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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갈대의 시 / 김선태

by 혜강(惠江) 2020. 4. 26.



<시>



갈대의 시

 

- 김선태  

 

 

황량하다*고 너는 소리칠래

버릴 것도 추스를 것도 없는 빈 들녘

바람이 불면 외곬으로* 쓰러져 눕고

다시 하얗게 흔들다 일어서는 몸짓으로

자꾸만 무엇이 그립다 쉰 목소리로 오늘도

그렇게 황량하다고 너는 소리칠래

소리쳐 울래

 

외롭다고 너는 흐느낄래

만나는 바람마다 헤어지자 하는 겨울

지금은 싸늘히 식어 버린 사랑이라고

메마른 어깨마다 아픔으로 서걱이며

떠는 몸짓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오늘도

그렇게 외롭다고 너는 흐느낄래

흐느껴 울래

 

           - 시집 간이역(1997) 수록

 

 

시어 풀이

*황량하다(荒涼) : 황폐하여 거칠고 쓸쓸하다.

*외곬으로 : 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중심 소재인 갈대에 화자의 정서를 이입(移入)하여 이별 후의 공허감과 외로움을 노래한 것이다.

 

 시의 소재인 갈대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으로, 겨울의 텅 빈 들판,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화자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따라서 (갈대)’로 바꾸면 각 연에서 반복되는 ‘ ~ㄹ래는 화자의 의지, 또는 스스로에 대한 다그침이나 위로의 의미가 된다.

 

 1연은 텅 빈 벌판에서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황량하다고 소리치는 갈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갈대는 겨울의 공허하고 황량한 빈 들녘에 서 있다. 갈대는 늘 그랬듯이, ‘바람이 불면 쓰러져 눕고, 다시 일어나 하얗게 흔들리다 일어서는 몸짓으로 일어나 황량하다고 쉼 목소리가 날 때까지 소리친다. 아마도 사랑을 희구하나 사랑을 얻지 못하여 소리치는 갈대의 모습을 통해서 끝없이 사랑을 추구하는 인간의 한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갈대의 흔들림이 소리침이나 흔들림 같은 인간의 행위로 변주되면서, 마지막 두 행의 그렇게 황량하다고 너는 소리칠래/ 소리쳐 울래에 와서는 그 황량함과 외로움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와 같은 표현은 2연의 마지막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2연에 오면, 외롭다고 흐느끼는 이유가 싸늘히 식어버린 사랑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대상을 기다리며 외롭다고 흐느끼는 갈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만나는 바람마다 헤어지자 하는 겨울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의인화한 것인데, 이것은 화자의 기대와는 달리 헤어지자는 것으로 인식되어 화자에게 지금은 시련의 시간인 겨울인 것이다. 그리고, ‘메마른 어깨마다 아픔으로 서걱이며/ 떠는 몸짓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것은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을 통하여, 화자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갈대와 같이 황량한 벌판에 던져진 실존적인 자아(自我)인 것이다. 사랑이 그립다고 목이 쉬도록 사랑을 희구하며 울다가 사랑을 얻지 못하여 상처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추구하며 사는 존재인 것이다. 화자가 보는 인간 존재인 갈대버릴 것도 추스를 것도 없는 빈 들녘에서, 실존적인 고독에 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선태의 <갈대의 시>는 정덕기 작곡으로 노래로 불리고 있다.

 

 

작자 김선태(1960~ )

 

 시인, 전남 강진 출생.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1996년 월간 현대문학에 시 <눈물에 대하여>4편과 문학평론 <비애와 무상의 시학>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남도의 정신과 정서를 일관되게 육화해온 그의 시는 김영랑·송수권 시인의 대를 이은 남도 문학의 정수라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 간이역(1997), 동백숲에 길을 묻다(2003), 살구꽃이 돌아왔다(2009), 그늘의 깊이(2014), 한 사람이 다녀갔다(2017), 햇살 택배(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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