과의 만남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떠나간 임을 잊은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상으로 볼 때, 화자의 잊었노라잊었다는 사실의 확인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라는 표현으로 볼 때, ‘잊을 수 없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임을 잊을 수 없는 현재의 안타까운 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시는 3음보의 규칙적인 민요적 율조와 미래 시제를 가정하는 ‘~하면, 먼 훗날표현과 과거 시제 잊었노라의 반복과 변조로 떠난 임을 잊지 못하는 애절함을 노래함으로써 김소월 시인 특유의 시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작자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창조<낭인(浪人)의 봄>, <그리워>, <춘강(春崗)>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주로 개벽을 무대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발표한 대표적 작품들로는, 1922개벽에 실린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이 있고, 1923년 같은 잡지에 실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삭주구성(朔州龜城)>, <가는 길>배재<접동>, 신천지(新天地)에 실린 <왕십리> 등이 있다.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민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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