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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초생달 / 김강호

by 혜강(惠江) 2020. 4. 17.

 

<출처 : 한국일보(2015. 8. 14일자)> 

 

 

 

초생달

 

 

- 김강호

 

 

 

그리움 문턱쯤에

고개를 내 밀고서

 

뒤척이는 나를 보자

흠친 놀라 돌아서네

 

눈물을

다 쏟아내고

눈썹만 남은 내사랑                                                        

 

       - 한국단시조156(2015)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39행의 정형 시조로, 전통적인 가락에 충실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시의 제목인 초생달은 초승에 뜨는 달인 초승달의 방언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시인이 굳이 초생달로 쓴 것은 초승달이 도시보다는 농촌이나 산촌에서 보아야 잘 보이고, 또 보름달과는 다르게 초저녁에 잠시 나타나 눈썹 모양을 한 짙은 슬픔이 배어있는 듯한 형상이므로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초승달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그믐달을 지나 보름달로 채워져 가는 시기의 초반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음력 초사흗날에 뜨는 달로 눈썹 모양을 한 달이다. 초승달은 초저녁에 서쪽에 잠시 보였다가 이내 지므로, 거의 서쪽에 지는 경우에만 관측할 수 있고, 그 모습이 청초하고 가녀린 듯한 여인으로 비유되어, 문학에서는 예로부터 애상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소재로 사용되었다.

 

  이 작품은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초생달투영(投影)하여, ‘초생달눈썹의 이미지 중첩(重疊)을 통해 초생달과 화자의 사랑을 동일시하고 있다.

 

 시인은 이별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창밖 하늘을 바라본다. 시인은 문턱쯤에 고개를 내민 듯 초생달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달이 그리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시인을 보고 흠칫 놀라돌아선다. 시인은 초생달을 바라보며 그 모습이 그리움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생각하여 뒤척이며 잠 못 들어 하는 화자를 보고 놀라 돌아섰다고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놀란 것은 초생달이 아니라 시인이다. 그 이유는 초생달의 모습에서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대상인 여인을 연상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보았기 때문이다. ‘눈썹만 남은 내 사랑은 시인의 사랑을 투영한 대상인 초생달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화자는 고개를 내미는 초생달의 모습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그리워한 자신의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다.

 

 위의 시조 <초생달>'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자연 사물에 덧입히는 고전적인 방법을 택하여 이별한 사랑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드러낸 작품으로, 단형시조의 묘미와 더불어 사랑의 의미를 오래 되새기게 한다.

 

 

작자 김강호 (1960~ )

 

 

  시조 시인, 전북 무주 출생. 1999동아일보신춘문예에 <바이스 플라이어>로 당선,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아버지, 귀가 부끄러운 날, 봄날등이 있다.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올해의 좋은시조상 등을 수상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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