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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엄마 걱정 / 기형도

by 혜강(惠江) 2020. 4. 16.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입속의 검은 잎(1989)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가슴 아팠던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와 그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작품이다화자는 유년 시절 빈방에 앉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외롭고 두려웠던 마음을 유사한 문장의 반복과 변조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 시는 시적 화자의 어린 시절 가운데 엄마를 기다리던 '그 어느 하루'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구체적으로 1연에서는 먼저 당시의 상황을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를 통해서 어머니의 고된 삶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미 저녁해가 가울어 어두워진 방에 혼자 '찬밥'처럼 남겨진 화자는 잠시나마 외로움을 떨쳐내고자 엄마를 기다리며 숙제를 해 본다.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창틈으로 들려오는 빗소리가 오히려 화자의 외로움을 더욱 고조시켜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훌쩍거린다. 여기서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은 삶에 지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금 간 창틈으로 고요한 빗소리는 화자가 외로운 심리를 청각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다.

 

 2연에서는 어른이 된 화자가 눈물을 적시던 유년 시절의 애틋한 추억을 회상한다.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에서 윗목은 앞에 나오는 찬밥과 같은 이미지로서 따뜻한 아랫목에 대비시켜 차가운 윗목을 설정하여 유년 시절의 가난과 외로움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시절의 기억이 성인이 된 화자에게 아직도 생생하며 지금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해설 : 남상학 시인)

 

 

작자 기형도(奇亨度, 1960~1989)

 

 

  시인. 인천 옹진 출생. 1985동아일보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89년 서울 종로의 심야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함으로써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유고 시집으로 입속의 검은 잎(1989)이 있다.

 

 그의 시는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를 드러내고 분석하는 데서 시작된다. 가난한 집안 환경과 아픈 아버지, 장사하는 어머니, 직장을 다니는 누이 등 어두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의 시의 원체험을 형성하고 있다. , 그의 시는 우울과 비관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개인적인 체험 외에 정치 사회적인 억압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히 비관적이며 어떠한 전망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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