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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매미가 없던 여름 / 김광규

by 혜강(惠江) 2020. 4. 18.

 

 

 

 

 

매미가 없던 여름

 

 

- 김광규

 

 

 

감나무에서 노래하던 매미 한 마리

날아가다 갑자기 공중에서 멈추었다.

아하 거미줄이 쳐 있었구나

추녀 끝에 숨어 있던 거미가

몸부림치는 매미를 단숨에 묶어버렸다.

양심이나 이념 같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후회나 변명도 쓸데없었다.

일곱 해 동안 다듬어 온

매미의 아름다운 목청은

겨우 이레 만에

거미 밥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걸리면 그만이다

매미들은 노래를 멈추고

날지도 않았다.

유달리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 시집 대장간의 유혹(1991)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객관적 상관물인 매미거미를 통해 권력에 의해 민중이 일방적으로 억압당하는 세력에 대하여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이다.

 

 이 시에서 매미는 약자 또는 억압받는 민중을 상징하고, 이에 대응하여 거미줄을 쳐서 매미를 잡아 먹는 거미는 강자이자 억압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던 매미가 거미 밥이 되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에는 배경 묘사로 시를 마무리함으로써 길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시상의 전개에 따라 내용을 살펴보면, 1~5행에서는 감나무에서 노래하던 매미가 거미줄에 걸리자 거미가 매미를 단숨에 묶어버린다. 6~12행에서는 매미가 어떤 이유나 후회나 변명의 여지도 없이 거미에 의하여 허무하게 생을 마친 사실을 일곱 해 동안 다듬어 온/ 매미의 아름다운 목청은/ 겨우 이레만에/ 거미 밥이 되고 말았다.‘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매미7~8년을 땅속에서 보내고 땅 위에서 사는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하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과 시인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오랜 기간 지켜오던 것을 허무하게 잃어버리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안타까음을 달아냈다. 13~16행에서는 매미가 없는 무거운 분위기의 여름을 유달리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대목은 배경묘사를 통하여 주제를 암시하는 것으로, 자유와 양심이 용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 시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지배하는 현실의 구조적인 모순과 그 폭력화 현상에 대한 시적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이런 경향은 그의 시에서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소박한 일상의 것을 주 소재를 평범한 언어로 다루면서도 맑은 정신으로 또박또박 써내는 그의 시는 어조의 격렬한 부르짖음이나 은유에 현란한 모호성이 없으나 뜻이 분명하고 건강하여 읽는 이들에게 쉽고 친밀한 느낌을 준다.

 

 

작자 김광규(金光圭, 1941 ~ )

 

 

 시인. 서울 출생. 1975문학과 지성<영산>, <유무> 등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그는 4.19 세대로서 그의 시 정신의 밑바닥에는 419 경험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 체험을 성찰적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태도, 세태 비판과 자연과 생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많이 써서, 생활 세계에 근거한 일상성의 미학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그는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을 선보인 뒤 이제까지 아니다 그렇지 않다(1983) · 크낙산의 마음(1986) · 좀팽이처럼(1988) · 아니리(1990) · 대장간의 유혹(1991) · 물길(1994) ·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1998)등을 잇달아 펴내고, 시선집 반달곰에게(1981)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1988) 등을 내놓았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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