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광장 / 김광균

by 혜강(惠江) 2020. 4. 19.

 

 

 

 

광장

 

 

- 김광균

 

 

 

 

비인 방에 호올로

대낮에 체경(體鏡)을 대하여 앉다.

슬픈 도시엔 일몰이 오고

시계점 지붕 위에 청동 비둘기

바람이 부는 날은 구구 울었다

 

늘어선 고층 위에 서걱이는 갈대밭

열없는 표목(標木) 되어 조으는 가등(街燈)

소리도 없이 모색(暮色)에 젖어

 

엷은 베옷에 바람이 차다

마음 한구석에 벌레가 운다

 

황혼을 쫓아 네거리에 달음질치다

모자도 없이 광장에 서다

 

 

           - 와사등(1939) 수록

 

 

시어 풀이

 

*체경(體鏡) : 온몸이 비치는 큰 거울. 몸거울.

*서걱이는 : 무엇이 스치거나 밟히는 소리가 잇따라 나는

*열없는 : 어설프고 짜임새가 없는.

*표목(標木) : 푯말.

*가등(街燈) : ‘가로등(街路燈)’의 준말.

*모색(暮色) : 날이 저물어 가는 무렵의 어스레한 빛.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도시 문명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감과 불안감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는데, ‘대낮비인 방에 고독감을 느낀 후 황혼무렵 낯선 광장으로 나와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회화적로 묘사하고 있다.

 

 1연에서 도시에 사는 화자가 대낮에 홀로 방 안에서 거울을 본다, ‘비인 방에 호올로/ 대낮에 체경을 대하여 앉다라는 첫 시구는 공간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을 드러내는데, ‘비인호올로홀로의 시적 변용이며, 모두 외로움을 드러내는 시어이다.

 

  2연에서는 바깥으로 나와 바라본 일몰 직전 도시 모습에서 화자는 슬픔을 느낀다. ‘슬픈 도시엔 일몰이 오고에서 슬픈 도시는 도시를 대하는 화자의 심리가 투영된 것이고, ‘일몰은 하강의 이미지로 화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매개물이다. ‘시계점 지붕 위에 청동 비둘기/ 바람이 부는 날은 구구 울었다는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으로 표현하여 이국적인 도시 분위기를 형성하고, ‘바람이 부는 날은 구구 울었다라는 표현은 바람이 청동 비둘기를 스치는 모습을 통하여 화자의 슬픈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3연은 도시에 황혼이 찾아드는 모습이 그려진다. ‘늘어선 고층’(시각적), ‘서걱이는 갈대밭’(청각적), ‘조으는 가로등’(의인화, 시각적) 등이 소리도 없이 모색 에 젖는 도시 풍경을 그려낸다. 이런 도시 한 복판에서 선 화자는 4연에서 엷은 베옷에 바람이 차다’(촉각적)라는 말로 불안한 내면 의식을 드러내고 마음 한구석에 벌레가 운다.’(청각적)는 시구로 도시와 마주치게 된 상항에서 느끼는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연에서 화자는 불안하고 슬픈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광장에 모자도 없이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는 화자의 고독감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시는 전체적으로 시간적, 공간적 이동이 시상 전개의 축을 이룬다. 그리고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도시의 풍경을 표현하고, 어둡고 차가운 도회지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급격한 도시화를 맞이하는 화자의 쓸쓸한 내면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작자 김광균(金光均, 1914~1993)

 

 

 시인 · 실업가. 경기도 개성 출생. 중앙일보에 시 <가는 누님>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인부락, 자오선동인. 김기림,

 

 정지용과 더불어 1930년대 우리나라의 모더니즘, 그중에서도 이미지즘 시 운동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는 도시 문명적 소재를 시각적으로 새롭게 형상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또한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하여 감각적 묘사에도 뛰어난 성과를 드러냈다. 더 나아가 김광균은 관념적이거나 정서적인 내용마저 회화적으로 그려서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었다. 김광균은 이러한 묘사와 함께 도시인이 느끼는 허무감이나 고독감 등을 아울러 드러내고 있다 시집으로 와사등(1939), 기항지(1947), 황혼가(1957)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의 감각 / 김광섭  (0) 2020.04.19
산(山) / 김광섭  (0) 2020.04.19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0) 2020.04.19
달팽이의 사랑 / 김관규  (0) 2020.04.18
매미가 없던 여름 / 김광규  (0) 2020.04.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