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감나무 그늘 아래 / 고재종

by 혜강(惠江) 2020. 4. 12.

 

 

 

 

 

 

감나무 그늘 아래

 

 

고재종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 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서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주먹 송이처럼 커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 구름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를 맞아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왠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

그 기다림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 시집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2001)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바람과 햇살에 흔들리는 감나무에 화자 자신을 동일시하는 유추적 발상을 통하여 짙푸른 땡감이 홍시가 되듯이, 이별로 인한 그리움과 서러움도 시간이 지나면  내적으로 고통을 딛고 더 성숙해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시적 대상인 땡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활용하여 친밀감과 일체감을 드러내고, 통사구조의 반복을 통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시간의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감나무를 바라본다.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바람,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햇살, 감나무를 따다닥 찍고 가는 오색딱따구리, 감나무를 쪼르르 타고 내려오는 청설모가 보인다. ‘~~뿐이랴’, ‘~~더니~오네등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과 변용이 운율감을 형성하고 시적 의미를 강조한다.

 

 그리고 화자는 감나무에 열린 짙푸른 감들을 보며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 ‘주먹 송이처럼 커갈 땡감들때론 머리 위로 흰 구름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를 맞을 것이다.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떠난 사람을 기다림은 무슨 일이냐며, ’그래그래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그리워 다시 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밤이면 잠 못 들고 뒤척여 산에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잠깐 잠들었다가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그 기다림이 날로 익어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이 마침내 형형한 빛을 내는 등불처럼 밝힐 것이라고 한다. , 잘 익은 감들이 시간이 지나면 홍시로 익어가는 것처럼, 이별 뒤의 그리움과 서러움도 시간이 지나면 내적으로 성숙해질 것을 확신하고 있다.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라는 마지막 시구는 설의적 표현과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강하게 전망하고 있다.

 

  화자는 감나무가 열매를 맺어 붉은 감으로 키워가는 과정과 사랑이 끝나고 그리워하며 사랑을 기다리는 과정을 일치시키며 붉은 감이 익어가듯 이별로 인한 그리움과   서러움도 시간이 지나면 내적으로 성숙해질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작자 고재종(高在鍾, 1957 ~ )

 

 

  시인. 전남 담양 출생. 1984실천문학신작 시집 시여 무기여동구 밖 집 열 두 식구>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지금까지 주로 농촌의 풍경과 삶을 배경으로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을 담은 작품을 발표했다. 절제된 언어 표현과 토속어 구사, 음악성을 특성으로 하는 시를 주로 창작해 왔다. 16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1987), 새벽 들(1989), 쌀밥의 힘(1991), 사람의 등불(1992), 날랜 사랑(1995),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1996),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1997),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2001). 쪽빛 문장(2004)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0) 2020.04.12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0) 2020.04.12
들길에서 마을로 / 고재종  (0) 2020.04.12
첫사랑 / 고재종  (0) 2020.04.11
날랜 사랑 / 고재종  (0) 2020.04.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