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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진달래꽃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4. 26.




진달래꽃 

-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개벽(1922) 수록

 


시어 풀이

*아름 : 두 팔을 벌려 껴안은 둘레의 길이.
*즈려밟고 : ‘지르밟다의 방언형. 위에서 내리눌러 밟고.

*역겨워 : 역정이 나거나 속에 거슬리게 싫어

 

 

이해와 감상

 

 김소월의 대표작인 <진달래꽃>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시로, 민요적 율격과 애절한 여성적 어조로 이별의 슬픔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내적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의 제목이자 중심 소재인 진달래꽃은 일명 두견화라고도 하며, 설화와 연결되어 슬픔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이 시에서도 진달래꽃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임에 대한 화자의 헌신적 사랑을 형상화하기 위해 선택한 표상이자, 화자의 분신과도 같은 꽃이다. , 화자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상이자,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의 표현이며, 끝까지 임에게 헌신하려는 화자의 순종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시는 이별을 가정한 상황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는 임을 원망하지 않고 보내 드리겠다는 체념의 자세를 보여 준다. 이는 운율의 배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나는데 1행과 2행은 각각 2음보, 1음보로 구성되어 천천히 읽힘으로써 임을 떠나보내는 고뇌에 찬 마음이 드러나는 반면, 3행은 3음보로 구성되어 단숨에 읽힘으로써 화자의 결단이 느껴진다.

 

 2연에서는 더 나아가 떠나는 임의 앞길에 진달래꽃을 한 아름 뿌리겠다고 노래하는데, 이는 이별을 견디고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임에 대한 축복의 자세를 보여 준다. 이것은 이별의 슬픔을 인종(忍從)적인 여성의 자세를 감내하면서도 임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은근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3연에서는 떠나는 임에게 자신이 뿌린 꽃을 사뿐히 짓밟고 가라고 한다. ‘진달래꽃이 화자의 분신임을 고려할 때, 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임을 위해 희생하려는 태도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 속에는 자신의 충격과 슬픔, 그리고 이별이 가져다줄 커다란 상처를 은근히 드러냄으로써 임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4연은 1연의 점층적 반복으로 수미 상관의 형식을 이루고 있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떠나는 임이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의미로, 임과의 이별에서 오는 슬픔의 절제와 인종(忍從)의 자세를 반어적(反語的) 어법을 통하여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 이별의 정한을 승화시키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이별이라는 전통적인 정서를 7·5조의 3음보라는 민요조 율격과 우리다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고, 향토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여성적이고 간절한 어조를 사용하여 승화된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수미 상관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시적 완결성을 부여하여 구성의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작품으로는 고려 가요인 <가시리>. <서경별곡>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시리>는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언제까지나 이별의 슬픔을 인내하겠다는 <진달래꽃>과는 화자와 태도상의 차이가 있으며, <서경별곡>은 가는 임에 대해 하소연, 다짐, 원망, 그리고 질투심까지 나타내는 점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자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창조<낭인(浪人)의 봄>, <그리워>, <춘강(春崗)>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주로 개벽을 무대로 활약하였다. 이 무렵 발표한 대표적 작품들로는, 1922개벽에 실린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이 있고, 1923년 같은 잡지에 실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삭주구성(朔州龜城)>, <가는 길>배재<접동>, 신천지(新天地)에 실린 <왕십리> 등이 있다.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민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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