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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떡집을 생각함 / 권혁웅

by 혜강(惠江) 2020. 4. 16.

 

 

 

 

 

떡집을 생각함

 

 

- 권혁웅

 

 

 


우리 집에 없는 건 그 콩가루였네
사람들이 담장 너머로, 쑥떡 쑥떡
씹듯이 우리를 건너다보았네
우리는 얻어맞은 찹쌀처럼
차지게 손을 잡았지 개피떡에 든 소처럼
조그맣게 웅크렸지 그가
아픈 자리마다 참기름을 발라주었네
먹다 남은 막걸리와
뜨거운 물을 멥쌀에 개어 증편을 만들 때엔
우리 마음도 함께 증발했지
그래, 우리는 그렇게 그 집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 집을 생각하면
나는 백설기처럼 마음이 하얗게 되네

 

       - 시집 마징가 계보학(2005)

 

 

시어 풀이

 

·차지게 :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게.

·개피떡 : 흰떡이나 쑥떡을 얇게 밀어 팥·콩의 소를 넣고 반달같이 만든 떡.

·멥쌀 : 메벼에서 나온, 끈기가 적은 쌀.

·증편 : 막걸리를 조금 탄 뜨거운 물에 멥쌀가루를 걸쭉하게 반죽하여 더운 방에서 부풀린 다음 틀에 담아 붓고 고명을 뿌려서 찐 떡.

·백설기 : 멥쌀가루를 고물 없이 시루에 안 쳐 쪄낸 시루떡.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권혁웅이 쓴 시로서 시인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여 그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면서도 궁핍했으나 화목했던 가족 간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 시는 화자의 어린 시절의 삶을 에 빗대어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넉넉하지 못한 가족의 살림살이에도 화목하게 살았던 가족의 모습은 현재의 의 관점을 통해 회상적으로 설명된다. 다양한 종류의 떡들과 각각의 특성에 맞게 언어적으로 형상화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떡의 특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나열하고 직유와 의인법 등을 활용하여 시적 화자의 어린 시절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우리 집에 없는 건 그 콩가루였네/ 사람들이 담장 너머로, 쑥덕쑥덕/ 씹듯이 우리를 건너다 보았네'라고 말한다. 이로 볼 때 화자의 과거 시절은 굴핍했음을 알 수있다. '콩가루''씹다'의 관용 표현을 고려해 보았을 때, 화자의 집이 지나치게 궁핍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아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쑥떡 쑥떡쑥떡이라는 떡의 명칭을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환기하는 의성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얻어맞은 찹쌀', '조그맣게 웅크렸지', '아픈 자리' 등은 화자가 겪어온 위축된 삶과 시련을 의미하지만, 그럴 때마다 화자의 가족은 찹쌀의 속성을 이용하여 차지게 손을 잡았으며, ‘아픈 자리마다 참기름을 발라주며 상처를 보듬어 주고 서로 위로하며 살았음을 말하고 있다. , ’먹다 남은 막걸리와 뜨거운 물을 멥쌀에 개어로 증편을만드는 장면은 오랜만에 먹게 된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증발'이라는 시어로 볼 때, 마을 사람들 모르게 그 집을 떠나온 것으로도 유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화자는 현재 자신이 그 집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모여 화목하게 살았던 시절에 대한 푸근한 감정과 그리움을 백설기 같이 하얀 마음으로 떠올리고 있다.

 

 이 시는 떡집과 떡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그 집에서 만들어낸 다양한 떡의 종류와 특성에 맞게 가족의 화목한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가난하지만, 유대가 끈끈했던 행복한 가족의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다. (해설 : 시인 남상학)

 

 

권혁웅(權赫雄, 1967~ )

 

 

  시인, 충북 충주 출셍. 1997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의 정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지 넘치는 언어를 사용하여 시적 형상화의 효과를 낳고 있다. 시집으로는 황금나무 아래서(2001), 마징가 계보학(2005),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2007), 소문들(2010),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2013)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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