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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전장포 아리랑 / 곽재구

by 혜강(惠江) 2020. 4. 14.

 

 

 

<출처 : 다믐 카페 '동림골산악회' : 전장포 앞바다에서 그물로 고기잡는모습>

 

 

 

전장포 아리랑

 

 

- 곽재구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

각이도 송이도 지나 안마도 가면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우리나라 눈물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우리나라 사랑 보았네

재원도 부남도 지나 낙월도 흐르면서

한 오천 년 떠밀려 이 바다에 쫓기운

자그맣고 슬픈 우리나라 사랑들 보았네

꼬막 껍질 속 누운 초록 하늘

못나고 뒤엉긴 보리밭길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 너머

바람만 불어도 징징 울음 나고

손가락만 스쳐도 울음이 배어 나올

서러운 우리나라 앉은뱅이 섬들 보았네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설움 이리 많은지

아리랑 아리랑 나리꽃 꺾어 섬 그늘에 띄우면서.

 

     - 출처 사평역에서(1983)

 

 

시어 풀이 

 

전장포 :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있는 항구 이름

덤장 :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막대를 박아 그물을 울타리처럼 쳐 두고 물고기를 원통 안으로 몰아넣어 잡는 그물.

산마이 그물 : 일자 그물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전장포 앞바다의 작은 섬들을 둘러보며, 그 섬에 얽힌 한 서린 우리 민족의 서러운 삶에 대한 애정과 찬사를 노래한 시이다.

 

 이 시의 제목인 전장포 아리랑전장포아리랑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화자는 왜 전장포에까지 가서 아리랑을 불렀을까? 화자는 전장포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들을 보며 그 속에 담긴 삶의 애환과 정서가 우리 민족의 애달픈 아리랑과 어우러지면서 민중의 삶을 드러내기에 적합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가장 대표적인 민요로서, 예부터 우리 민족의 설움, 분노, 애환, 사랑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해 왔다. 이러한 아리랑이라는 전 민족적인 노래는 전장포라는 특수한 지역과 결합되며, 전장포에서의 시련과 설움은 한 지역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민족과 국토 전체의 시련과 설움, 사랑으로 확대된다.

 

 이 시가 많은 사람에게 특별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어의 울림 때문이다. 이 시를 가만히 읽어보면 시의 흐름이 아리랑의 가락처럼 우리 민요 한 소절을 따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설움이 많아 끊일 듯 끊일 듯하다가도 이어지는 그런 리듬 말이다그런 리듬에 따라 남도의 작은 섬들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속에 드리운 서러움의 정서는 우리 시의 한 전통을 이어가는 증거이기도 하다. 여기에 곁들여 보았네라는 서술어를 무려 아홉 번이나 반복 사용하여 각운을 형성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 시의 또 하나 특징은 공간적인 이동과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시상의 전개를 추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화자는 전장포 앞바다를 지나가면서 그곳에 있는 많은 섬의 이름을 차례대로 호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눈물사랑울음설움이라는 시어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마지막에 있는 것이 바로 나리꽃 꺾어 섬 그늘에 띄우면서라는 구절이 뜻하는 위로이다.

 

 시상의 전개에  따라 내용을 따라가 보면, 우선 1~4행에서 시적 화자는 전장포 앞바다의 작은 섬들을 눈물방울로 은유하고 있다. 그 눈물은 곧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의 눈물로 이어지고, 5행에서 그 눈물을 우리나라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눈물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맥박 속에 고이 전해져 온 사랑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6~8행에서 화자는 오천 년 삶 속에서 겪은 시련을 우리나라 사랑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사랑은 앞의 눈물이라는 시어와 상통한다. 나아가 화자는 그 많은 섬을 자그맣고 슬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호명하면서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고, 그것들이 한 오천 년 떠밀려 이 바다에 쫓기운것들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는 전장포 앞바다의 섬들에 대한 시인의 사랑을, 그 사랑이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발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집단적 동질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즉 시인은 지금 전장포 앞바다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을 목격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민족 공동체의 성원들로 간주함으로써 그들의 슬픔을 민족적인 것으로 확대하고 있다.

 

  9~14행은 앉은뱅이로 표현된 작은 섬들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일상적인 서러움을 노래한 부분이다. 자그만 섬 자체가 눈물이고 사랑이듯 섬을 구성하는 꼬막 껍질’, ‘보리밭길’,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등 모든 것이 설움이고 눈물방울이다. ‘보리밭 길은 못 나고 뒤엉기고,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바람만 불어도 징징 울음이 날 정도로 서러움뿐이다. 시련과 설움은 쉬 물리치거나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의 삶과 생활의 마디마디에 깊이 존재하고 있다. 마지막 15~17행에서 화자는 설움이 많은 전장포 앞바다에 나리꽃을 꺾어 띄우면서무한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화자 또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함께 울고 웃어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에서 말하려고 한 것은 전장포 앞바다의 작은 섬들로 상징되는 우리 민족의 삶이다. 누대에 걸쳐 이곳에서 살아온 국민의 서러운 삶, 그러면서도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사는 그들의 삶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노래하고 있다.

 

 


작자 곽재구(郭在九, 1954 ~ )

 

 

 시인. 전남 광주 출생. 1981중앙일보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주로 향토적인 서정과 민중의 삶에 대한 애정을 애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썼다시집으로는 사평역에서(1983), 전장포 아리랑(1985), 서울 세노야(1990), 참 맑은 물살(1995),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1999),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2011), 와온 바다(2012)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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