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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고목(古木) / 김남주

by 혜강(惠江) 2020. 4. 20.






고목(古木)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

 

          - 시집 조국은 하나다(1988)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목을 바라보면서 화자가 얻은 깨달음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다짐하는 것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 고목오래된 나무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화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화자는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길손에게 그늘을 드리워 주는 고목을 예찬하면서 자신도 희생하는 삶을 살리라 다짐하고 있다.

 

고목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삶의 교훈을 이끌어내는 화자는 명령형 어미 ‘ ~을 보라를 사용하여 고목의 삶의 모습을 예찬하고 나서 ‘ ~고 싶다라는 말로 화자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5~7행에서는 도치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다짐을 강조하고 있다.

 

 화자는 먼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고목의 모습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당당한 모습에서 신념과 의지를 발견한다. , ‘주름살투성이의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에서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발견한다.

 

 이렇게 나무에서 깨달음을 얻은 화자는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나도 저러고 싶다는 고목의 모습을 귀감으로 삼겠다는 것이며, ‘길손의 그늘이라도는 남을 위해 살고자 하는 삶의 최소치들 드러낸 것으로 어떤 희생이라도 감내하겠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시의 화자는 자연물인 고목의 모습을 보면서 '고목'에서 참다운 삶의 자세를 암시받고 있으며, 화자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련을 극복하며 타인에게 헌신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려는 화자의 소망인 것이다.

 

 

작자 김남주(1946~1994)

 

 시인이며 사회운동가. 전남 해남 출생. 1974창작과 비평여름호에 잿더미, 진혼가7편의 시를 발표, 문단에 데뷔하였다. 스스로를 '시인'이 아닌 '전사'라고 칭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강렬함과 전투적인 이미지가 주조를 이루며, 유장하면서도 강렬한 호흡으로 현실의 모순을 질타하고 참다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다. 시집으로 진혼가(1984), 나의 칼 나의 피(1987), 조국은 하나다(1988), 사상의 거처(1990),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99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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