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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가는 길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4. 27.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개벽(1923) 수록

     

시어 풀이

*연달아 : 계속해서 이어지는.
*흐릅디다려 : ‘흐릅디다그려의 준말. 평북 방언.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사랑하는 임을 두고 떠나야 하는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자연물에 의탁하여 이별의 아쉬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애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3음보의 민요적 율격으로 짜여 있으나, 시행의 배열을 통해 운율에 변화를 주고 있다. 1연과 2연에서는 한 음보를 각각 한 행으로 짧게 배열하여 느린 호흡으로 화자가 아쉬움에 망설이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반면에 3연과 4연은 2음보 또는 3음보를 한 행에 배치하고 긴 시행, 빠른 호흡으로, 빨리 가야 한다는 까마귀와 강물의 재촉과 서둘러야 하는 화자의 촉박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운율과 시행의 배열을 통해 이별의 상황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는 화자의 애상적 심정과 빨리 떠나야 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연과 2연에서는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안타까운 내면적 갈등이 드러난다. 그리울 것이라는 말을 꺼낼까 말까 망설이는 화자의 모습에서 애절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엿볼 수 있으며, 그냥 갈까 하다가도 임을 떠나는 것이 아쉬워 임을 한 번 더 만나서 사랑한다는 말을 할까 말까 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임을 떠나는 상황에서 임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하지만 3연과 4연에서는 객관적 상관물인 까마귀와 강물이 이별을 재촉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별을 수용하게 된다. 이와 같이 화자는 이별에 대해 소극적이고 체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화자는 떠나야 하는 화자의 시간적 제약을 서산에 지는 해로 표현한다. 그리고, 가야 할 거리가 멀다는 것을 흘러도 연달아 흐르는 강물로 보여 주고 있다. 또한 까마귀강물을 통해 화자에게 떠날 것을 재촉함으로써 화자의 이별의 정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적 상황과 애상적 분위기는 1, 2연의 이별에 대한 화자의 내적 갈등과 3, 4연의 이별을 재촉하는 외적 상황의 대립적 배치, 선정 후경(先情後景)의 구성법, 3음보의 율격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민요조 운율감과 어우러져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아울러 유음과 비음 등을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어휘에 있어서 3연의 지저귑니다지저귄다보다 온화한 인상을 주는 말이며, 4연에서 흐릅디다그려의 준말인 흐릅디다려역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표현이다. 여기서 ㅂ디다()라는 어미는 자신과 거리가 있는 사실을 청자에게 전달하면서 강조할 때 쓰는 표현으로, 이별의 상황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심리적 부담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러한 표현들은 임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립다는 말조차 못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와 대응되면서 화자의 섬세하면서 소극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 시는 김소월 시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는 작품으로, 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 좌절을 다루고 있으며, 따라서 그의 시에 나타나는 정서도 임의 부재와 상실에 따른 비애와 한()이 주류를 이룬다. 사랑한다고 표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임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안타까움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자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창조<낭인(浪人)의 봄>, <그리워>, <춘강(春崗)>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주로 개벽을 무대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발표한 대표적 작품들로는, 1922개벽에 실린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이 있고, 1923년 같은 잡지에 실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삭주구성(朔州龜城)>, <가는 길>배재<접동>, 신천지(新天地)에 실린 <왕십리> 등이 있다.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민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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