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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두물머리 / 김남주

by 혜강(惠江) 2020. 4. 21.






두물머리

 


- 김남주

 

 

 

만나면

금방

하나가 된다 물은

 

천봉만학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골짜기로 흐르다가도

만나면

만나기만 하면 물은

금방 하나가 된다 어디서고

웅덩이에서고

강에서고

바다에서고

 

나 오늘

경기도 양평 땅에 와서

두 물이 머리를 맞대고 만난다는

두물머리란 데에 와서

남한강 물 북한강 물

두 물이 하나가 되는 기적을 본다.

 

어인 일인가 그런데

인간 세상은

만나면

만나기가 무섭게 싸움질이다.

남과 북이 그렇고

동과 서가 그렇고

부자들과 가난뱅이들이 그렇다.

 


  -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995) 수록

 

 

시어 풀이

*천봉만학(千峰萬壑) : 수많은 산봉우리와 산골짜기.

*두물머리 :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두물머리에서 두 갈래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사회에서도 대립과 갈등을 벗어나 화해와 단결이 필요함을 소망하고 있다.

 

 의미상으로 대립되는 ‘’인간 세상의 시어를 통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도치법을 사용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물은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에서 제각기 여러 갈래로 흘러 내려와 서로 만나 하나의 강물이 된다. 그 물은 공존과 평화, 화해와 단결을 상징한다. ‘만나면/ 만나기만 하면 물은/ 금방 하나가 된다 어디서고/ 웅덩이에서고/ 강에서고/ 바다에 서고에서는 반복과 점층, 도치법을 사용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화자는 두물머리에 와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 물이 맞대고 만나하나가 되는 기적을 보고 있다. 두 물길이 만난다는 합수의 의미는 곧 화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맞대고 만난다라는 것은 화해를 의미하며, ‘두 물이 하나가 되는 기적은 분단된 조국, 대립과 갈등으로 갈라진 이들이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화자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인간 세상을 돌아보는 화자는 강물과는 다르게 만나기가 무섭게 싸움질을 하는 모습에 안타까워한다. ‘남북이 그렇고/ 동서가 그렇고/ 부자들과 가난뱅이들이 그렇다.’ 화자는 남과 북이 이념으로 나뉘어 싸우고, 동서의 지역 갈등, 빈부의 소득 격차로 인한 갈등으로 싸우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 시는 두물머리의 두 물이 합쳐서 조화를 이루듯, 대립과 갈등을 풀고 서로 화합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시로서,  두물머리는 두 갈래의 물이 흐르다  두 몸을 섞는 이므로, 서로 양분된 마음을 하나로 합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작자 김남주(1946~1994)

 

 시인이며 사회운동가. 전남 해남 출생. 1974창작과 비평여름호에 잿더미, 진혼가7편의 시를 발표, 문단에 데뷔하였다. 스스로를 '시인'이 아닌 '전사'라고 칭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강렬함과 전투적인 이미지가 주조를 이루며, 유장하면서도 강렬한 호흡으로 현실의 모순을 질타하고 참다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다.

 시집으로 진혼가(1984), 나의 칼 나의 피(1987), 조국은 하나다(1988), 사상의 거처(1990), 유고 시집으로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99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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