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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by 혜강(惠江) 2020. 4. 4.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시어 풀이

 

 

멍멍히 ; 정신이 빠진 것 같이 어리벙벙하게

정갈히 : 깨끗하고 깔끔하게

고즈넉이 : 말없이 다소곳하거나 잠잠하게.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시적 화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를 나열하여 제시하고 있는 작품으로, 시인은 사랑이 자신을 비우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며, 변하지 핞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시는 비유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으나 문장은 쉽고 평이하며, 짧고 간결하다. 그러나 이미지가 선명하고 진정성이 있어 그 울림은 강하다.

 

 특히 이 시는 두 연이 하나의 의미구조를 이루면서 사랑은 ~ 되는 일이다/ ~ 되어 ~는 일이다와 같이, 연쇄법과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고, 작품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1~2연은 눈 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여 있는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라고 한다. , 사랑의 의미는 그대에게 조건 없이 마음을 주는 것이다. ‘눈멀고/ 귀먹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심취한 상태로 조건 없는 사랑을 의미하며, ‘물이 되는 일은 그대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게 자신을 비우는 일이다.

 

 3~4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은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라고 한다. , 사랑의 의미의 또 하나는 그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 띄고/ 귀 열리고1연의 눈멀고/ 귀먹고와과 대립적인 이미지로 사랑으로 인해 삶을 새롭게 인식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1연의 멍멍히2연에서는 정갈히로 바뀌었다.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이 되어 나를 희생해서라도 그대 밤하늘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5~6연은 위의 연을 아우르면서, 사랑은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너기 기다리는 일이라고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라는 표현은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임을 강조하는 역설적인 표현이며,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그대를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 시는 이해타산에 재빠르고, 자기중심적인 사랑,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사랑에 익숙한 일부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좋은 작품이다.

 

 

작자 허영자(許英子, 1938~ )

 

 

 시인. 경남 함양 출생. 1961현대문학도정연가(道程戀歌), 연가 3, 사모곡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사랑과 오뇌의 시, 모순과 절망의 시를 썼으나 결코 지향성과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동양적인 그윽하고 섬세한 정적 세계를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정신적인 초극과 절제를 보여주는 시를 썼다.

 

  시집으로 가슴엔 듯 눈엔 듯(1966), 친전(親殿)(1972),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1977), 빈 들판을 걸어가면(1984), 그 어둠과 빛의 사랑(1985), 조용한 슬픔(1990), 기타를 치는 집시의 노래(1995), 목마른 꿈으로써(1997)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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