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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날랜 사랑 / 고재종

by 혜강(惠江) 2020. 4. 11.

 

 

 

 

날랜 사랑

 

 

- 고재종

 

 

 

장마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 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婚姻色)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 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流彈)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

 

         - 시집 날랜 사랑(1995)

 

 

시어 풀이

 

혼인색 : 양서류·조류·어류 등의 동물에서, 번식기에 나타나는 피부의 빛깔

유탄(流彈) : 빗나간 탄환.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봄날 산란기를 맞아 수면 위로 뛰어올라 여울물을 차고 상류로 올라가는 은피라미 떼의 역동적인 생명력에 대한 예찬을 감각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연은 은피리미 떼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얼음 풀린 냇가/ 세찬 여울을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 떼 보아라라며 물살을 가르며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은피미 떼를 노래한다. 그 역동적인 모습을 바라보는 시인은 생명의 힘을 느낀다. 게다가 번식기에 물고기 피부에 나타나는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했으니 얼마나 아름다우랴! 그들이 살류로 오르는 모습은 더욱 찬란하다.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流彈)이라 해했으니. 생명의 힘이 약동하는 은피라미 떼의 생기를 은백의 유탄으로 은유하고, 은피라미가 수면 위로 떼가 튀어 올라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봄햇살 튀는구나라고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2연에서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노래한다.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은피라미 떼의 움직임을 보고서 우리도 좌절과 시련의 늪을 헤치고 언젠가는 피라미 떼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2연에서 시인은 마지막 은피리미 떼의 짝짓기 과정을 연상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 즉 합일(合一)을 노래한다.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라고. 이러한 풍경은 생명력 넘치는 자연에 대한 순응과 긍정,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합일의 모습에 도달하는 것이다.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수 있으려면, 우리도 저런 풍경을 마음에 품어야 하리라.

 

 

작자 고재종(高在鍾, 1957 ~ )

 

 

 시인. 전남 담양 출생. 1984실천문학신작 시집 시여 무기여동구 밖 집 열 두 식구>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지금까지 주로 농촌의 풍경과 삶을 배경으로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을 담은 작품을 발표했다. 절제된 언어 표현과 토속어 구사, 음악성을 특성으로 하는 시를 주로 창작해 왔다. 16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1987), 새벽 들(1989), 쌀밥의 힘(1991), 사람의 등불(1992), 날랜 사랑(1995),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1996),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1997),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2001). 쪽빛 문장(2004) 등이 있다.

 

 

 

/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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