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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귀천(歸天) / 천상병

by 혜강(惠江) 2020. 4. 4.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출전 주막에서(1979)

 

 

시어 풀이

 

 

귀천(歸天) : 넋이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

스러지는 : 형체나 현상 따위가 차차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는.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한 달관한 자세를 소박한 언어로 그려낸 시로, <>와 더불어 천상병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79창작과 비평에 발표되었으며, 같은 해에 간행된 시집 주막에서에 실려 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은 한 번쯤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풍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인생의 삶을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글자 그대로 이 세상의 삶을 잠시 바람을 쐬는 일이라고 보고, ‘죽음하늘로 돌아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삶에 대한 인식을 통해 화자는 삶에 대한 달관과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에서는 각 연의 첫 행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로 시작하고 있다.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 귀천(歸天)’은 죽음을 의미한다. 화자는 자신이 하늘에서 왔으니 생명이 다하면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연과 2연에서 화자는 하늘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여기서 하늘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영원성을 표상하는 것이고, 하늘로 돌아가는 행위는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죽음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지만, 이 시는 죽음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죽음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 유한한 생명이 이 세상에서의 삶이 끝나면 무한한 우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화자는 하늘로 돌아가면서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노을빛만 동반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이슬노을빛소멸의 이미지와 동시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이 이슬과 더불어’, ‘노을빛 함께하늘로 돌아가겠노라고 말한 것은 삶의 덧없음을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처럼 소멸하는 순간까지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3연에서는 아름다웠다고 인식하는 지상에서의 삶을 노래한다. 인생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잠깐 다니러 온 소풍에 비유하는 화자의 태도에는 세상에의 욕망과 집착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삶을 즐겼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마지막 행인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에서 보듯이, 한 많고 고달팠던 인생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아름답게 인식하는 화자의 모습은 삶에 대한 긍정과 관조, 달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독백적인 어조로 동일 시구를 반복함으로써 시상의 안정감을 유지하고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이 시는 인생의 삶을 소풍에 비유하여 이 세상의 삶이 끝나면 하늘로 돌아가겠다고 말함으로써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삶에 대한 달관과 죽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자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시인. 일본 효고현 출생, 마산에서 성장. 1952문예<강물>, <갈매기>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그는 주벽이나 괴이한 행동으로 우리 시사(詩史)에서 매우 이단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시인이라는 세속적 명예와 이익을 떨쳐 버리고 온몸으로 자신의 시를 지킨, 진정한 의미의 순수시인이라 할 수 있다. 가난, 무직, 방탕, 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맑고 투명한 시 정신을 유지하면서 삶에 대한 무욕(無慾)과 무사심(無私心)을 보여 주는 특징이 있다.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시집으로 (1971), 주막에서(1979),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요놈 요놈 요 이쁜 놈(1991) 등이 있다. 이 중에 시집 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낸 유고 시집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1967년 천상병은 이른바 '동백림 사건(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어 간첩 혐의로 약 6개월간 옥고를 치르며 모진 고문을 받고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그 후 고문의 후유증과 지나친 음주 생활에서 오는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져 행려병자로 서울 시립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의 행방을 찾지 못한 그의 친척들과 문우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고 1971년 유고 시집 발간한 것이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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