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古木)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목’을 바라보면서 화자가 얻은 깨달음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다짐하는 것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고목’은‘오래된 나무’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화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화자는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길손에게 그늘을 드리워 주는 고목을 예찬하면서 자신도 희생하는 삶을 살리라 다짐하고 있다.
‘고목’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삶의 교훈을 이끌어내는 화자는 명령형 어미‘ ~을 보라’를 사용하여 고목의 삶의 모습을 예찬하고 나서‘ ~고 싶다’라는 말로 화자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5~7행에서는 도치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다짐을 강조하고 있다.
화자는 먼저‘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고목의 모습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당당한 모습에서 신념과 의지를 발견한다. 또, ‘주름살투성이의 얼굴과/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에서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발견한다.
이렇게 나무에서 깨달음을 얻은 화자는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나도 저러고 싶다’는 고목의 모습을 귀감으로 삼겠다는 것이며, ‘길손의 그늘이라도’는 남을 위해 살고자 하는 삶의 최소치들 드러낸 것으로 어떤 희생이라도 감내하겠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시의 화자는 자연물인‘고목’의 모습을 보면서 '고목'에서 참다운 삶의 자세를 암시받고 있으며, 화자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련을 극복하며 타인에게 헌신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려는 화자의 소망인 것이다.
▲작자 김남주(1946~1994)
시인이며 사회운동가. 전남 해남 출생. 1974년《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진혼가〉 등 7편의 시를 발표, 문단에 데뷔하였다. 스스로를 '시인'이 아닌 '전사'라고 칭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강렬함과 전투적인 이미지가 주조를 이루며, 유장하면서도 강렬한 호흡으로 현실의 모순을 질타하고 참다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다.
시집으로《진혼가》(1984), 《나의 칼 나의 피》(1987), 《조국은 하나다》(1988), 《사상의 거처》(1990),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995) 등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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